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어문교육 비교연구회 제5회 국제학술대회

지난 달 26일에는 국어국문학과에서 주최한 제5회 국제어문교육 비교연구회 국제학술대회가 ‘한국 근대문학과 일본’이라는 주제로 개최되었다.

기조 강연으로 권영민(서울대)교수가 <한국 근대문학과 일본적 식민주의 담론의 영향>이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권 교수는 “1895년 1월 일본인들이 창간한 「한성신보(漢城新報)」는 일본 정부의 자금을 받아 간행한 일종의 정부 기관지이며 단순한 민간인 신문은 아니다”라며 “이 신문은 일본이 의도하는 조선을 만들기 위한 일본적 정보의 담론화에 앞장섰던 신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근거로 해당 신문에 연재된 국문 소설을 분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신진사문답기(申進士問答記)>는 당대의 조선 현실과 관련하여 일본이 주장했던 여러 가지 정치적 견해를 가장 구체적인 서사적 형상을 통해 담론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한성신보사가 개입되어 있던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전말이다. 소설 내용대로 본다면 「한성신보」에서는 명성황후 시해의 범인이 분명 일본인임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일본 정부의 개입만은 부정한다.

이같은 해명은 지금껏 명성황후 시해의 범죄 자체를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해 온 일본 측의 주장이 허위였음을 밝혀주는 근거가 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신진사는 범인들이 비록 조선의 입장에서 본다면 패역의 죄인이지만 일본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충성을 보인 것이니 죄를 물을 것이 아니라 상을 줄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펼친다.

이처럼 <신진사문답기>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과 거기에 관련된 담론을 서사양식을 통해 일본 지향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한국의 독자층이 지니고 있는 이념적 성격과 대중적 취향을 검증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어 방민호(서울대)교수는 <일제 말기 이태준의 일본 사소설 전유 양상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에서 방법론적 개인주의에 입각한 자아의 원리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학을 구축하고자 했던 이태준의 시도를 논의했고, 한형구(서울시립대)교수는 <한국문학의 ‘일본’ 이후 ; 탈식민의 꿈과 새로운 ‘민족문학’의 도전>이라는 논문에서 박인환과 채만식, 유종호 이상 세 명의 시와 소설, 비평을 통해 탈식민적 문화의식의 정향을 검토했다.

한편, 세리카와 데쓰요(芹川哲世; 二松學舍大)교수는 3·1독립운동을 테마로 한 일본인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였고, 시라카와 유타카(白川豊; 九州産業大)교수는 한국인이면서 일본어로 더욱 활발히 소설 창작을 했던 장혁주와 이석훈의 작품을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이경훈(연세대)교수는 이광수의 <흙>을 민족과 국가의 경합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하였다.

한국의 근대가 이룩한 성과의 의미와 한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작업은 필수적으로 한·일 간의 관련양상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으며, 문학의 경우에도 이 점은 마찬가지이다. 특히, 한편으로 동북아의 정세 변환이 거론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이 분야에 대한 연구의 심화를 절박하게 요청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중견 학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가운데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그런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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