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돌아볼 두 번째 동네는 용산구 이태원동이다. 이태원동은 다른 동네와 다르게 외국인들이 많아 이국적인 문화를 담고 있는 상점들이 많다. 그렇기에 이태원동을 돌아다니면 해외여행을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외국 문화를 동경하는 청년이 많은 이태원동은 자유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동네다.

이태원동은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의 동쪽에 위치한다. ‘이태원’이라는 이름의 유래로 두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먼저 이곳에 조선시대 국가가 운영하는 여관인 역원의 이름이 이태원인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또 다른 설로 일제강점기에 ‘이타인’이라고 불리던 일본인 전용 거주지가 시간이 지나 이태원이라는 이름이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태원동은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용산기지 바로 옆이다. 1970년대부터 이태원로 북쪽으로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자리 잡아 다양한 외국 문화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기자들은 이태원동에서 △이슬람 서울중앙성원 △포린푸드마트 △앤틱가구거리 △스페인 요리 전문점 ‘타파스바’ △이태원시장 △튀르키예 전통 카페 ‘알페도’를 방문해 소개하려 한다.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의 사원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의 사원

이슬람 서울중앙성원(이하 성원)은 이태원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이곳은 한국 최초이자 최대의 이슬람 모스크로 한국이슬람중앙회의 본부이기도 하다. 성원은 이태원동과 이웃한 한남동에 위치한다. 1976년 건립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부 중동 국가의 지원을 받았다. 성원 바로 옆에는 이슬람 학교가 있고 근처에 아랍 잡화 가게, 할랄 푸드 식당들이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랑한다. 사전 예약을 하면 이슬람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성원을 관람할 수 있다. 거대한 이슬람식 장식으로 꾸며진 입구의 오르막길을 오르자마자 이슬람 사원의 모습과 남성, 여성 예배당이 따로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지판이 보였다. 이슬람 사원에서는 민소매, 짧은 치마 등 노출 많은 옷을 입거나 흡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성원 안은 이슬람교도만 들어갈 수 있어 아쉽게 내부까지 입장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고요한 분위기의 성원 주변을 거닐기만 해도 경건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영어와 아랍어가 적힌 포린푸드마트의 정육 코너
영어와 아랍어가 적힌 포린푸드마트의 정육 코너

포린푸드마트는 성원에서 5분 거리에 있다. 포린푸드마트에 들어서자 아랍어가 여기저기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품 이외에도 마살라, 카레, 생소한 향신료 가루, 양고기, 물소고기 등 외국에서 온 사람들과 이국적인 음식에 관심이 생긴 한국인들을 위한 한국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식재료가 많았다. 기자들은 생소하지만 각자 맛보고 싶은 카레를 하나씩 구매해봤다. 수입 제품임에도 한국 물가와 비교해 합리적이라 이태원동 주민이라면 이 상점을 자주 이용할 것 같았다. 

 

스페인 요리 전문점 타파스바의 ‘해산물 토마토 빠에야’와 ‘꿀 치즈 대구구이’
스페인 요리 전문점 타파스바의 ‘해산물 토마토 빠에야’와 ‘꿀 치즈 대구구이’

식사를 위해 향한 곳은 스페인 요리 전문점 ‘타파스바’다. 타파스바는 포린푸드마트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걷다 보면 나오는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 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스페인의 화려한 전통 장식들과 스페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눈에 띄었다. 기자들은 스페인 전통 요리인 ‘해산물 토마토 빠에야’와 ‘꿀 치즈 대구구이’를 주문했다. 토마토소스와 해산물 스튜 등 요리에 기본이 되는 소스나 재료들을 만드는 데 시간이 걸려 식사가 나오기까지 40분 이상이 소요됐다. 해산물 토마토 빠에야는 독특한 향이 났지만 해산물 볶음밥과 비슷한 맛이 나 익숙하게 먹을 수 있었다. 꿀 치즈 대구구이는 대구 살과 토마토소스, 꿀, 치즈가 조화롭게 어울려 환상적인 맛을 냈다. 오래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맛이었다.

 

빈티지한 분위기를 풍기는 앤틱가구거리의 상점
빈티지한 분위기를 풍기는 앤틱가구거리의 상점

식사를 마치고 앤틱가구거리를 방문했다. 앤틱가구거리는 1960년대 주한미군이 철수하며 남긴 가구들을 상인들이 매입해 판매한 것을 시초로 해 고가의 장식품뿐만 아니라 실용성 있는 생활 가구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됐을 정도로 유서 깊은 장소다. 가구거리는 가게마다 자신들만의 분위기로 가구를 배치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의류를 판매 중인 이태원시장 지하 1층
다양한 의류를 판매 중인 이태원시장 지하 1층

가구를 구경하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고 이태원시장으로 향했다. 이태원시장은 의류 판매점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다른 시장들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았다. 1970년대 용산기지가 개편되면서 이주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많은 인원이 이태원시장 근처에 몰렸다. 이중 의류 사업을 하는 상인들은 용산기지와 이태원시장 일부에 위치했지만 점차 규모를 늘려가 시장 전체를 차지하게 됐다. 시장을 돌아다니며 옷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튀르키예 전통 카페 알페도의 다과 ‘카이막’과 ‘터키시 커피’
튀르키예 전통 카페 알페도의 다과 ‘카이막’과 ‘터키시 커피’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튀르키예 전통 카페 ‘알페도’다. 튀르키예의 감성을 느끼기 위해 전통 다과인 ‘카이막’과 ‘터키시 커피’를 주문했다. 카이막은 지방 함량이 높은 물소 우유의 지방을 모아 굳혀 크림처럼 만든 음식으로 꿀과 함께 빵에 발라먹는다. 일반 크림보다 더 고소하고 빵과 잘 어울렸다. 터키시 커피는 튀르키예 전통 용기에 물과 커피, 설탕을 넣어 끓이고 식히기를 세 번 반복한다. 우러난 커피가 가라앉으면 데미타스 잔에 천천히 따라 완성한다. 커피 맛은 약간 시큼한 에스프레소 맛이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잔에 커피 찌꺼기를 거르지 않고 준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이 찌꺼기를 접시에 엎어 하루 운세를 점친다고 한다. 찌꺼기 때문에 커피를 끝까지 마시진 못했지만 튀르키예만의 독특한 전통을 느낄 수 있어 신기했다. 이처럼 한국 속 외국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이태원동을 걸으며 문화의 다양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박성호 기자 revo171225@uos.ac.kr
정재현 수습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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