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수도권에 폭우가 쏟아지며 각종 피해가 발생했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동대문구에도 275.0mm가 내리는 등 한강 이북 지역의 강수량도 높은 수준으로 측정됐다. 이번 호우는 기상 관측 115년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한 만큼 자연재해 발생 시 도시 피해를 대비해야 할 필요성에 관심이 몰렸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동대문구의 호우 피해와 대비 방안에 집중해봤다. 

하천 범람했지만 거주지 침수 없어

지난달 8일과 9일에 이어 19일에도 강북 지역에 호우가 쏟아졌다. 동대문구에 한해 8일 누적 강수량은 서울 자치구 중 6위인 275.0mm, 19일 시간당 51mm의 폭우가 내려 호우 경보가 발효됐다. 강하게 내린 비로 동대문구 곳곳에서 수해가 발생했다. 제기동역 인근 보도에는 가로 1m, 세로 50cm, 깊이 60cm의 싱크홀이 생겼다. 정릉천, 성북천 등 동대문구 하천은 범람했고 중랑천의 경우 홍수 수준인 5m까지 수위가 올랐다. 중랑천은 산책로를 넘어 차도까지 범람해 교통이 통제됐다. 

피해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11일과 16일 직접 중랑천을 방문해봤다. 중랑천 근린공원의 경우 운동시설 가장자리에 설치한 울타리 구멍 사이사이에 빗물에 떠밀려온 각종 풀과 나뭇가지가 얽혀있었다. 잔디밭은 진흙으로 뒤덮였고 농구대는 중랑천으로 떠밀리기도 했다. 길을 알리는 안내판과 각종 표지판, 게시판은 각자의 위치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떠밀려가거나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 폭우로 인해 중랑천으로 떠내려간 농구 골대
▲ 폭우로 인해 중랑천으로 떠내려간 농구 골대
▲ 폭우로 인해 망가진 간이 축구장
▲ 폭우로 인해 망가진 간이 축구장

9일 호우 직후 방문한 중랑천에는 냉장고, 의자, 가스레인지 등 각종 생활용품과 가전용품이 여기저기 놓여있었다. 모두 거센 빗물에 어디선가 떠밀려온 것이다.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던 벤치도 대부분 훼손돼 평소 중랑천에서 산책하던 시민들이 일주일 간 중랑천 근린공원 이용을 피하기도 했다. 호우 일주일 후인 16일 중랑천에서 만난 정태주(40) 씨는 “매일 중랑천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을 즐겼는데 비가 많이 온 후에는 진흙 때문에 며칠간 나오지 못했다”고 전했다. 중랑천 산책로를 걷던 이채린(22) 씨는 “산책로 중간쯤에는 아예 표지판 하나가 쓰러져 길을 막고 있어 지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인구밀집도가 높고 특히 고령층과 대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 중 하나다. 폭우로 인해 홍수가 발생할 경우 피해에 취약한 사람들이 많다. 휘경동 반지하 건물에 거주하는 우리대학 재학생 A(22) 씨는 “이번 폭우 때 다행히도 집에 물이 새거나 하는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가 많이 올 때는 집이 걱정되긴 하지만 동대문구 지역이 고지대라 그래도 안심하고 사는 편”이라면서도 “다음에 자취방을 고를 때는 폭우 같은 자연재해를 고려해야겠다”고 밝혔다. 

우리대학 주변 원룸 임대인 조금자(65) 씨는 “이번에 비는 많이 왔지만 우리 건물에는 누수나 침수 피해가 없었고 건물 앞 하수구도 역류하지 않았다”며 “휘경동 주변에는 피해가 거의 없음을 체감했다”고 전했다. 조 씨는 “호우 예보가 있으면 건물 앞 하수구 위 부유물을 청소하고 뚜껑을 열어두는 등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연재해에 대비해 보험을 들지는 않았다”고 답변했다. 우리대학 후문에서 봄부동산을 운영하는 강성애 공인중개사는 “학생들이 반지하를 자취방으로 고려할 때 폭우나 태풍에 대해 걱정하곤 한다”면서도 “폭우 등 자연재해를 우려해 임대인이 하자 보험을 드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동대문구 차원의 대응과 보상 

동대문구는 비가 가장 많이 내렸던 지난달 8일 오전 7시 비상근무 1단계를 발령하며 대응을 시작했다. 이후 본격적 폭우가 시작되기 전 중랑천, 성북천, 정릉천 하천을 통제했다. 동대문구청은 보도자료에서 비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8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재난안전대책본부, 동주민센터, 펌프장, 현장기동반 등 총 110명이 근무했다고 밝혔다. 

빗물펌프장 33개소도 가동됐다.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한 8일 7시부터 10일까지 동대문구 내 하천을 제외한 다른 침수 및 인명 피해는 없었다. 비가 그치고 하천 수위가 내려간 10일 오전 동대문구는 하천 청소를 시작했다. 복구 인원 36명, 장비 6대를 투입해 중랑천, 정릉천, 성북천 등 3개 하천 주변의 부유물을 제거하고 물청소를 실시했다. 쓰러지고 훼손된 물체가 많아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하기도 했다. 

동대문구는 지난해부터 풍수해보험을 지원해 시민들에게 보험료의 70%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관장하고 민영보험사가 운영하는 정책보험으로 보험료의 일부를 국가 및 지자체에서 보조해 국민이 저렴한 보험료로 예기치 못한 풍수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재난관리제도다. △상가 △공장 △주택의 소유자와 세입자 등이 가입 대상이며 대상 재해는 태풍과 호우부터 해일까지 포함한다. 풍수해보험 업무를 맡은 동대문구청 안전재난과 담당자 A씨는 “시민들이 지난 호우로 입은 손해의 경우 풍수해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중랑천 범람으로 인해 훼손된 울타리 / ▲ 훼손된 울타리를 복구한 모습
▲ 중랑천 범람으로 인해 훼손된 울타리 / ▲ 훼손된 울타리를 복구한 모습

자연재해 대비하는 도시 시스템 필요 

이번 서울 폭우로 홍수 예보 및 대비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정부는 다음 해 홍수기 전까지 서울 도림천 유역에 인공지능 홍수예보 체계를 시범 구축하기로 했다. 또한 서울시와 협력해 대심도 빗물터널을 강남역과 광화문 일대에 설치할 예정이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지하에 큰 터널을 설치해 빗물을 저장했다가 호우가 끝난 후에 인근 하천으로 배출하는 시스템이다. 더불어 이번 폭우로 맨홀 뚜껑이 열려 안으로 휩쓸려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대비해 하수도법 개정을 추진한다. 폭우로 인해 맨홀 뚜껑이 유실돼도 맨홀에 빠지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우리대학 주변에도 홍수 대비시설이 존재한다. 중문에 위치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저류시설로 최근 5년 사이 완공된 서울 내 두 곳의 저류시설 중 하나이다. 동대문구청이 지난 2017년 여름철 집중호우에 따른 휘경동 일대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설치에 착수해 2018년에 완공했다. 저류시설 설치 전에는 집중호우가 발생하면 휘경동과 우리대학 일대 지역에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해당 저류시설은 저류조로 폭우 시 하수관 물이 넘칠 경우 임시로 넘친 빗물을 지하에 담아둘 수 있는 시설이다. 도심 지하에 단기적으로 물을 보관한 후 배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침수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우리대학은 강우 시 최대 4200t의 빗물을 저장해 공원 정비와 청소용수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조금자 씨는 “서울시립대에 저류시설이 완공된 후 휘경동 일대에는 침수 피해가 없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우리대학 도시공학과 유종현 교수는 “자연재해는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며 도시 차원에서 대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자연재해 자체보다는 재해가 우리에게 어떠한 경제적 영향과 피해를 주는지에 집중한다”며 “자연재해 간 비교 지표와 우선순위를 세워 연구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폭염은 이제 여름마다 오는 수준이지만 사람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크지는 않다. 

반면 폭우는 자주 오지는 않지만 피해가 막대하다. 이렇듯 자연재해별 특징에 대해 분류하고 우선순위를 세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유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일시적인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직후 대규모 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연재해를 막으려는 시도는 실현 불가능하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방향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자연재해 대비 방향성을 제시했다.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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