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제98조2 제1항이다. 단 동물은 법 체계상 권리의 객체이므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뒤따른다. 지난해 법무부가 발의한 민법 개정안을 통해 동물은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갖게 됐다. 그러나 동물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관련 법안이 뒤따라 개정되지 않아 실질적 의미는 미미하다. 법무부가 개정안을 발의한지 1년이 넘은 지금도 더 이상의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동물은 아직 실질적으로 ‘물건’으로 취급된다. 갈수록 잦아지는 자연재해로 인해 대피해야 하는 경우에 반려인은 반려동물과 대피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 반려동물 수용을 허가한 대피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사망한 경우에는 폐기물관리법상 그 사체는 생활 폐기물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것이 ‘합법’이다. 반려인이 사유지를 갖고 있더라도 직접 매장하는 것은 불법이다. 반려동물이 타인에게 폭행당하거나 살해당했을 때도 상해죄가 아닌 재물손괴죄로 처벌된다. 

현행법상 동물의 법적 지위인 ‘유체물’은 ‘공간을 차지하는 물건’이라는 뜻이다. 반려동물 가구가 1500만명을 돌파한 시점에도 반려동물은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된다. 이는 계속되는 동물학대와 유기 등의 사회적 문제와 맞닿아 있다. 동물이 법적으로 ‘물건’이 아닌 ‘생명’이었다면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더 높았을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동물을 데려와 키울 수 있는 지금의 입양 절차도 더욱 복잡했을 것이고 반려인의 책임감과 자격이 확인된 후에야 입양 절차가 진행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시간과 돈은 더 들었겠지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반려인들에게 이러한 것들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반려동물 법안의 개정 필요성이 대두될 때마다 누군가는 “반려동물의 범위를 규정하고 법안을 전면 개정하는 데는 품이 많이 든다”고 불평한다. 생명을 존중하는 선택을 하는 데에 드는 품을 재단하는 인간이라니 얼마나 부끄러운가. 늘어가는 반려동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동물의 법적 지위를 규정하고 관련 법안을 보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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