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사람

이번호에서는 세라믹 소재를 연구하는 신소재공학과 김영욱 교수를 인터뷰했다. 김 교수는 세라믹 소재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한국인 최초로 ‘존 젭슨 어워드(John Jeppson Award)’를 다음달 10일 수상한다. 김 교수는 다공질 탄화규소 소재에 대해 지난 30년간 연구했고, 세라믹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저널 중 하나인 「Journal of the European Ceramic Society」에 50편 이상의 논문을 교신 저자로 출판했다. 총 280편 이상의 SCI(E) 논문을 저술했고, 60건 이상 국내외 특허를 등록했다. 김 교수의 존 젭슨 어워드 수상 연구 내용과 함께 세라믹 분야의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존 젭슨 어워드 수상은 어떤 의미인가

존 젭슨 어워드를 시상하는 미국세라믹학회는 세라믹 재료 관련 학문적 연구와 신기술 응용 분야에 중점을 둔 비영리 전문기관이다. 1958년부터 시작된 존 젭슨 어워드는 미국세라믹학회가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다. 세라믹 분야에서 뛰어난 과학적, 기술적 또는 공학적 업적을 성취한 학자를 치하하기 위해 매년 1명에게 수여한다. 임플란트의 재료이자 세라믹 종류 중 하나인 지르코니아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도 이 상을 받았다. 저는 64번째 수상자고 한국 학자로는 처음 수상하게 됐다. 존 젭슨 어워드 수상은 우리나라 세라믹 과학과 기술 일부 영역의 수준이 최고임을 나타낸다.

수상한 연구에 대해 소개해달라

다공질 탄화규소 소재의 전기적, 열적 그리고 기계적 물성의 진보와 이해에 기여했다. 구체적으로는 탄화규소 소재 중에서도 전기전도성이 가장 우수한 소재를 새로 개발했다. 탄화규소는 탄소(C)와 규소(Si)가 일대일로 결합한 화합물이다. 다이아몬드, 탄화붕소에 이어 경도가 높고 내열성과 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다. 전기전도성이 낮아 방전가공*을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전기전도성이 강한 탄화규소 소재를 개발해 탄화규소로 방전가공이 가능해졌다.

방전가공이 가능한 탄화규소 소재는 어디에 쓰이나
반도체에 탄화규소 소재가 쓰인 부품이 들어간다.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 생산하는 반도체의 부품인 탄화규소 소재를 개발했다. 탄화규소는 세라믹의 일종이다. 고온 저항과 내마모성, 내식성 측면에서 합성 알루미늄이나 질화규소 재료보다 기계적 강도가 더 높다. 이번에 개발한 소재는 원자력 연료, 반도체 제조용 세라믹 제품, 보온 단열재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될 예정이다.

연구 분야인 세라믹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세라믹은 비금속 무기재료(non-metallic inorganic material)를 성형하고 고온에서 구워 만든 재료다. 세라믹이라는 단어는 고대 그리스어로 ‘불에 구운 것’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단단하고 내열성과 내부식성이 우수하다. 세라믹은 △핸드폰과 같은 각종 전자제품의 부품 △반도체 제조용 소재 △항공 우주 소재 △기계 부품 △에너지 소재 △수질 정화 필터와 같은 환경 제품 소재 등 매우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세라믹 연구가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지금까지 연구했던 소재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분야는 반도체다. 앞으로도 계속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세라믹 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여러 나라에서 안전한 핵연료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저도 10년째 한전원자력연료와 함께 도심 한 가운데서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한 핵원료 개발을 하고 있다. 핵연료 개발은 10년의 개발과 10년의 테스트를 거쳐 완성된다. 지난 10년 동안 개발에서 큰 진보를 이뤄 미국 특허와 한국 특허 등을 취득한 상태다. 

핵연료 개발과 세라믹은 어떤 관계가 있나

원래 핵발전소는 매우 크다. 최근에는 소형모듈원전이 개발되고 있다. 소형모듈원전은 말 그대로 작은 핵발전소다. 예를 들면 전력 소모량이 많은 코엑스 옆에 소형 원자로를 건설해 그 전력을 전부 감당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도시에 원자로를 두면 안전이 가장 중요해진다. 세라믹 소재를 원자로에 사용한다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세라믹 소재는 안정성이 높아 사고가 덜 발생하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핵연료를 지금 연구하고 있는 세라믹 소재로 감싸는 등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은 많다.

언제부터 세라믹을 연구했나

연세대학교 세라믹공학과를 졸업했다. 원래 세라믹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고 공과대학에 가고 싶어서 안정적으로 지원한 곳이 세라믹공학과였다. 입학하고 너무 재미있게 세라믹을 연구해서 카이스트에서 박사 학위도 땄다. 대학에 와서 진로를 찾은 것이다. 이후 6년간 카이스트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우리대학에는 1996년 재료공학과(현 신소재공학과) 교수로 부임하게 됐다. 지금까지 탄화규소 소재 분야만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 중이다.

세라믹 분야의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세라믹 소재는 아직 발전할 여지가 많고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지도했던 학생들 가운데 정말 우수한 학생이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도 제가 낸 아이디어를 실증하는 데 학생들이 크게 기여했다. 아쉬운 점은 학생들이 석사 학위까지만 수료하고 연구원이 되거나 대기업으로 취직하는 사례가 많다. 연구에 재미를 느껴 박사 과정까지 공부한다면 더 좋은 기회가 열릴 것이다. 여러분의 건투를 빈다.


*방전가공: 두 전극 사이에 방전을 일으킬 때 생기는 물리적·기계적·전기적 작용을 이용해 가공하는 방법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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