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을 성공한 아이로 키워내는 것이 제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니까요.”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캐슬> 속 딸 ‘예서’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보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엄마 ‘한서진’은 헬리콥터 부모를 연상시킨다. 헬리콥터 부모란 자녀 주위를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아이에게 잔소리하고 학교와 교사에게 간섭하는 부모를 말한다. 그들은 아이를 돕는다는 명목하에 자녀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녀를 통제한다. 자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항을 대신 결정해주기도 한다. 

대학까지도 이어지는 부모의 간섭 

자식이 성인이 되고 대학에 입학한 이후에도 여전히 자녀 주위를 맴돌며 간섭하는 부모가 있다. 몇몇 대학 의과대학에는 ‘학부모회’가 존재한다. 학부모회는 돈을 모아 학교에 발전 기금을 내고 대학은 학부모회와 연관된 자녀들에게 진로 교육이나 취업 상담을 제공한다. 의대 입학에 그치지 않고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이어지는 교육과정이 학부모회를 조성하는 기반이 됐다. 심지어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학부모회도 존재했다. 의전원의 경우 서른을 넘긴 학생도 많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학교 측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심리적 요인이 의전원 학부모회 조성에 기여했다. 

우리대학에서도 헬리콥터 부모를 경험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우리대학 교직원 A씨는 “학부모가 전화해 어떤 과목이나 분반을 수강해야 하는지 문의했던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한 번은 학생을 직접 데리고 오셔서 수강신청을 도와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며 “학교나 학과, 학생회 측에서 충분한 안내가 제공돼 학생이 직접 할 수 있는 부분인데 부모가 대신해주는 경우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직원 B씨 역시 “자녀가 재수하는데 어떤 수업을 수강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대신 수강신청을 했던 경우가 있었다”고 답했다. 수강신청과 관련된 문의는 매년 수강신청 시기마다 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학부모로부터 수강신청과 관련된 문의만 오는 것은 아니었다. 교직원 A씨는 “자녀가 아픈 경우 공결서를 어떻게 발급해야 하는지 학부모가 대신 물어봤던 경우가 있었다”며 “성인이 된 학생들을 믿고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교무과 교직원 C씨는 “부모님들이 휴·복학 처리나 연장 방법에 대해 전화를 많이 주신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 학부모가 문의하는 상황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교수들에게는 자녀가 받은 성적에 대해 직접적으로 문의가 오는 경우가 다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자녀가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자녀의 전반적인 삶에 개입하는 부모가 여전히 존재했다. 

우리대학에서 <심리학의 이해>를 가르치는 전주람 교수는 “헬리콥터 부모의 자녀들은 자립심이 결핍돼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본인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지 못한다”며 “어떤 일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부모 교육 부재, 사회 구조적 아쉬움 남아 

사회적 구조가 변함에 따라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면서 헬리콥터 부모가 늘었다. 과거에는 자녀가 여럿이고 생업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지만 최근에는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겨 한두 명의 자녀에게 관심을 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주람 교수는 “가족의 형태가 확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자녀 수가 줄어 관심이 집중되는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 사회의 체면주의와 경쟁주의적 면모로 인해 타인과 비교하며 자녀를 높은 사회적 위치에 올려놓기 위한 양육 수단을 택하는 것 같다”며 전반적인 사회구조 속 개인의 욕구가 반영된 하나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헬리콥터 부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개인 차원에서의 노력으로 전 교수는 “부모가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면 좋겠다”며 “한국 정서는 서로 얽히는 끈끈한 공동체 느낌이 강하지만 자녀는 다른 존재이니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위치에서 관심을 주면 좋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사회 제도적 측면에서 부모 교육이 부재한 점도 지적했다. “부모가 되면 갑자기 많은 역할이 주어지는데 부모의 역할에 관해 공부할 기회와 제공되는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정책적 부모 교육의 부재에 대해 아쉬움을 전했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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