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이번호 ‘시대, 사람’에서는 우리대학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을 졸업한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과 곽향기 서울시의원, 이호동 경기도의원을 인터뷰했다. 10년 전인 지난 2012년 1기생 43명에게 학위를 수여한 이후 수많은 우리대학 로스쿨 졸업생이 사회에 진출해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다. 로스쿨에 들어간 계기부터 로스쿨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 각자가 이루려는 목표까지 법조계와 정계에서 활동하는 세 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연구원에서 변호사로 진로를 바꾼 계기가 궁금하다

원래 엔지니어 쪽만 생각했는데 일하면서 변리사들과 협업하다 보니 그쪽 업무에도 관심이 갔다. 때마침 로스쿨 1기가 출범했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변리사로도 일할 수 있어 박사 유학 준비와 함께 도전했다. 일반적으로 로스쿨 준비가 힘들고 돈도 많이 들 거라고 하는데 최근 장학금 비율을 고려한 전국 평균 학비를 봤더니 450만원 정도였다. 일반 4년제 대학 등록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인데 대중들에게 오해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로스쿨은 적성에 맞다면 준비기간은 정말 짧아도 된다. 다행히 저는 운 좋게 금방 합격해 유학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들어갔다.

로스쿨 경험이 변호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법조계에 와서 초면에 대학을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 놀란 경험이 있다. 보통 회사에서는 그러지 않는데 법조계 사람들을 만나면서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시작이 로스쿨 제도였던 것 같다. 로스쿨에 가서 제가 본 교수님들이나 선배님들은 행동을 조심하고 사회 정의나 인권에 관심이 많다는 걸 느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법조인이라고 하면 보통 일반 사람들보다 더 타락하거나 안 좋은 이미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법조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로스쿨에서 법조인은 공공성과 공익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귀에 못 박히도록 듣기도 했고 법조 윤리를 공부하며 법조인은 이래야 한다는 걸 체득해 많은 도움이 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정책이 있다면

법조계에 와서 정책 관여와 회의, 사무를 8년 이상 진행하면서 불합리한 제도나 바뀌어야 할 것을 너무 많이 봤다. 예를 들면 공정사회를 외치는 우리나라에서 전직 공무원들에 대한 자격 취득 우대가 여전히 살아 있어 문제가 되고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변호사한테 국선사건 하나 맡기는데 40만원만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당하거나 잘못된 제도를 하나씩 바람직하게 바꿔 나가는 게 목표다.
제가 속한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기본적으로 공익단체와 인권단체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래서 민생 3법안이라고 불리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나 집단 소송제처럼 변호사에게만 좋은 게 아니라 국민에게도 도움이 되는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고 있다. 실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확대가 논의되고 있고 디스커버리 제도도 법안으로 발의돼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모두에게 바람직한 제도를 추진하는 게 제 목표다. 

로스쿨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수많은 선택이 있고 거기서 어떤 게 정답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기에 도전하라는 얘기를 항상 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하는 자가 가장 미련한 것이고 무엇이든 시도한 사람은 실패하더라도 남는 게 있다. 살면서 사업을 크게 벌였다가 망해본 사람을 대단하다고 느끼는데 그들은 누구보다 소중한 자산을 이미 얻은 거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가능하면 다양하게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제가 유학과 로스쿨 준비를 같이 했듯이 하나만 볼 게 아니라 여러 개를 준비하는 게 스스로한테 도움이 된다. 사업도 마찬가진데 제가 법인을 만들 때도 5개 정도 아이템을 갖고 시작했다. 그중에 하나만 성공해도 이 법인이 망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는데 실제로 4개는 다 안 됐다. 계속 시간을 허비하면서 1년을 더 준비할 게 아니라 가능하면 같이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도전해야 시간도 절약하고 더 많은 일을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1순위와 예비 순위를 같이 준비하되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다 해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로스쿨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언론정보학을 전공했는데 평소 법에 관심이 많아 법학을 부전공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로스쿨에 대해 알게 됐다. 다양한 전공과 사회경력을 가진 변호사를 양성해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법률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로스쿨 취지처럼 저 또한 법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전공을 통해 쌓은 지식과 경험을 법조인으로서 활용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여러 기사를 읽으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나 기사 작성을 통해 얻은 문서작성 능력과 논리적 사고가 법조인으로 활동하는 데 분명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로스쿨에 지원하게 됐다.

로스쿨과 변호사 시절 경험이 정계 입문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사실 로스쿨 재학 중에는 정치에 입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다만 다양한 활동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해 로스쿨 재학 중에도 학생회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논문대회에도 참가했다. 변호사시험 합격 후 소속변호사로 있으면서도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 같은 각종 위원회에 위원으로 활동하고 마을변호사와 국선변호사 활동에 최대한 참여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던 중 한국여성변호사회 이사를 맡게 됐고 당시 한국여성변호사회 조현욱 회장님께 권유받아 구의원 비례대표로 출마하게 됐다.

올바른 청년 정치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정치에 관심 있는 청년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대한 체험과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청년들이 중심이 될 수 있는 정치 모임도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공천과정에 청년들이 참여하도록 기회가 보장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서도 청년들의 정치 참여 확대와 공정한 기회 보장을 위한 혁신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의원으로 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정책이 있나

4살 아이를 둔 엄마여서 그런지 아동복지나 교육 분야에 많은 관심이 있다. 아동학대 방지와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들을 많이 발굴하고 관련 조례들을 발의할 계획이다. 변호사로서의 법률적 전문성과 구의원 활동을 하면서 기초부터 쌓아 올린 의정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서울시의회에서도 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싶다.

로스쿨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제가 졸업했을 때보다도 로스쿨 졸업생의 진로는 다양해졌다. 송무변호사나 사내변호사뿐만 아니라 정치나 스타트업 또는 공무원같이 다양한 영역에 진출해 각자 능력을 펼치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은 각자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든든한 도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법조인으로서 또는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본 뒤 선택하면 좋을 것 같다. 최근엔 경쟁률이 심해져 학부 1학년 때부터 로스쿨 준비를 하며 학점 관리에만 매진하는 경우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학점 관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대학 활동이 로스쿨 입학과 변호사 시험 합격 이후 진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므로 그런 점도 잘 고려했으면 한다.

 

로스쿨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인터뷰에 응하면서 약 10년 전 썼던 로스쿨 자기소개서를 읽어봤다. 10년 전에는 참 순수했다는 생각이 든다. 로스쿨에 진학하게 된 동기는 조금 더 자유로운 사회인이 되고자 함이다. 제가 생각하기에 법이란 “합의”다. 법을 알면 법의 테두리에서 개인에게 주어지는 자유를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다. 직업인으로서 변호사도 마찬가지로 개인에게 주어진 자유를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으로 행사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시시각각 바뀌는 사회에서 단일한 직업을 평생 영위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변호사가 된다면 사회의 자유를 최대한 향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로스쿨과 변호사 시절 경험이 정계 입문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지난 2014년 우리대학 로스쿨 6기로 입학해 2017년 제6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고 이후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서 3년 동안 공익법무관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했다. 이 시기 법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많이 봤고 법을 무기 삼아 타인의 자유를 압박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단순히 법을 적용하고 해석하는 업무를 넘어서 입법자가 된다면 법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더욱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변호사였던 지난 2018년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를 피고로 하는 행정소송을 맡았었다. 삼심에서 연달아 승소했으나 3년에 걸친 긴 법정 다툼 끝에 원고에게 돌아온 것은 없었다. 당해 소송은 처분에 대한 무효·취소소송이었고 승소 끝에 얻은 것은 처분취소였으므로 원상태로 권리가 회복될 뿐이었다. 원처분이 위법해 시정할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러나 알면서도 침묵했거나 부지에 따라 소극적으로 침묵하는 등 누구도 지적하지 않았고 애꿎은 개인이 어려운 소송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개인의 자유가 제약되는 상황에 부닥쳤고 이러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선 법률가가 의회로 진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러 지방선거를 기회로 정계에 입문하게 됐다.

올바른 청년 정치 정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청년 정치인이란 단어는 좋지만 단지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의정활동에서 활약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기성정치인보다 자금과 조직, 경험 면에서 부족하고 의정활동 시 경험 부족은 사회를 이해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아이를 키워 본 선배 정치인들은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다 실증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고 주민들과 오랜 시간 함께 한 분들은 주민들의 필요를 더 잘 파악하고 있다. 학교와 집을 왔다 갔다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그분들은 알고 계신 것이다.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답은 현장에 있다는 생각으로 자주 소통하고 부대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자 노력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경기도의원으로 임기 내에 이루고 싶은 목표나 정책이 있나

조례 발의 건수를 잣대로 광역의원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법은 자유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며 법이 최소한으로 작동하는 상태가 개인이 가진 자유를 가장 보장하는 방향이라 생각한다. 조례 발의를 남발하기보다 불필요한 조례가 무엇인지 먼저 살피고 싶다. 당연히 꼭 필요한 지원을 위한 조례는 필요하다. 최근 수원에서 세 모녀가 다세대 주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사가 보도됐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서 위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할 방안을 강구하고 싶다. 광역의원으로 행정사무감사 같은 수단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는 역할도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다행히 변호사업무를 하며 서류와 친숙해졌고 근거가 미비한 부분을 찾거나 모순되는 지점을 찾는 데 자신 있다. 잘못된 행정을 바로 잡고 행정의 손길이 모두에게 골고루 닿도록 노력하겠다. 

 


박성호 기자 revo171225@uos.ac.kr
임호연 기자 2022630019@uos.ac.kr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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