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 박동수(국사 22) 학우

이번호에서는 한국 큐브 종합 랭킹 1위인 박동수(국사 22) 학우를 인터뷰했다. 박동수 학우는 여러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으며 지난 7월 열린 ‘NTU Big Cube Open 2022’에서 6×6×6 종목 아시아 신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큐브를 시작한 계기부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큐브 초심자를 위한 팁까지 박동수 학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박동수(국사 22) 학우
박동수(국사 22) 학우

큐브와 연관성이 없는 국사학과에 진학한 이유가 궁금하다
큐브를 시작하기 훨씬 전인 어릴 때부터 역사책만 찾아 읽을 정도로 한국사에 관심이 많았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어느 과를 선택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한국사를 깊게 배우고 싶어 국사학과를 선택했다. 

큐브를 접하게 된 계기와 매력은
중학생 시절 큐브가 유행해 주변 친구들이 먼저 큐브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친구들이 왜 큐브를 하는지 궁금해져서 큐브에 손을 뻗게 됐다. 
큐브의 매력은 새로운 방법이나 공식에 끝이 없다는 점이다. 큐브는 맞추는 방법이 정말 다양한데 해법을 하나씩 알게 되면서 큐브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또 다른 매력은 연습할수록 정직하게 실력이 느는 데에서 오는 성취감이다. 큐브를 시작하고 한동안 시간이 가는지 모르고 계속 큐브를 만졌던 기억이 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두 가지 순간이 떠오른다. 첫 번째는 처음으로 큐브 대회에서 입상했을 때다. 당시 입상은 했지만 평소 연습하던 실력을 전부 보여주지 못했다. 첫 입상에 기쁘면서도 아쉬움이 커 만감이 교차했던 순간이었다. 두 번째로 싱가포르에서 열린 ‘NTU Big Cube Open 2022’에서 신기록을 세웠던 순간이 떠오른다. 5×5×5 종목 단일 한국 신기록, 6×6×6 종목 단일과 평균 아시아 신기록, 7×7×7 종목 단일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다. 지금까지 종합 랭킹은 1위였지만 개별 종목에서 신기록을 수립한 적이 없었다. 기록을 깨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징크스가 생겼고 매번 신기록을 경신할 기회를 아쉽게 놓쳐왔다. 이번 대회에서는 징크스를 깨고자 하는 마음이 정말 간절했다. 신기록을 경신한 순간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했다. 주변 사람들의 환호와 축하 소리가 들려오면서 점점 실감 났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밀려왔다. 지금도 그 순간만 생각하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한국 큐브 종합 랭킹 1위인 소감은
종합 랭킹 순위는 세계큐브협회 공인 17개 종목 순위를 합쳐 숫자가 작은 순서대로 순위가 정해진다. 4년 전 처음 1위에 올랐을 때 좋아하는 분야에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에 매우 기뻤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 그때만큼 감흥은 없지만 한국 종합 1위라는 사실은 여전히 뿌듯하고 자존감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한국 랭킹 1위에서 보다 나아가 다음 해 인천에서 열리는 ‘WCA World Championship 2023’에서도 꼭 시상대에 오르고 싶다. 

 

▲ 박동수 큐브선수가 실제 사용하는 큐브들
▲ 박동수 큐브선수가 실제 사용하는 큐브들

가장 자신 있는 종목과 어려운 종목은 무엇인가
가장 잘하는 종목은 4×4×4, 5×5×5, 6×6×6, 7×7×7이다. 조각만 확장된 형태의 큐브를 ‘N×N×N 큐브’라 부르는데 맞추는 방법과 공식이 유사해 묶어서 같이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재밌어서 연습도 많이 하고 대회 나갈 때마다 입상이나 기록을 경신하기도 하는 종목들이라 가장 자신 있다. 
반면 가장 어려운 종목은 5×5×5 눈 가리고 맞추기다. 눈을 가리기 때문에 암기량이 많고 실행해야 하는 회전과 공식도 많다. 모든 과정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큐브를 완성할 수 있다. 대회에서 이 종목을 총 9번 시도했는데 단 한 번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세계큐브협회 공인 17개 종목 중에서도 실패율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눈을 가리고 어떻게 큐브를 맞추는가
큐브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보통 큐브의 색상이나 패턴을 외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큐브를 구성하는 조각마다 마음속으로 미리 글자를 매겨둔다. 섞여 있는 큐브를 받은 후 각 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좇으며 글자를 외운다. 이 과정을 ‘트레이싱’이라 한다. 이때 글자를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묶어서 단어를 상상해 외운다. 전부 외웠으면 눈을 가리고 각 글자에 해당하는 공식을 하나씩 쓴다. 해당하는 공식을 모두 사용하면 큐브가 맞춰진다. 

‘DongSoo Park‘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이유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꾸준히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유튜브에 큐브 맞추는 영상들을 올리는 걸 보고 따라서 영상을 하나씩 올렸다. 오랫동안 큐브를 맞추는 영상만 올렸는데 다른 영상도 올려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피라밍크스* 왕초보 해법>, <3×3×3 큐브 조립하는 법> 등 초보자를 위한 해법과 지금까지 얻은 노하우를 전달하는 다양한 영상을 올리고 있다. 기존에 유튜브에 있던 큐브 영상들이 비효율적인 공식이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보고 답답함을 느껴왔다. ‘DongSoo Park’ 채널에서는 더 좋은 영상을 만들어 큐브와 관련된 내용을 정확하고 전문적으로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큐브 초심자에게 팁을 준다면
큐브를 맞추는 방법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기에 끈기 있는 태도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처음 큐브를 접했을 때 나 같은 사람은 할 수 없는 신기한 것으로만 치부하고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해봤고 완성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블로그를 통해 큐브 맞추는 방법을 공부했고 하나씩 따라 해봤다. 이렇게 3×3×3 큐브를 맞추는 데에만 꼬박 3일을 쏟았다. 첫 시도에는 3일이 걸렸지만 두 번째는 몇 시간도 안 걸렸고 지금은 10초 만에 큐브를 완성할 수 있다. 어렵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될 때까지 노력하는 태도가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끝까지 도전해보면 언젠가 반드시 된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 큐브다. 도전의 첫 걸음으로 ‘DongSoo Park’ 채널의 <공식 고작 2개로 3×3×3 큐브 맞추는 법>을 보고 따라 해보기를 추천한다. 

큐브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이 큐브를 알고는 있지만 진심으로 큐브를 즐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큐브를 잘한다고 하면 신기해하지만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나 공부에 방해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인식을 접할 때마다 큐브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마음이 컸다. 딱 한 번만 성공해도 좋으니 큐브를 맞추는 것에 꼭 도전해보셨으면 한다. 사람마다 흥미는 다를 수 있지만 큐브를 즐기는 입장에서 많은 사람이 큐브의 매력을 알게 되길 바란다.

*피라밍크스: 한 면이 9개 정삼각형으로 나누어져 있는 정사면체 모양 퍼즐


조은정 기자 choej81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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