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부터 25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2022 서울건축문화제'(이하 서울건축문화제)가 개최됐다. 서울건축문화제는 올해로 제40회를 맞이한 '서울특별시 건축상'(이하 건축상) 수상작들과 함께 다양한 모델과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 볼거리가 풍부했다. 이번 서울건축문화제의 주제는 ‘라이프 스타일’이었다. 전시는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며 변화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일상을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는 정보화 과정에 집중해 전개됐다.
 

▲ 2022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UAUS의 ‘전통, 잇다’ 기획전시 △수상자들과 함께한 좌담회 △가작 수상자 우리대학 박상민 씨의 ‘부유하는 질서의 남대문시장’ △대상 수상자 장호준 씨의 ‘LIBERATING COLUMNS’
▲ 2022 서울건축문화제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UAUS의 ‘전통, 잇다’ 기획전시 △수상자들과 함께한 좌담회 △가작 수상자 우리대학 박상민 씨의 ‘부유하는 질서의 남대문시장’ △대상 수상자 장호준 씨의 ‘LIBERATING COLUMNS’

건축가, 학생, 시민 모두 함께하는 문화제

문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상작 외에도 시민 대상 공모전 사진이나 인터뷰 영상, 기획전시가 한 공간에 구성돼 있어 흐름을 이어가며 감상할 수 있었다. ‘제8회 나와 함께한 건축이야기 공모전’은 이번 서울건축문화제의 주제 ‘라이프 스타일’에 맞게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기록한 사진을 시민들로부터 공모받아 진행됐다.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변화한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주고 미래를 암시할 수 있는 이미지’를 공모받은 만큼 ‘코로나19’, ‘환경’, ‘비대면’ 등의 키워드가 담긴 사진이 주를 이뤘다. 

파빌리온* 기획전시 제11회 UAUS 대학생건축과연합축제 ‘전통, 잇다’에서는 대학생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었다. 실제 파빌리온 전시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옆에 위치한 서울광장에서 진행 중이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작게 제작된 모형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전통, 잇다’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문화 속 잠들어버린 전통을 깨우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UAUS는 ‘Union of Architecture University Students’의 약자로 수도권 21개 대학이 참여하는 대학생 건축과 연합회다. 우리대학도 UAUS에 참여해 건축학부 학생들의 작품 ‘휙’을 볼 수 있었다. 바람이 불면 빙글빙글 돌아가는 디지털 칩과 작품 중앙에서는 헤드셋을 이용해 노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건축상 수상작은 완공부문과 제40회를 맞아 신설된 국제학생부문으로 나뉘어 전시되고 있었다. 서울건축문화제 위진복 총감독이 발표한 주제문에 따르면 국제학생부문은 미래 건축가를 홍보하고 건축계 세대 간 활발한 소통을 위해 신설됐다. 수상작들은 아직 건축학을 공부 중인 학생들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특히 대상 수상자 연세대학교 장호준 씨의 ‘LIBERATING COLUMNS’는 실제 건물을 축소해 놓은 듯이 사실적이어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작품마다 설계 배경이나 창작자의 의도 등 설명이 옆에 비치돼 있어 이해를 도왔다. 완공부문 수상작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전시돼 있었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다른 점이 있었다. 지어진 건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크기가 작은 모델과 완전히 똑같은 건물이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한다니 신기하면서 직접 방문해 보고 싶었다.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2022 서울건축문화제’ 현수막
▲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입구에 설치된 ‘2022 서울건축문화제’ 현수막

건축상 수상자들과 함께하는 좌담회

완공부문 수상 건물에 당장 찾아가긴 어렵더라도 시민 참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된 좌담회에서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완공부문 대상, 우수상 수상자들과 국제학생부문 대상, 우수상 수상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좌담회는 패널**을 TV에 띄워놓고 설계 배경과 창작자의 의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완공부문 수상작들에 대한 좌담이 먼저 이뤄졌는데, 대상 수상작 ‘신길중학교’는 세 가지 의도를 중점으로 건설됐다. 

첫 번째로 학교라는 공간의 새로운 구조유형을 제시했다. 두 번째로 집보다 더 집 같은 학교, 세 번째로 마을처럼 낮고 넓게 펼쳐진 학교를 추구했다. 신길중학교를 설계한 이현우 건축가는 기존의 학교들에 대해 “운동장과 건물로 이분화된 구조를 취하고 있어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력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중학생들에게는 너무 전형적인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길중학교는 문을 열면 바로 앞에 있는 마당에서 학생들이 자연과 교감할 수 있길 바랐다”고 말했다. 전시된 모형을 보니 낮은 건물들이 일렬로 서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건물 사이에는 내외부 순환 동선이 마련돼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 이 건축가에 따르면 전형적인 학교는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4개 층을 뛰어 내려가 운동장을 가기에는 너무 먼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신길중학교는 쉬는 시간 10분 동안 건물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건축은 실용성과 미학을 동시에 추구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국제학생부문 수상자들의 좌담은 더 오랜 시간 진행됐다. 패널을 기반으로 설계 의도나 배경을 설명하는 것은 완공부문과 마찬가지였지만 기성 건축가인 완공부문 수상자들이 조언이나 느낀 점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진행자의 “건축가는 잡다한 것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는 말에 완공부문 수상자들은 진심으로 공감을 표했다. 최우수상 수상작인 ‘퀸마마 빌리지’를 설계한 정영섭 건축가는 “건축가가 돼서도 관심사를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클라이언트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오는데 그때 고집을 꺾지 않고 지금 학생들이 가진 비전을 실현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대학도 건축문화제 한 편 장식해

UAUS 기획전시 작품 ‘휙’ 이외에도 우리대학 학생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건축상 국제학생부문에서 가작을 수상한 우리대학 박상민(건축 15) 씨의 ‘부유하는 질서의 남대문시장’이다. ‘부유하는 질서의 남대문시장’은 박 씨의 졸업 전시 작품이다. 우리대학 건축학부에서 공부하며 느낀 점을 묻자 그는 “커리큘럼이 점차 개선됨에 따라 후배들의 작업물을 볼 때마다 많이 놀란다”며 “학교와 학생이 함께 노력해 얻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남대문 중앙상가의 형태에 매력을 느낀 그는 남대문시장에 물류창고와 시장이 공존한다는 상황을 먼저 설정했다. 이에 대한 답을 풀어가며 완성한 프로젝트가 바로 '부유하는 질서의 남대문시장'이다. 해당 작품은 신축과 리모델링을 동시에 실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박 씨는 “바닥이나 벽 같은 건축 부재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시장, 물류창고, 오피스 등의 공간들이 공존할 수 있는 매력적인 건축물을 제안하고 싶었다”며 작업 과정을 회고했다. 그는 “학부에서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작품으로 공감대를 얻어 수상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며 소감을 전했다. 
 
*파빌리온(pavilion): 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건물
**패널: 건축 설계 분야에서 설계자의 의도를 설명하기 위해 제작하는 포스터로 글, 도면, 다이어그램 등이 포함된다.


오유빈 객원기자 oyubin9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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