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와 미국의 정치철학자 로버트 노직, 이 두 사람은 같은 날 암으로 먼 길을 함께 떠났지만 유럽과 미국을 대표하는 사상가로서 두 사람이 걸어 온 길은 대단히 대조적이었다. 부르디외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비판에 앞장서 온 반면 노직은 세계화를 강력히 뒷받침하는 철학을 제시해 온 미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철학자이다.

부르디외는 과학적 중립성을 포기하고 과학적 투쟁성을 강조하며 사회학에 기반한 자신의 학문을 사회변혁의 무기로 삼아 투쟁가로 나섰다. 그는 사망하기 직전까지 반신자유주의와 반세계화 운동을 주도하며 프랑스 내 극우파에 대항해 싸웠다.

이와는 정반대로 노직은 미국의 사회복지 제도에 대한 비판자로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에 관련된 논쟁의 중심이 되어 왔다. 특히 그는 오직 개인의 소유권을 보호하는 최소국가만이 정당하며 그 이상의 국가는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