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그리 다운돼있어? 뭐가 문제야 say something.’ 지난 2020년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가수 지코의 ‘아무노래’ 도입부다. 전주를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저절로 들썩인다. 아무노래 열풍의 일등 공신에는 ‘챌린지’가 있었다. 지코는 따라하기 쉬운 안무를 곁들인 챌린지 영상을 숏폼 플랫폼 틱톡에 게시했다. 짧고 중독성 있는 챌린지에 많은 사람이 참여했고 아무노래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챌린지 열풍은 숏폼 콘텐츠의 인기로 이어졌다. 짧은 영상을 의미하는 ‘숏폼’은 보통 최소 15초에서 최대 10분을 넘기지 않는 콘텐츠로 정의된다. 많은 사람이 숏폼 콘텐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대학 방송국 JBS가 제작한 유튜브 쇼츠 (출처: 서울시립대학교 방송국 JBS 유튜브 캡처)
▲ 우리대학 방송국 JBS가 제작한 유튜브 쇼츠 (출처: 서울시립대학교 방송국 JBS 유튜브 캡처)

숏폼의 성장 주역, MZ세대

지난 2016년 출시된 틱톡은 대표적인 숏폼 플랫폼이다. 누구나 15초 내외 짧은 영상을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다. 사람들은 틱톡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즐거움을 나눈다. 유행하는 춤을 추거나 드라마 명대사를 따라 하는 등 원하는 내용으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고 영상 중심의 미디어 소비가 익숙한 MZ세대의 시청 습관이 틱톡의 성장 배경이다. 글로벌 모바일 앱 마켓 분석 사이트 ‘data.ai’에 의하면 이번해 1분기 틱톡의 1인당 월평균 사용 시간은 23.6시간으로 유튜브(23.2시간)와 페이스북(19.4시간)을 뛰어넘었다. 틱톡이 급부상하자 타 경쟁사 역시 숏폼 플랫폼 추격에 나섰다. 유튜브는 지난 2020년 ‘쇼츠’를,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릴스’를 출시했다. 

지난 4월 기준 쇼츠는 하루 평균 300억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1년 만에 약 4배 이상 성장률을 보였다. 릴스의 성장세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인스타그램은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팔로워가 증가한 해시태그가 ‘#reels’라고 밝혔다. 평소 릴스를 자주 시청하는 최선아(22) 씨는 “볼거리가 다양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다”고 이야기했다.

숏폼 콘텐츠의 장점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영상 크리에이터는 좋은 장비를 쓰고 장시간 편집에 시간을 쏟아야 했다. 하지만 숏폼 플랫폼의 등장으로 부담이 줄었고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전환되는 문턱이 낮아졌다. 평소 쇼츠를 자주 보는 임세심(22) 씨는 “쇼츠는 광고 없이 핵심만 담긴 짧은 영상이라 가볍게 시청할 수 있다”고 답했다. 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이성민 교수는 “짧지만 확실한 내용을 전달하는 숏폼 콘텐츠는 효율을 중시하는 MZ세대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뛰어난 접근성으로 홍보 효과 누려

신곡 홍보를 위한 챌린지는 가수들 사이 하나의 관습처럼 굳어졌다. 신곡이 발매되면 후렴구와 안무를 곁들인 숏폼 영상을 제작하고 동료 연예인을 등장시켜 홍보 효과를 증가시킨다. 챌린지에 참여한 일반인과 연예인이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틱톡에 영상을 자주 게시하는 우리대학 졸업생 이승은(세무 16) 씨는 걸그룹 ’NATURE’의 ‘리카리카 챌린지’로 약 7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씨는 “리카리카 챌린지가 인기를 얻자 많은 분이 제 채널과 NATURE의 콜라보를 원했다”며 NATURE 소속사로 직접 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그는 “양쪽 모두가 협업을 원해 콜라보가 수월하게 진행됐다”고 알렸다. 

단체나 기업들도 숏폼 콘텐츠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성민 교수는 “대중들이 TV를 점차 보지 않아 광고를 볼 기회가 없다”며 “유튜브도 광고 스킵 기능과 유튜브 프리미엄을 도입해 광고주가 제품을 알리기 어려워졌다”는 의견을 표했다. 숏폼 콘텐츠는 광고를 노출하기 위한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홍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숏폼을 많이 활용하는 상황”이라며 “광고라도 과장 없이 잘 만든다면 소비자가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서울시도 릴스를 활용해 서울 곳곳을 알리고 있다. 서울시 홍보기획관 미디어채널팀 하정미 담당자는 “숏폼 영상은 현재 사회 트렌드로 많은 사용자가 숏폼 탭을 통해 영상을 접한다”며 “서울시 인스타그램에서도 릴스를 자주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대학 방송국 JBS도 숏폼 콘텐츠를 제작했다. JBS 박다빈 PD는 “15분 가량의 정규 영상은 학우들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며 “짧은 영상을 추가로 제작해 접근성을 높여 홍보 효과를 얻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9월 셋째주 주요 뉴스’는 JBS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릴스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JBS 최고은 엔지니어 역시 “앞으로도 JBS의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효율적인 숏폼을 활용해 영상을 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심화로 자극적인 콘텐츠 불어나기도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높은 조회수를 위한 자극적인 영상이 등장했다. 악의적인 제목을 붙여 시청자의 유입을 꾀하거나 앞뒤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일부가 전체인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된 영상이 그 예다. 영상 소비자가 단 댓글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임세심(22) 씨는 “자극적인 영상은 내용뿐만 아니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댓글도 많다”고 제기했다. 이성민 교수는 “주목 경쟁이 심화돼 계속해서 영상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자극적인 영상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단편적인 지식 습득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덧붙여 그는 “기업들이 콘텐츠 검열에 힘쓰고 있지만 시청자들도 영상 내용을 단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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