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영(국사 19)

‘폐교’라고 하면 어떤 분위기들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가? 공포 영화에선 흔히 폐교를 배경으로 하곤 하는데 폐교가 지닌 그 특유의 분위기들이 음산할 뿐만 아니라 무서워서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폐교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무섭다는 것보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공해, 재개발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에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해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폐교가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폐교된 시설들을 자체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의 ‘폐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전국에서 방치된 폐교는 총 351곳에 달한다고 집계됐기 때문이다. 폐교 시설의 특성상 큰 가치를 지니지는 않으므로 매수인을 구하는 일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또한 폐교가 방치될 경우 지역 내 혐오 시설로 전락할 수 있다. 이에 폐교를 재활용하고자 하는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논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례로 창원시 마산회원구 구암동에 위치한 ‘구암여자중학교(이하 구암여중)’가 있다. 구암동 내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난 2017년 구암여중은 인근 구암중학교(이하 구암중)와 통폐합됐다. 기존 구암중의 본관 1, 2층에는 학생과 지역 주민을 위한 교육 공동체 학교인 ‘행복마을학교’가 들어섰다. 본관 3층에는 예술교육 위탁 과정을 운영하는 ‘창원예술학교’와 1년 위탁 과정으로 운영되는 자유학년제 고등학교인 ‘창원자유학교’가 개교하게 됐다.

필자는 구암중 체육관이었던 ‘경상남도교육청 마산 지혜의 바다 도서관(이하 지혜의 바다)’에 최근 다녀왔다. 지혜의 바다는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는 복합 독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서울 스타필드 코엑스몰 중심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의 모습을 참고해 개조된 3층 ‘리딩존’의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매월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가 마련돼 있고 레고방, 보드방, 웹툰방 등 다채로운 공간으로 구성된 것을 보며 지혜의 바다가 지역민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폐교로 전락한 구암중이 적절히 재활용된 것이다.

폐교가 유용하게 변화한 사례는 지혜의 바다 외에도 존재한다. 충청북도 청주시에 있던 ‘낭성초등학교 갈산 분교’는 리모델링 후 현재 ‘청주 키즈 캠핑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경상북도 고령군의 ‘우곡초등학교 도진 분교’의 경우 재생 마을로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애견 동반이 가능한 여행지인 ‘징검다리 연구소’로 다시 태어났다.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가 돼버린 우리나라에서 폐교가 더 늘어난다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미래임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주민과 폐교 사이를 이어주는 교육 당국의 역할이 앞으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폐교를 지역 주민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시설로 알차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폐교 재산을 활용하는 것이 교육청의 골칫덩어리가 아닌 핵심 사업으로 부상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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