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보도부장
박성호 보도부장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에 나온 명대사다. 기자는 어릴 때부터 이 대사를 정말 좋아했다. 누구나 원하는 명예 뒤에는 그만큼 헌신과 노력이 숨겨져 있음을 내포하는 구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사를 좋아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자리가 주는 무게를 느껴보지 못하고 단순히 상상에 그쳤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 신문사에 입사하고 수습 과정을 거쳤을 땐 신문사 생활이 그렇게 어렵고 힘들지 않았다. 가져오는 아이템 수도 하나면 되고, 회의에서 발언하는 횟수도 적고, 조판 날 가장 늦게 와서 제일 일찍 갔기 때문이다. 정기자가 되고 소속 부서가 생긴 뒤 해야 할 일은 조금 늘었지만 큰 부담은 없었다. 회의에서 맡은 역할은 여전히 적고 스크린과 조판 날에도 자기 기사만 관여하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도부장에 임명되고 신문사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장 먼저 보도부장 업무를 시작한 건 지난 학기 종간호부터다. 아이템 회의 후 지면에 실릴 주제를 분량에 맞게 배치하고 종례 회의 때 구성과 인터뷰이에 대해 피드백했다. 여기까진 괜찮았지만 스크린 때 큰 문제가 생겼다. 처음 보는 스크린이라 속도가 너무 느려 몇 시간이 지나도 진전이 없었던 것이다. 나로 인해 국장단도 계속 기다려야 했고 결국 그날 스크린은 자정을 한참 넘긴 시간에 끝났다. 종간호라 발행이 끝난 뒤 휴식에 들어가면서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과정을 돌아봤다. 첫째는 미숙함이었다. 선배 기자들이 하는 걸 자주 보긴 했지만 그 역할을 내가 직접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둘째는 망설임이었다. 이렇게 고치는 게 맞는지 스스로 확신이 없었고 계속 시간만 허비할 뿐이었다.

새학기 시작 후 수습기자들이 들어오고 기자의 보도부장 생활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회의 며칠 전부터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했다. 그러나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남을 이끌기에 나는 아직 너무 부족하고 우유부단해 처음 발행 과정을 겪는 수습기자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임명받은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엔 아직 너무 부족하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수습기자와 정기자 때는 국부장단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신문사에 필요 이상으로 모든 걸 쏟아붓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도부장이 되고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기 시작했다. 서울시립대신문은 동아리가 아니다. 학교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정식기구다. 국부장단이 중심을 잡고 이끌어나가지 않으면 한 학기 7번, 격주로 발행하는 일정을 맞출 수 없고 약 80년 동안 선배들이 이어온 신문의 명성에 먹칠하게 된다. 이번호를 마치고도 종간까지 다섯 호가 남았다. 보도부장 자리의 중요성과 막중함을 느끼고 내가 맡은 자리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박성호 보도부장
revo171225@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