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노약자와 심약자 절대 입장 금지!’ 발길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이 문구는 대학로 아스가르드 씨어터에 붙어 있는 무서운 경고문이다. 기자는 땀에 젖은 손으로 극장 문을 열었고 다리를 떨며 공포연극 ‘스위치’를 끝까지 관람했다. 

스위치는 90분 동안 진행되며 가격은 평일 1만 6천원 주말 1만 8천원이다. 연극은 대학로 연극 흥행 신화의 주인공 ‘고연출’이 신작을 성공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기이한 일을 다룬다. 고연출은 신작 출연 배우들을 연습실에 가둬두고 밤새 연습시키거나 고함을 지르는 등 강압적으로 대한다. 그런데 연습 도중 극장의 불이 갑자기 꺼지거나 신작 주인공들이 귀신을 보는 등 이상한 사건이 발생한다. 의심스러울 만큼 성공적인 고연출 연극의 비밀을 한 기자가 파헤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알고 연극을 관람하면 더욱 재미있으리라 생각한다. 연극 초반부터 흥행의 비밀을 반드시 알아내겠다는 생각으로 추리하며 관람하니 연극의 재미가 배가 됐다.     

 

▲ 커튼콜 때 포즈를 취하는 배우들
▲ 커튼콜 때 포즈를 취하는 배우들

공포연극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많은 걱정을 안고 대학로로 향했다. 차라리 무서운 분위기에 미리 적응해두자는 생각으로 연극 시작 15분 전에 미리 입장했다. 하지만 적응은커녕 시간이 갈수록 떨리는 마음은 커졌다. 하나둘씩 자리가 차면서 모든 좌석에 빠짐없이 관객이 들어와 앉았다. 암흑 속에서 연극이 시작됐고 무수한 걱정들은 쓸모없음을 깨달았다. 코믹한 요소가 연극의 반을 차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재밌는 연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관객을 무대로 불러 배우와 댄스 대결을 하는가 하면 무서운 분위기에도 시트콤 같은 과장된 연기를 하는 모습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공포연극답게 긴장감이 고조될 때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도 많았다. 갑자기 암흑 속에서 형광색 귀신 가면이 눈앞에 튀어나왔을 때 너무 놀라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기어 나오는 귀신을 봤을 때는 기괴하고 소름이 끼쳐 옆에 앉은 친구의 손을 부러뜨릴 듯 세게 붙잡았다.

스위치는 지난 2017년 첫 공연을 시작해 6년째 대학로 인기 연극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스위치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각, 촉각, 청각을 자극하는 4D 연극이라는 점이다. 귀가 아플 정도의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와 바람이 나오는 효과 등을 이용해 몰입도를 한 층 높인다. 실제로 관객의 신체를 건드리기도 하는데 언제 어디서 자신을 건드릴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어깨를 한껏 움츠리게 된다. 귀신이 건드린 관객들은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질렀고 암흑 속에선 출처를 알 수 없는 비명들이 터져 나왔다. 공포의 생생한 전달이 가능한 이유는 관람 좌석이 64석밖에 되지 않는 소극장에서 공연하기 때문이다. 특히 1열은 무대와 같은 높이에 위치해 무대와 관객석의 구분이 없었다. 

연극 소개 글에서 ‘무서운 좌석과 덜 무서운 좌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처럼 맨 뒤 열인 4열에 앉았음에도 배우의 목소리와 행동이 정확히 전달됐다. 좁은 공간에 여러 명이 붙어 앉다 보니 옆에 앉은 사람에게 의지하게 됐고 64명의 관객이 하나가 된 듯한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경계 없는 활발한 소통은 시설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소극장 연극을 찾게 만드는 이유다. 더위가 꺾여가는 요즘. 여름의 끝자락을 공포연극 스위치로 시원하게 장식해보는 건 어떨까.


조은정 기자 choej81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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