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 고시반 문제에 대해 여러 명이 합심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낙후된 고시반 시설과 부족한 지원에 대한 불만이 터진 것이다. 해당 게시글을 중심으로 많은 학우가 서울시 민원 창구인 ‘서울시 응답소’에 민원을 신청했다.  
 

▲ 법학관 4층 고시반 라운지. 천장 누수로 임시 방수 처리를 한 모습
▲ 법학관 4층 고시반 라운지. 천장 누수로 임시 방수 처리를 한 모습

뜻 모은 고시반 학우들

서울시 응답소에 접수된 민원에는 △고시반 담당자의 불친절한 태도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제도 부족 △낙후된 고시반 시설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고시반원들은 게시글을 통해 ‘타 대학은 자체 모의고사를 실시하거나 고시반 반장이 고시반원을 대상으로 상담하기도 하는데 우리대학은 전무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고시반은 이용률이 높은 장소임에도 책상과 의자가 교내의 다른 라운지에 비치된 것보다 훨씬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다. 글 말미에는 ‘고시반에 대한 지원 없이 학생 개인 역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더이상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개선에 귀 기울여 주신다면 고시반원들은 최선을 다해 성과로 보답하겠다’고 호소했다. 

에타에 동시 민원 제기를 제안하는 글을 올린 고시반원 A씨는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고시반에서 공부하면서 동료 고시반원과 공통된 불편함을 느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 측에 지속적으로 건의를 했음에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의견을 모아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민원 제기 글 작성자와 학교 측 면담 가져

고시반에 대한 불만이 불거지자 학생과 측에서 A씨와 학교 측의 면담 자리를 마련했다. 면담 주선 이유에 대해 학생과 담당자는 “고시반 문제도 학생과 관련된 사안이고 에타 여론과 서울시에 접수된 민원을 보고 면담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면담은 지난달 18일 오후 임시 학생과가 있는 21세기관에서 이뤄졌다. △A씨 △전 고시반 지도교수 △새로 부임할 지도교수와 담당자 △학생과 학생과장과 학생지원팀장 △학생과 담당자가 참여해 낙후된 시설 개선과 성취도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 등을 논의했다.

A씨는 시설 개선을 위해 책상과 의자의 불편함, 라운지 블라인드 설치와 청소 시스템 개선 등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또한 프로그램 개선과 관련해 합격한 선배와의 만남, 고시반 자체 모의고사, 소통을 위한 온라인 카페 개설도 논의했다. 면담 후 A씨는 “새로 부임할 담당자께서는 온라인 카페 개설에 동의하셨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우리대학이 공립이기에 예산 사용이 자유롭지 않아 요구사항을 이행하기 쉽지 않고 고시반만 지원하면 정당성에도 문제가 생긴다”며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변화 없던 고시반 이제는 달라질까

우리대학 고시반 환경 문제는 오랜 시간 계속된 문제다. 특히 이전 고시반 담당자의 불친절한 태도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에타에서도 고시반 담당자의 태도를 지적하는 글을 상당수 찾아볼 수 있다. 고시반원 B(28) 씨는 “불친절하신 만큼 고시반에 관심이 없어 보였고 고시반원들도 다가가기 꺼려해 정서적인 거리가 멀어지게 된 것 같다”고 답했다. 해당 담당자는 교체됐으며 1일부터 새로운 담당자가 고시반을 맡게 됐다. 학생과 담당자는 “학생들과 담당자 간 소통이 부족했던 점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며 “담당자 교체로 많은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고시반 문제 해결을 위한 단체 행동이 화제가 되면서 고시반 환경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총학생회 ‘내일’(이하 총학)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렸다. 에타에서 학우와 총학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했고 일각에서는 총학의 공약 이행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총학은 지난 6월 설문조사를 통해 고시반 내 시설에 대한 만족도와 요구사항을 파악했고 지난 7월 학생처장, 고시반 담당자와 각각 면담을 진행했다. 총학생회 이성경 소통국장은 “고시반 라운지에 비가 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설과에 지속적으로 문의하고 다음 학기 시설점검 시 고시반을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던 중 서울시에 민원을 넣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시반 반장 및 민원 제기 학우와 미팅을 통해 추가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커리큘럼과 휴게실 공간 확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며 “고시반 담당자와 고시반원 간의 간담회 개최, 선배 합격자에게 멘토링 요청, 고시반 라운지 천장 수리 요청 등을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생과 담당자는 “담당자 교체 외에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각 국가고시와 자격고시별 고시반 대표 등 더 많은 학생의 의견을 청취해 개선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조은정 기자 choej81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