논문 읽어드립니다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오류 양상 분석」, 이연정, 『어문론집』, 2021

대학 생활 내내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죠. 우리대학에 입학하면 글쓰기 수업을 교양필수로 수강해야 합니다. 그 후에도 서평과 감상문 거기에 레포트나 소논문까지…. 온갖 종류의 글을 쓰게 됩니다. 그런데 글을 다 쓰고 보면 고칠 점이 한두 개가 아닌 경우가 다반삽니다. 작게는 띄어쓰기나 문장부호 오류부터 많게는 문단이 통째로 맥락에 맞지 않아 어색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문장을 지우고 수정하다 보면 처음 쓴 글은 온데간데없고 어디선가 계속 나오는 오류를 고치느라 하염없이 시간만 흘러갑니다. 기자인 저도 기사 쓰는 것보다 수정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곤 합니다. 

이런 대학생들의 글쓰기 오류를 유형별로 분석한 논문이 있습니다. 바로 서원대학교 이연정 교수가 작성한 「대학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문장 오류 양상 분석」입니다. <사고와 표현> 교과목을 가르치는 이 교수는 신입생 글쓰기에 나타난 오류를 분석해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글쓰기 교육 방안의 시사점을 모색하고자 했습니다.
 

연구를 위해 이 교수는 <사고와 표현> 수강생들에게 ‘삶의 성찰’이란 주제로 1,500자에서 2천 자 분량의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작성된 에세이 79편에서 발견된 문장 오류를 △한글맞춤법 △띄어쓰기 △문장부호 같은 표기 오류와 △문장 구성요소 간 호응 오류 △문장성분 누락 △복잡한 통사구조가 속한 문장 층위의 오류 그리고 △지시표현 △접속 표현 △높임법 오류가 포함된 텍스트 층위의 오류로 나누어 분석했습니다. 오류 분석 결과 띄어쓰기 오류(12.2%)의 빈도가 가장 높았고 문장성분 누락(11.3%)과 부적절한 어휘 사용(11.1%)이 뒤를 이었습니다.

논문 속 등장한 주요 문장 오류들을 예시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문장성분의 누락’이 있습니다. 문장은 서술어에 따라 주어나 목적어 같은 문장의 필수 성분이 달라지는데 이때 필수 성분이 누락되면 문장의 의미가 왜곡되거나 부정확해질 수 있습니다. ‘그때 학교에서 직업에 대해 소개하는 단편 연극을 했다’는 문장을 보면 서술어 ‘연극을 했다’의 주어가 부재합니다. 

때문에 누군가가 학교에서 연극을 한 것인지 혹은 학교가 연극을 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문장입니다. 다음으론 ‘나의 요리가 좋은 성적을 받아 반 친구들 모두 맛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라는 문장입니다. 적절한 문장 같아 보이지만 서술어 ‘맛보다’의 목적어가 부재합니다. 정확히 무엇을 맛보는지 알 수 없어 잘못된 문장입니다.

‘부적절한 어휘 사용’은 어휘와 관련된 오류들로 크게 △유사 어휘 반복 △어휘 선택 오류 △구어적 표현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유사 어휘 반복’은 유사한 두 개의 어휘가 한 문장에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모두가 아마 나 빼고 다 힘들 것이다’라는 문장을 보면 앞의 ‘모두’와 뒤의 ‘나 빼고 다’라는 동일한 의미를 가진 두 표현이 반복됩니다. 또 ‘나는 거짓말을 들키지 않게 거짓말에 거짓말을 해서 이미 수많은 거짓말을 하게 됐다’라는 문장처럼 아예 같은 표현이 반복되는 문장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어휘 선택 오류’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쓰임이 다른 단어를 잘못 선택한 것을 말합니다. ‘연어 스테이크를 요리하기로 선정했다’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지 못해 후회했다’는 문장이 대표적 예로 각각 ‘정하다’와 ‘원망했다’ 같은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구어적 표현’이란 주로 채팅이나 웹소설, SNS 등에서 사용되는 대화체로서 글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입니다. ‘뭐(무엇)’나 ’걔(그 애)’처럼 줄임 표현을 사용하거나 ‘이’나 ‘의’ 같은 조사 생략 그리고 강조 부사어 ‘엄청’과 구어체 조사 ‘(이)랑’을 남발하는 경우 역시 구어적 표현 사용의 대표적 예입니다. 상술한 예시들 모두 문법적으론 문제가 없지만 문장의 가독성과 신뢰도를 해칠 수 있습니다.

문장 오류는 왜 발생하는 걸까요? 논문은 매체 환경의 변화를 그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SNS와 커뮤니티의 확산으로 요즘 대학생들은 문어적 글쓰기 환경보다 온라인 공간의 구어적 글쓰기 환경을 훨씬 많이 접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글쓰기 방식 역시 간결하고 과장된 표현이 주가 되는 온라인 중심으로 맞춰졌습니다. 유튜브 같은 영상 매체의 확산 역시 문장 오류를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직접 문장을 읽어가며 정보를 찾아야 하는 활자 매체와 달리 유튜브는 재생 버튼만 누르면 요약된 정보를 짧은 시간 내에 전달해줍니다. 그 결과 정보를 쉽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지만 매체에서 정보를 뽑아내고 활용하는 역량은 오히려 저하됐습니다. 거기에 활자를 접하는 횟수가 줄자 문장을 읽고 분석할 기회도 사라지면서 글쓰기 역량을 더욱 감소시켰다고 논문은 지적했습니다. 

논문은 ‘좋은 문장과 글은 끊임없는 연습과 훈련을 수반한다’라는 말을 통해 지속적인 글쓰기와 퇴고만이 문장 오류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며 다시 수많은 글쓰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과제를 제출하기 전 이 논문을 읽어보며 한 번 더 오류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임호연 기자 202263001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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