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빈(가명) 씨는 벌써 다섯 번째 부동산에 들리며 한숨을 지었다. 1천만원이 넘는 보증금을 마련할 수 없어 청년대출을 받아 자취방을 구하기로 결심했지만 쉽지 않았다. 청년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계약하려는 매물이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안 씨는 이미 약 10개 이상의 방을 봤지만 우리대학 주변에서 조건을 갖춘 매물은 서너 곳 정도였다. 

위 글은 청년대출을 받으려 고투한 인터뷰이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재구성한 이야기다.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전월세 대출은 목돈이 없는 젊은 세대를 위한 상품인 만큼 금리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청년들은 대출을 받기 위해 요건을 충족하는 전세 매물을 찾는 중 난관에 봉착한다. 청년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직접 들어봤다.
 

20대 짐 덜어주는 청년대출

청년들이 전월세 대출을 접하게 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주변 지인은 물론 인터넷 검색이나 각 은행 홈페이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5대 시중은행인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은 물론 기업은행이나 카카오뱅크도 청년대출을 제공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와 LH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도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맺고 청년에게 재임대하는 전세임대주택을 제공한다.

일반적인 전세자금대출보다 낮은 금리는 청년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우리은행의 ‘청년맞춤형 전세대출’ 상품을 이용한 최수연(22) 씨는 “기준금리가 인상된 현재는 모르겠지만 계약 당시에는 금리가 1.5%였다”며 “5천만원의 대출을 받아 전세를 구했음에도 한 달에 나가는 이자가 8만원 정도로 학교 주변 월세보다 훨씬 저렴했다”고 전했다. 

LH청년전세임대주택을 계약한 고유경(28) 씨 역시 “청년대출을 이용하지 않았던 새내기 때는 하숙비, 월세로 달에 50만원 이상 지출했는데 발품만 잘 팔면 월세로 살 때보다 괜찮은 집을 달에 20~30만원대로 구할 수 있어 삶의 질이 많이 좋아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LH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자 김민지(25) 씨도 “기회를 찾기 위해 상경한 사람들이 수도권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기회의 재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롭다”고 답했다.
 

▲ 청년대출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기 위해 부동산을 돌아보는 인터뷰이의 모습
▲ 청년대출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기 위해 부동산을 돌아보는 인터뷰이의 모습

까다로운 조건과 복잡한 절차에 매물 가뭄

위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입을 모아 꼽은 문제점은 전세 매물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매물이 적은 데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가장 주된 원인은 까다로운 조건이다. 먼저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면 대부분 대출이 불가능하다. 근저당권이란 채무자가 기일에 채무를 상환하지 않을 시 채권자가 채권의 담보로 취득한 부동산을 처분해 우선적으로 변제받는 권리를 의미한다. 

주거시설이 아닌데도 주거용 목적으로 쓰이는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해도 안 된다. 근린생활시설이란 주택가에서 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공급할 수 있는 시설을 말한다. 슈퍼, 목욕탕, 태권도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주택에 비해 주차공간이나 층수 제한 등의 규정이 덜 까다롭기 때문에 건축 승인을 받기 위해 근린생활시설로 신고 후 주거용으로 개조하는 편법을 쓰는 것이다. 대학가 원룸은 대부분 다중주택으로 등록돼 있는데 다중주택 역시 대상에서 벗어난다. 충족해야 할 요건이 많아 웬만한 방은 걸러지기 십상이다. 조건 충족 여부를 알기 위해선 대출받고자 하는 은행에 방문해 계약할 매물의 주소 조회를 부탁하면 된다. 

복잡한 절차도 문제다. 최수연 씨는 “임차인이 청년대출을 받아 계약하고자 하면 거쳐야 하는 절차가 많아 전세 매물을 내놓더라도 임대인이 계약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LH는 시중은행보다도 절차가 까다로워 LH 매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라고 지적했다. 고유경 씨는 “부동산 플랫폼 ‘직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든 대출이 가능하다는 물건에 연락해보면 LH는 어렵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열악한 주택 상태에도 가격은 천정부지

그나마 있는 전세 매물의 상당수는 상태가 열악하다. 고유경 씨는 “사람이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로 엄청난 구옥이거나 반지하층인 경우가 많았고 어떤 곳은 옵션이 아예 없어 가구들을 새로 사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민지 씨는 “부동산을 통해 LH 매물을 봤을 때 월세 매물들과는 면적, 연식, 쾌적함 등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돈 주고 살고 싶지 않은 공간들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 보니 전세 금액은 고평가될 수밖에 없다. 우리대학 후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A씨는 “특히 이번해 초부터 대학 수업이 대면으로 전면 전환되며 품귀현상이 발생했고 전월세 매물 모두 전반적으로 가격이 올랐다”고 이야기했다. 전세 지원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LH는 최대 전세 지원 한도가 1억 2천만원이기 때문에 임차인이 해당 금액까지 어렵지 않게 지불할 수 있다. 김 씨는 “임대인들은 지원제도를 역이용해 상태가 좋지 않은 매물까지도 전세가를 1억 2천만원에 가깝게 설정한다”며 “상태 좋은 신축 건물에 들어가려면 LH 최대 지원금에 더해 수천만원을 더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 씨 역시 “LH와 1억 2천만원에 대한 계약서를 쓰고 집주인과 1500만원에 대한 계약서를 한 번 더 쓰는 이면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청년대출, 부담 덜기 위한 개선책은

청년대출을 받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임대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이 있다. 최수연 씨는 “집주인들은 은행에서 집을 직접 보러 오거나 은행과 컨택하는 절차를 꺼리기 때문에 이를 간소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민지 씨는 “등록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물 등록 시 세금을 감면하는 등 임대인 측에 메리트를 제공한다면 좋은 품질의 매물이 공급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대출 한도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고유경 씨는 “LH 매물 계약을 희망하는 청년은 목돈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 시세에 비해 지원 금액이 너무 적다”며 한도가 상향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나 지원금 증액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우리대학 B교수는 “한도를 높이기에는 부작용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목표 지원 가구 숫자도 있는데 지원금을 늘리면 그만큼 지원 가능한 가구의 수가 적어진다”면서 “LH는 국내 공사 중 부채 1위인 한국전력공사 다음으로 부채가 많아 금전적으로 부담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지 씨는 “애초 대학가 주변 전월세가 지나치게 비싸다”며 “정부에서 청년 임차인을 위한 전월세 상한가를 정하는 방향으로 규제해준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 정문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C씨는 “다중주택이더라도 대학가 원룸은 예외로 두고 대출을 허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B교수 역시 학생단체 또는 대표가 모여 동대문 구청장, 서울시장과 같은 지역단체장을 만나 교섭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동대문구에는 원룸 거주를 희망하는 대학생이 많은데 다중주택이 청년대출 대상에서 제외돼 어려움을 겪는 상황임을 설명하고 주거비 지원 또는 예외 조례 신설을 요구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답했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고 씨는 “학교 근처에 있는 집들은 너무 좁고 컨디션도 좋지 않으면서 가격이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근처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훨씬 좋은 집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할 수 있다”며 “대출 관련해서는 얼마나 끈질기게 발품을 파는지에 관한 싸움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네이버 청년주택정보 카페에 들어가면 좋은 정보나 매물이 올라온다”면서 “어플도 3개씩 깔고 부동산도 5곳 이상 접촉하고 날마다 집을 보러 다녀 그나마 살만한 집을 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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