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를 뽑을 때 땅 위로 줄기만 잘라내면 다시 자라기 마련이다. 땅속 숨겨진 뿌리를 캐야 한다. 모든 문제는 근본 원인을 찾아 없애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 누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대학은 줄기만 베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매년 눈에 보이는 부분만 보수하니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복되는 건 당연지사다.

누수의 뿌리를 찾기 위해선 천장을 모두 들어내는 등 건물 전체를 살피는 공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시설과에서 진행 중인 조치를 살펴보면 전체를 들어내고 근원을 해결하는 공사는 거의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큰 규모의 공사는 긴 기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많은 예산이 필요해 추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대학 내 누수가 발생하는 건물은 10곳도 넘지만 담당자는 단 한 명이다. 발령되지 얼마 되지 않은 주무관은 하루에도 몇 건의 신고를 접수받고 매일 현장에 나가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 벅찬 업무량에 적응할 때쯤이면 순환보직제도에 따라 타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다음에 오는 담당자는 또 다시 현장을 돌아보고 누수 현황을 파악하는 데에만 많은 시간을 소요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규모가 큰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서울시로부터 여러 심사와 승인을 받는 중간 절차가 필요해 시간이 지체되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보수공사가 늦어지면 종이를 보관하는 서점이나 인쇄소, 우체국의 경우 막심한 피해를 입는다. 고가의 악기들이 있는 음악관이나 전산 정비가 모인 정보기술관 등도 그렇다. 누수로 인한 피해는 여름철에 집중되고, 그 기간이 끝나면 비가 잘 오지 않아 문제가 개선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근본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선 큰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자. 매번 눈에 보이는 부분만 수습해 누수가 반복되면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 역시 매년 소요된다. 공사중 발생하는 소음과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는 학내 구성원에게 불편을 안겨준다. 누수가 없다면 겪을 필요도 없는 일이다. 학교 측은 눈앞에 닥친 문제만을 해결하는 데서 나아가 폭넓은 관점에서 뿌리를 캐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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