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보성(22) 씨는 눈 뜨면 건강기능식품부터 찾는다. 종합 비타민과 눈 건강에 좋은 루테인, 다이어트 보조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김 씨는 “챙겨 먹는 건강기능식품이 8개가 넘는다”며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 발표한 「2021년 건강기능식품 시장 현황 및 소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4조 9천억원을 넘었으며 국민 10명 중 7명은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적 있다고 밝혀졌다. 꾸준히 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소비에 대해 알아보고 무분별한 복용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몸과 마음을 지키는 건강기능식품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이유로 가장 먼저 건강 문제를 들 수 있다. 잦은 전자기기 사용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눈 피로를 느끼고 있다. 미국 눈 건강 비영리 단체인 비전 카운슬이 발표한 「디지털 눈 피로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 10명 중 7명은 디지털 눈 피로를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적 피로가 삶의 질을 낮추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국립암센터 암관리사업부 윤영호 연구팀이 국내 15개 지역의 일반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이 진료가 필요한 중등도 이상의 피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회적으로 활동과 역할이 많은 40~59세 사이가 젊은 연령층인 20대보다 1.5배 더 피곤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채널 ‘정세운약사의 건강나눔’을 운영 중인 정세운 약사는 “건강기능식품 소비 증가가 그만큼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픈 곳은 없지만 자신의 몸 상태에 만족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일명 ‘헬시플레저’ 현상을 즐기는 것이다. 헬시플레저는 ‘healthy’와 ‘pleasure’의 합성어로 다이어트와 운동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현상을 뜻한다. 과거 건강관리라고 하면 엄격한 식단조절과 과격한 운동이 필수였지만 최근에는 입맛을 고려한 건강식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운동을 택하는 청년이 늘어났다. 한 알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도 헬시플레저를 즐기는 이들의 관심사다. 블로그 ‘치유약사’를 운영 중인 김다영 약사는 “운동이나 식단조절 못지않게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것 역시 내 몸을 위한 투자 방법”이라고 답했다.
 

“판매자는 절대 구매자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아요” 

과거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려면 약국을 방문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원하는 제품을 비교분석해 구매할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고 배송해주는 어플도 생겼다. 건강기능식품 추천 어플 ‘당신의 영양제’ 김경열 대표는 “약국에서만 살 수 있던 건강기능식품이 온라인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상업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기회를 모색했다”며 “약사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고객 개인을 위한 영양제를 추천해 줄 수 있는 어플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편리해진 구매 뒤에는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정보 수집이 용이해진 만큼 신뢰하기 어렵고 과장된 광고가 소비자의 판단력을 흐리기도 한다. 주부 김주영(50) 씨는 “좋아하는 유튜버 말만 믿고 다이어트 보조제를 구매했으나 효과가 전혀 없었다”며 “과장 광고에 속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부당광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3일까지 온라인 게시물 577건을 조사한 결과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광고 게시물 264건이 적발돼 행정처분이 내려진 바 있다. 정세운 약사는 “판매자는 절대로 구매자의 건강을 책임지지 않는다”며 “먹고 문제가 생겨도 체질 문제나 남용 문제로 책임을 돌릴 수 있어 자신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약국에서 약사의 추천을 받은 제품이 무조건 안전한 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3월 쪽지처방을 해주는 대가로 뒷돈을 챙긴 병원들의 혐의를 적발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의·약사가 환자에게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라고 적어주는  쪽지처방 중 상당수는 불법 리베이트*를 통해 이뤄지지만 의약품과 달리 건강기능식품은 관련법에 처벌 조항이 없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자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지난해 9월 건강기능식품 쪽지처방을 대가로 의료진이 뒷돈을 받는 경우 의료법상 리베이트로 처벌하는 「쪽지처방 실태와 정책제안집」을 발의했다. 새정문 약국을 운영 중인 양준소 약사는 “건강과 관련해서는 더욱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관련 법규를 만들어 경각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너무 의존해선 안 돼

건강기능식품은 질병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과 달리 건강 유지를 위한 기능성 원료를 사용한 가공품이다. 두 제품이 같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의약품은 성분함량이나 구성이 정해져 있고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은 품질검사도 느슨하고 규제가 미비하다.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부작용이나 안전성을 제품에 표기할 수 없게 돼 있다. 김원이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8410건의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부작용 증상이 신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준소 약사는 “임상시험이나 품질관리가 잘 안되기 때문에 건강에 좋은 영향을 줄지 부작용이 생길지는 알 수 없다”며 “그래서 고객들이 더 조심스럽게 복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의 정확한 용법을 모르고 복용하는 행위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필요 성분만 남기고 우리 몸에서 배출되는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지용성 비타민은 체내에 축적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A는 과다 복용 시 홍조와 간 장애를 유발하며 비타민E는 피로와 두통을 발생시킨다. 장 건강에 효과적인 알로에 역시 과하게 복용하면 위산 과다분비와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김다영 약사는 “일일 권장량을 초과해 섭취하면 부작용을 유발하기 쉬워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건강기능식품을 잘 챙겨 먹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 스트레스와 식습관 관리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베이트: 지급한 상품이나 용역의 대가 일부를 다시 그 지급자에게 되돌려주는 행위 또는 금액.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 업체가 의·약사에게 주는 뇌물을 지칭하기도 한다.


박성호 기자 revo17122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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