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찬(국사 18)

‘말(言)’은 몸짓, 표정과 더불어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을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기는 사회에서 말 한마디는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러한 말의 중요성은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와 같은 관용구의 존재에서도 알 수 있다.

친구 혹은 연인 사이에서 모진 말 한마디로 관계가 단절되거나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기도 하는 반면에 따듯한 말 한마디로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얼어붙은 관계가 녹아내리기도 한다. 앞선 이유로 말을 잘하는 것은 사회생활에 있어 상당히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정치 지도자와 같이 사회적인 영향력이 지대한 공인(公人)의 경우 위와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가 역사의 방향을 바꾼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윈스턴 처칠은 어디서든 독일에 맞서 싸울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연설을 통해 영국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고취시켰다. 처칠의 말 한마디에 단합된 영국과 연합국의 국민들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한편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또한 연설을 통해 국민을 단합시켰고 이러한 모습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각종 지원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정치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국가의 현재 상황, 더 나아가 국가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삼이사의 말 한마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따라서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정치 지도자 자신을 파국으로 몰아넣은 사례 또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대학생의 죽음을 포장하려 했던 5공 정권은 말 한마디에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 의식을 일깨워주었다. 강한 저항에 부딪힌 군사독재 정권은 불과 반년도 되지 않아 힘없이 백기 투항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설화(舌禍)로 불거진 논란에 대해 지도자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대개 지도자 자신이 내뱉은 말에 대해 변명과 무시로 일관하는 경우 엄중한 비판을 받았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신 국민 앞에 서서 허심탄회하게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경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고 논란을 봉합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의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설화를 일으키는 상황 자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책임을 말하고 싶다.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이 보도하는 영상과 사진을 통해 증거가 확실하게 남는 현대 사회에서 지도자의 말과 행동은 공식과 비공식을 막론하고 국민 앞에 공개될 수 있다. 따라서 지도자는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을 통해 대중에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반드시 인지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품격을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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