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라가겠습니다

▲ 응봉산 정상에 펼쳐진 야경. 롯데타워와 동호대교 등 볼거리가 많다.
▲ 응봉산 정상에 펼쳐진 야경. 롯데타워와 동호대교 등 볼거리가 많다.

경의중앙선 응봉역 1번 출구로 나오자 ‘응봉산 가는 길’이라는 도로의 문구가 눈에 띕니다. 대전, 홍천, 인천, 부산, 남해 등…. 전국 각지에는 10개도 넘는 응봉산이 존재합니다. 매 응(鷹) 자를 쓰는 응봉산 명칭의 유래는 여러 가지입니다. 산 모양새가 매의 머리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고 매가 많이 서식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그중 서울의 응봉산은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부터 시작해 세종과 성종을 비롯한 왕들이 매사냥을 즐겼다는 데에서 기원했습니다. 사냥매를 사육하는 정부 기구인 응방을 설치한 이래로 조선 임금이 응봉산에서 매사냥을 한 기록은 약 100년간 151회에 달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름의 유래를 증명하듯 산 중턱에는 참매 동상이 위풍당당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매서운 참매의 모습과는 상반되게 응봉산은 오르기 만만한 산에 속합니다. “에계” 소리가 나올 만큼 높이가 낮기 때문입니다. 100m를 겨우 넘는 우리대학 뒤편 배봉산보다도 낮은 95.4m입니다. 더불어 나무 데크로 된 계단과 잘 포장된 시멘트길 덕에 산책하듯 가볍게 오르기 좋습니다. 산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야트막하지만 여느 산 못지않게 알찬 볼거리를 자랑합니다. 서울시 해돋이 명소로 꼽히는 응봉산에서는 매년 1월 1일 새해를 맞아 일출을 보는 해맞이 축제가 열립니다. 행사에서는 신년 첫 북을 울리고 풍물 공연이 이어져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3월 말부터 4월까지는 봄을 맞아 개나리가 산 전역을 노랗게 물들인 절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응봉산이 개나리 군락지가 된 배경에는 급격한 도시화가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봉우리지만 본래 응봉산은 남산 줄기에 붙어 성동구 서부를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산체였다고 합니다. 개발을 위해 사이사이 도로가 놓이고 주거지가 형성되면서 산체가 훼손됐습니다. 이때 산사태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제기됐고 산자락의 모래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나리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심어진 약 20만 그루의 개나리가 지금의 군락지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진정한 응봉산의 매력은 해가 진 후에 빛을 발합니다. 정상에 오르면 팔각정이 중앙에서 화려한 단청을 뽐내고 있습니다. 하늘 아래 보이는 야경은 그 화려함을 무색하게 합니다. 전경이 탁 트여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한남대교를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다리를 수놓은 조명과 그 위를 지나는 자동차 불빛이 환상적인 그림을 만들어 냅니다. 멀리 롯데월드타워와 남산타워, 63빌딩까지 보입니다. 힘든 산행은 두렵지만 서울의 야경은 즐기고 싶을 때, 응봉산에 올라보길 추천합니다.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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