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혁(행정 18)

‘노란봉투법’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사용자 측의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해 노동조합과 그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말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3조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 조항을 적용받지 못하는 예외적인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지난 6월에 있었던 대우조선해양 파업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조선업 불황 이전 수준으로의 임금 복원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이뤄진 일련의 파업 행위는 노동자들이 실질적 고용주인 대우조선해양과 계약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불법 파업’이 됐다. 비록 노동자들이 원청의 통제 아래에서 근로 지시를 받으며 일했지만, 계약서 상의 사용자는 하청업체라는 이유에서였다. 파업이 흐지부지 끝나버린 이후, 원청업체인 대우조선해양은 노동자 측에 47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 흔히 말하는 ‘불법 파업’의 범위는 어떻게 정해질까. 살인이나 방화와 같이 강력범죄는 불법이면서 동시에 도덕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행위다. 그것이 옳지 않기에 법률로 제한받는다. 그러나 불법 파업은 도덕적으로 잘못됐기에 불법이 된 것이 아니다. 불법파업은 도덕적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법률로 정해진 틀을 벗어났기 때문에 불법이 된다.

여기서 문제가 벌어진다. 하청업체의 노동자들이 자신을 실질적으로 고용하고 있는 원청 업체에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원청은 노동조합법 상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파업을 해도 불법이다. 파업은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경우에만 합법이지만, 구조조정은 ‘경영권 행사’이기 때문에 노동조합법 상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행위’는 ‘저질러서는 안되는 행위’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노동자의 권리 행사가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한해야 하는 행위인가?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해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것이 잘못된 행위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잘못되지 않은 행위를 불법이라고 정하고 있다면, 잘못된 것은 그 법 자체가 아닐까.

많은 기업들이, 그리고 경제지에서는 노란봉투법이 노동조합의 ‘불법적인’ 파업으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수단인 손해배상권을 박탈하는 악법이라고 말한다. 물론,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노동조합 활동은 옹호받아서는 안된다. 그러나 저들이 말하는 ‘불법적인’ 파업이라는 말은 ‘도덕적이지 못한’ 파업만이 아니라 ‘도덕적이지만 불법’인 파업도 포함하고 있다. ‘불법’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노동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서라도, 노동조합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되고 있는 현행 노동조합법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노란봉투법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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