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9월 첫째 주 차트 1위와 6위는 ‘아이브’의 노래가 차지했다. ‘뉴진스’의 노래는 2위와 4위, 10위에 안착했고 ‘있지’의 곡도 9위에 올랐다. 7위와 8위도 ‘WSG워너비’의 곡이었다. ‘블랙핑크’를 제외하면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4세대 아이돌’이 이름을 올렸다. 가히 4세대 아이돌의 시대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급부상 중인 4세대 아이돌은 누구며 특징은 무엇일까.

사진 출처: 왼쪽 위부터 아이브 공식 트위터, 에스파 공식 트위터, 뉴진스  [Attention] 뮤직비디오 캡쳐
사진 출처: 왼쪽 위부터 아이브 공식 트위터, 에스파 공식 트위터, 뉴진스 [Attention] 뮤직비디오 캡쳐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4세대 아이돌

있지는 3세대일까, 3.5세대일까, 4세대일까. 이 질문에 정답은 없다.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약 7년간 아이돌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인지웅 케이팝(K-POP) 크리에이터는 “기본 계약 기간인 7년, 음악성이 달라지는 때, 신인들이 몰려나오는 시기 등 각자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다르다”며 “세대별로 대표적인 아이돌이 있긴 하지만 선을 긋듯이 구분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보통 코로나19 전후로 데뷔한 아이돌이 4세대”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아이돌 1세대는 H.O.T와 젝스키스라고 볼 수 있다. 인 크리에이터는 “1세대 아이돌이 활동하던 시기에는 아직 우리나라에 아이돌 문화가 제대로 생겨나지 않았었다”고 이야기했다. 2세대는 ‘아이돌’ 개념이 자리 잡고 본격적으로 활동하던 시기를 말한다.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등이 2세대 아이돌에 해당한다. 인 크리에이터는 “작곡에 신경을 쓰는 등 좋은 음악성으로 승부를 보던 때”라고 말했다. 3세대부터는 퍼포먼스에 신경을 많이 쓰기 시작하면서 지금 우리가 말하는 케이팝이 틀을 갖춘 시기다. 사람들에게 라이브로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굵직하고 화려한 안무가 많이 사용됐다. 엑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가 여기에 속한다.

4세대 아이돌은 카메라를 이용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앞선 세대와 구분된다. 인 크리에이터는 “비대면이 일상화된 코로나19 상황에 데뷔해 카메라를 이용한 안무를 많이 활용한다”고 전했다. 그는 “틱톡,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짧은 동영상 안에서 돋보이는 안무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제작자가 주목받게 된 것도 4세대 아이돌의 특징이다. 특색 있는 감성으로 유명한 제작자 민희진이 기획해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데뷔한 뉴진스가 예시다. 과거에도 SM의 유영진이나 켄지, JYP의 박진영 프로듀서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가진 제작자는 존재했다. 아이돌 문화 매거진 ‘아이돌레’ 팀원 황유진(22) 씨는 “프로듀서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지난 2020년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인기를 끌면서 그동안 아이돌 뒤에 있었던 댄서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프로듀서, 작곡가, 작사가 등 제작자들이 같이 수면 위로 올랐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아이돌도 등장했다. 아이돌레 팀원 A(21) 씨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케이팝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아이돌 산업 자체가 해외에 의존하는 경향이 커진 것 같다”며 “국내 인지도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에이티즈’는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활동한다”고 이야기했다.

함께 변한 팬덤 문화

황유진 씨는 11년째 ‘슈퍼주니어’의 팬이었다가 지난해 데뷔한 신인 걸그룹 ‘라잇썸’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황 씨는 “버블*같은 서비스의 등장으로 과거에 비해 콘텐츠 양이 훨씬 늘었다”고 전했다. 2세대 아이돌 슈퍼주니어는 과거 앨범 발매 후 출연하는 음악방송과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 등 소수의 매체를 통해서만 팬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앞서 언급한 버블에 더해 브이라이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아이돌을 만날 방법이 훨씬 늘었다. A씨는 “‘고잉 세븐틴’, ‘트레저맵’ 같은 아이돌 자체 콘텐츠가 하나의 필수 예능으로 자리 잡았다”며 “팬들도 콘텐츠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클립 영상으로 만드는 등 스스로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차이점도 있다. 가장 큰 예시는 대면으로 진행되던 팬 사인회가 영상통화 형식으로 바뀐 것이다. A씨는 “현재도 대면 팬 사인회와 영상통화 팬 사인회를 동시에 진행하는 아이돌이 많다”며 “영상통화 팬 사인회는 진행 시간이 짧고 해외 팬이 많이 응모해서 비용도 더 많이 든다”고 토로했다. 아이돌레 팀원 이현민(22) 씨는 “영상통화 팬 사인회는 아이돌을 직접 만나지 못하지만 화면 녹화를 편하게 할 수 있다”며 “아이돌에게 여러 챌린지나 애교를 부탁하고 녹화해 소장하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영상통화 팬 사인회는 모든 멤버가 아닌 가장 좋아하는 멤버 한 명과 길게 대화할 수 있는 방식도 있어서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4세대 아이돌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그룹은 스테이씨,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뉴진스 등이다. 걸그룹에 비해 보이그룹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지웅 크리에이터는 “아이돌 사업은 주로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며 “걸그룹은 대중성을 노려야 성공하고, 보이그룹은 여성 팬덤의 소비만으로 충분한 실적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이그룹이라고 해서 노래를 못 만드는 건 아니다”라며 “주 대상층이 대중인지, 특정 팬덤인지에 따라 컨셉과 노래가 달라진다”고 대답했다. 황 씨는 “한편으로는 지금이 걸그룹 전성기가 온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아이돌 시장은 3년에 한번씩 강산이 바뀐다

아이돌 시장에는 쉴 새 없이 변화의 바람이 분다. 지난 2020년 데뷔한 ‘에스파’는 8인조 걸그룹이다. 현실 세계의 카리나, 지젤, 윈터, 닝닝에 더해 가상 세계에 그들의 아바타가 각각 존재한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스파로 인해 케이팝 아이돌 시장에서 ‘AI 아이돌’의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1998년 ‘사이버 가수 아담’이라는 이름의 AI 아이돌이 있었지만 기술 구현에 드는 제작비 문제로 얼마 안 가 활동이 중단됐다.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한 AI 아이돌이 실제 아이돌을 대체할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인지웅 크리에이터는 “일본에서는 AI 아이돌이 도쿄돔에서 콘서트를 연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마음이 변할지 모르는 실제 아이돌에 비해 AI 아이돌은 회사 소유이기 때문에 계속 활동하게 할 수 있어서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이현민 씨는 “대중들이 받아들일지 미지수일뿐더러 아이돌 산업이 사람과 사람 사이 연결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므로 시기상조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인 크리에이터는 “10년에 한 번씩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아이돌 산업은 3년마다 대격변이 일어난다”며 “마치 가상 화폐처럼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게 아이돌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아이돌 산업이 단순히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 게임, 교육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춤, 노래, 때로는 연기까지. 아이돌은 정말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낸다. 황유진 씨는 “케이팝 산업의 여러 긍정적인 효과들을 목격하고 체험했다”며 “아이돌과 케이팝 산업이 오래 유지됐으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버블: 스타의 메시지를 1:1 채팅방으로 수신하고 수신한 메시지에 답장을 보낼 수 있는 월 구독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이주현 기자_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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