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LAW 말할 것 같으면

‘우, 우, 우.’ 지난 4월 제주시 땅속에서 들린 정체불명의 소리는 놀랍게도 개가 힘없이 우는 소리였다. 생매장된 푸들은 발견 당시 코와 주둥이 등 숨구멍만 노출된 채 땅속에 파묻혀 있었다. 푸들이 묻힌 주변에는 개의 몸체만한 큰 돌들이 놓여있어 더욱 충격을 안겼다. 구조 직후 푸들은 갈비뼈가 고스란히 보일 만큼 야윈 상태로 몸을 벌벌 떨며 거의 서 있지 못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1991년 제정됐다. 이후 여러 차례 부분적으로 개정됐으나 위 사례와 같이 동물 학대가 반복되는 등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동물보호와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지난 4월 전면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행 7장 55조로 이뤄진 법은 개정 후 8장 4절 103조로 대폭 확대돼 동물에 대한 안전망이 더욱 강화됐다.

동물 방임도 ‘폭력’입니다

개정된 법안에서 첫째로 눈여겨볼 점은 동물 학대와 관련된 조항이다. 지난 2019년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 3마리에게 물과 사료를 주지 않아 굶어 죽게 한 60대 남성은 1심에서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았다. 개 3마리의 생명을 빼앗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다. 개정된 『동물보호법』 제10조 4항 2는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 △먹이 제공 △적정한 길이의 목줄 △위생·건강관리사항을 위반해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는 동물 학대로 간주한다. 소유자의 관리의무를 강화해 실제 폭력과 사망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있어 적절한 복지와 보호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학대로 보고 처벌한다는 취지다. 관리의무 위반 시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덧붙여 동물보호법 개정 전까지 동물 학대로 사망에 이르면 최대 3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주어졌다. 개정법안은 추가적으로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 제도를 도입해 최대 200시간 범위에서 상담과 교육을 시행한다. 

둘째는 맹견에 관한 법안이다. 지난해 경북 문경에서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은 그레이하운드와 믹스견 6마리가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채 60대와 40대 모녀를 공격했다. 사고로 모녀는 두피가 뜯겨나가고 목과 전신을 물어뜯기는 등의 중상을 입었다. 동물보호법 개정 전까지 맹견으로 분류된 개만 입마개 착용 대상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기질평가위원회’를 통해 맹견 여부가 정해지게 됐다. 기질평가위원회는 각 시도에 배치돼 맹견과 맹견이 아닌 개의 타고난 성격을 평가한다.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은 개도 사람과 동물에게 해를 끼치면 기질 평가를 통해 맹견으로 분류될 수 있게 됐다. 기질 평가 결과와 주인이 맹견을 키울 능력 이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종적으로 맹견 사육이 허가된다. 더불어 개정된 동물보호법으로 민간 자격증이던 훈련사에게도 변화가 생긴다. 꾸준히 증가하는 개 물림 사고 방지를 위해 반려동물 행동 지도사가 정식 국가 자격증화될 예정이다.

 

▲ 유기동물 보호소의 멍한 눈빛의 개
▲ 유기동물 보호소의 멍한 눈빛의 개

유기동물 보호소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달라진다. 민간이 개별적으로 운영해왔던 사설 동물보호소가 민간동물시설 신고제의 도입으로 국가 관리하에 들어온다. 동물이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시설의 관리와 운영기준이 생기고 정부 지원도 확대될 예정이다. 브리더*와 펫숍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동물수입업과 판매업 등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개정돼 국가의 허락이 있기 전에 반려동물 관련 영업을 할 수 없게 된다. 유기 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인이 기르길 포기한 반려동물을 지자체에서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동물인수제’도 시행된다. 다만 무분별한 인수신청을 막기 위해 사육 포기 사유를 장기 입원, 군 복무 등으로 제한했다. 

개정법안은 다음 해 4월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나 맹견사육허가제와 반려동물 행동 지도사에 관한 법은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기간을 고려해 2년 후인 2024년 4월 27일부터 시행된다. 

아쉬움과 기대감이 섞인 반응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을 두고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먼저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정책팀장은 “국내에는 동물 학대 대응 체계가 없다시피 하다”며 “공무원들이 학대 여부를 판별하지 못해 피학대 동물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보호법은 열거주의로 돼 있어 법률상 열거된 항목만 처벌해 특별한 학대 수법은 처벌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포괄주의로 나아가 피학대 동물보호의 허점을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단체가 가장 중요한 조항으로 꼽은 점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구축이다. 지금까지 동물 관련 정책은 실질적인 데이터보다 직감에 의존해 추진됐다. 이번 개정으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동물보호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해야 한다. 채 정책팀장은 “동물보호정보를 기반으로 각종 정책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되짚고 개선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덧붙여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 내 동물보호에 대한 변화 요구가 있다는 것”이라며 “변화가 예고된 만큼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관련 기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A씨는 “동물보호법이 바뀌면서 내년부터 우리 사회의 소외된 동물이 주목받고 보호받길 기대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브리더: 가축이나 식물의 교배, 사육, 생산을 담당하는 직종 혹은 그 직종을 가진 사람


최수빈 기자 csb@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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