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라가겠습니다

▲ 배봉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용마산
▲ 배봉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용마산

‘서울, 올라가겠습니다’에서 두 번째로 올라갈 산은 배봉산입니다. 우리대학 구성원들은 배봉산이라는 이름이 굉장히 익숙할 겁니다. 음악관, 생활관 바로 뒤편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봉산은 동대문구 휘경동과 전농동에 걸쳐있는 해발고도 106.03m의 나직한 산입니다. 배봉산이 상대적으로 작고 낮은 산이라고 해서 역사적인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선시대 배봉산에는 사도세자의 묘소인 ‘영우원’과 순조의 생모인 수빈 박씨의 묘소 ‘휘경원’이 있었습니다. 정조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사도세자가 자신의 아버지라 밝히고 그의 추존*을 시도했습니다.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 화성으로 옮기기 전까지 매일 배봉산에 가서 절을 했기 때문에 절 배, 봉우리 봉 자를 써서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휘경동이라는 이름 또한 수빈 박씨의 묘소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음악관 좌측에는 산책로가 있습니다. 산책로를 조금 걷다 보면 배봉산둘레길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배봉산둘레길은 총 3.3km로 한 바퀴를 도는데 1시간이 조금 넘게 소요됩니다. 4.5km의 무장애 둘레길은 전동차나 휠체어로도 이동할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 어렵지 않게 산책할 수 있습니다. 둘레길에서 배봉산 정상으로 가는 길 곳곳에 있는 운동기구와 벤치에서 많은 사람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잘 정비된 길과 깔끔한 나무 표지판 덕분에 어린아이와 강아지도 어렵지 않게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배봉산 정상에 오르면 가장 먼저 탁 트인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낮지만 주변에 방해물이 없어 온 사방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남쪽에는 롯데타워가 높이 솟아 있고 저 멀리 북서쪽으로는 북한산까지 보입니다. 우리대학 근처에 위치한 청량리역도 보이고, 용마산은 마치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합니다. 정상이 뾰족하지 않고 넓은 평지 같아서 많은 사람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한편 정상 한쪽에서는 잘 보존된 고구려의 보루를 볼 수 있습니다. 배봉산 보루는 인접한 보루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성벽이 잘 남아있고 중랑천 서쪽에서 확인된 최초의 고구려 유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중랑천 동쪽에 있는 아차산 보루들과 축성 기법 측면에서 연관성이 높아 삼국시대 서울의 역사적 정황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기도 합니다.

배봉산에 오르다 보면 계단 대신 있는 보행매트와 길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한 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길을 내려고 한흔적입니다. 맨발로 걷는 황톳길과 지압길이 있고 숲속도서관, 야외무대 등 휘경동 주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가득합니다. 곧 이어질 단풍의 계절에 배봉산에 올라가 보는 건 어떨까요?

*추존: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죽은 이에게 임금의 칭호를 주던 일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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