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반려동물 관리 방안 국민의견 조사」에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의견을 묻는 항목이 하루 만에 삭제됐다. 해당 설문에서는 △반려견 등록제도 인식 여부 △반려동물 입양 전 기본 교육 의무화 △동물학대행위자 대상 동물 사육 금지 △물림 사고 가해 동물 안락사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해당 항목이 반려동물에 대한 편견을 키우고 동물 관련 사고의 다양한 원인을 간과한다며 수정 혹은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설문 참여자들은 댓글을 통해 찬반 논쟁을 펼쳤다. 국가의 반려동물 정책과 국민의 반려동물 정서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충돌하는 모습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국가, 반려인과 비반려인, 동물단체의 입장을 알아보고 앞으로의 반려동물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알아봤다. 

 

▲ 중성화 수술 후 넥카라를 착용한 반려묘
▲ 중성화 수술 후 넥카라를 착용한 반려묘

반려인 공감 못 받는 반려동물 보유세 

정부와 농식품부는 지난 2020년 발표한 「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계획」과 4월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통해 반려동물의 복지를 증진하겠다고 밝혔다. 핵심 내용은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예산 확대 △유기·피학대동물 구조 체계 개선 △반려동물 보유세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농식품부는 지난해부터 지자체 동물보호센터 지원 예산을 확대해 시설과 인력 기준을 개선했다. 동물들에게 넓은 생활 공간을 보장해주지 못했던 이전과 달리 케이지를 2단 이상 쌓는 것을 제한해 편안한 생활을 제공하고자 했다. 보호 두수 50마리당 관리인력을 1인 이상으로 하고 보호센터 지정취소 규정을 강화했다. 지원 예산 사용처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거나 확실한 횡령 근거가 발견될 경우 보호센터 지정을 취소한다. 동물을 소홀히 돌보는 보호센터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정희선 사무관은 “지자체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를 확충해 유실·유기동물이 더욱 나은 환경에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며 “유실·유기동물의 입양 활성화 캠페인 등을 통해 다시 좋은 반려인을 찾을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논란이 됐던 반려동물 보유세는 지자체 동물보호센터와 전문기관 등의 설치·운영비 지원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을 양육하는 반려인에게 세금을 부과해 동물복지 증진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농식품부와 정부가 주장하는 반려동물 보유세의 목적에 동물단체와 반려인은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동물권행동 카라 신주운 정책기획팀장은 “반려동물 보유세가 어떻게 동물복지 증진에 도움이 되는지, 장단점은 무엇인지, 악영향과 그에 대한 대비책은 무엇인지 등 총체적 조사 및 연구가 선행돼야 했다”며 “농식품부 설문조사는 선행돼야 할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 찬반투표를 진행해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원광대학교 반려동물산업학과 김옥진 교수도 “반려동물에 대한 세금 부과는 반려인에게 정부가 반려동물 양육에 관해 부정적 정책을 시행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반려인들에게 경제적·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촌 마을에서 고양이 여러 마리를 돌보는 A(57) 씨는 “나처럼 고양이를 집에서 키우지 않고 마당냥이와 길냥이들을 보살피는 경우에도 반려동물 가구로 볼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하며 불명확한 반려동물 기준을 지적했다. 

 

▲ 반려묘와 반려인의 정보가 새겨진 인식표
▲ 반려묘와 반려인의 정보가 새겨진 인식표

반려동물 정책의 시작: 동물등록제 

현재 시행되는 반려동물 정책은 모두 동물등록제에서 시작한다. 반려동물 보유세 등 다른 반려동물 정책과 사업의 시행을 위해서는 동물등록제가 선행돼야 한다. 동물등록제는 동물의 유기를 방지하고 동물 소유자의 책임 의식 제고를 위해 등록대상동물을 각 시·군·구청에 등록하는 제도다. 등록대상동물은 ‘주택·준주택 등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로 규정된다. 농식품부 정희선 사무관은 “동물등록은 유실·유기동물 발생을 예방할 수 있고 책임 있는 반려동물 양육 문화 조성에 기여한다”며 효과를 설명했다. 동물등록 방법은 내장형 무선식별장치 개체 삽입 혹은 외장형 무선식별장치 부착으로 구분된다. 내장형 개체는 동물용 의료기기로 인정된 마이크로칩(RFID칩)을 사용하며 외장형 장치는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정보가 표시된 인식표로 제공된다. 

해당 장치는 동물병원과 동물보호단체 등 대행기관에서 제공되며 시·군·구청에서는 등록번호와 반려인의 인적 사항을 기록한 동물등록증을 발급한다. 농식품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1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물등록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이 55.2%, 잘 모른다는 응답이 44.8%로 나타났다. 동물등록제 인지율은 지난 2020년 대비 4.6%P 증가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다만 반려견 양육자의 86.5%, 미양육자의 47.9%가 제도를 인지하고 있다고 나타나 인식 여부에 큰 차이를 보였다. 현재 동물등록제는 반려동물 중 반려견을 중심으로 진행돼 사실상 반려견 의무 등록 제도라는 한계점을 가진다. 정 사무관은 “동물의 등록 여부에 대한 확인과 단속이 어려워 반려인이 자발적으로 등록하지 않은 경우에는 미등록에 대한 제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월부터 반려묘 등록 시범사업을 전국 확대 시행했다. 정부는 증가하는 반려묘의 보호와 유실·유기 방지를 위해 해당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반려묘 등록 시범사업은 반려견 등록제도와 달리 반려인의 자율적 참여로 이뤄지며 언제든지 등록할 수 있다. 또한 내·외장형 등록이 모두 가능했던 반려견과 달리 반려묘 등록은 내장형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외장형 방식은 유연하고 예민한 고양이의 특성을 고려해 제외됐다. 다만 반려인 재량으로 외장형 인식표를 제작할 수 있게 했다. 농식품부의 「2021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묘 등록 의무화에 대한 응답은 모든 반려묘 등록 의무화 및 미등록자 처벌 필요(62.1%), 현행 유지(32.6%), 필요하지 않음(5.2%) 순으로 나타났다. 

진정으로 동물을 위하는 국가 

국가가 시행하려는 반려동물 정책과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인식도 계속해서 부딪히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반려묘를 키우는 B(21) 씨는 “반려동물 가정에 세금을 부과해 동물복지를 증진한다는 말은 이상적”이라면서도 “그 세금이 진정 동물들을 위해 쓰일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비반려인 C(24) 씨는 “반려동물 관련 과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지금까지 비반려인의 세금도 동물 복지에 사용됐다면, 앞으로라도 반려동물 가구에게 세금을 거두고 그 돈이 동물복지에 쓰이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옥진 교수는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한 반려인과 동물보호단체의 반대가 거세다”며 “정부에서 반려동물 보유세의 필요성을 알리고 기대 효과를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가 정책 기저에 깔린 전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신주운 팀장은 “동물보호법상 규정된 처벌이 실제 판결에서 적용되는 경우가 적다”며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법적 전제가 원인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신 팀장은 “반려동물을 떠나 동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 보호 및 복지증진 제도 강화, 동물 대상 불법행위에 대한 엄중 처벌 등 전체적인 개선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반려인 B씨는 “반려동물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계속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국가의 정책과 법은 국민 정서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며 “동물 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법에서 규정하는 동물의 지위부터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반려동물 정책에서 우선순위는 반려인도 비반려인도 아닌 반려동물의 복지 향상이어야 한다”며 진정으로 동물을 위한 국가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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