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네 요리조리

서울 곳곳을 소개하기 위해 방문한 네 번째 동네는 서초구 서초동이다. 서초동은 우면산과 한강에 둘러싸여 자연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이 들어선 법조 행정의 핵심지이자 고속버스터미널, 남부시외버스터미널 등이 자리 잡은 물류 유통의 중심지다.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대한민국예술원이 위치해 문화예술의 메카로 꼽히기도 한다. 
서초동은 서울 동남쪽 서초구의 동쪽에 위치한다. 서초동의 본래 땅이름은 ‘서릿불’이었다. 이 지역에 서리가 빨리 또는 많이 내려 서릿불이란 지명이 생겼다. 이것을 한자로 옮기면 ‘상초리’가 되고 상초가 다시 ‘서초’가 된 것이다. 볼거리가 다양한 서초동에서 기자들은 △몽마르뜨 공원 △누에다리 △그림나베 △국제전자센터 △레트로 카페 트레이더 △김영모 과자점을 방문해 소개하려 한다. 

 

시계탑과 부지발의 무도회를 재현한 조형물
시계탑과 부지발의 무도회를 재현한 조형물

가벼운 아침 산책을 위해 ‘몽마르뜨 공원’으로 향했다. 몽마르뜨 공원은 본래 아카시아가 우거진 야산이었지만 주민들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22년 전 공원으로 조성됐다. 공원이 위치한 서래마을은 프랑스인이 많이 거주해 파리의 유명한 지역인 ‘몽마르트르’에서 이름을 따왔다. 서초역 5번 출구에서 15분 정도 걷다 보니 공원으로 들어가는 산책로를 찾을 수 있었다. 

산책로를 지나 도착한 광장 초입부에서는 조형물 ‘몽마르뜨 화가들’을 볼 수 있었다. 젊은 시절 몽마르트르 언덕에서 그림을 시작한 고흐, 고갱, 피카소의 명언이 새겨진 반신상이었다. 광장 중앙으로 향하자 시계탑이 있는 푸른 잔디밭이 펼쳐졌다. 탁 트인 푸릇푸릇한 잔디와 이국적인 시계탑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사진 명소로 꼽힌다. 광장 안에 있는 ‘장미화단’에는 르누아르의 명화 ‘부지발의 무도회’를 재현한 조형물이 있다. 다양한 종류의 장미가 심어진 화단과 춤을 추고 있는 남녀의 조형물이 잘 어우러졌다. 특히 맑은 날의 장미화단은 무척이나 아름다워 많은 사람이 찾는다고 한다. 
 

누에 뱃속을 연상시키는 다리 안의 모습
누에 뱃속을 연상시키는 다리 안의 모습

장미화단을 지나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누에 다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다리에 올라가기 전 다리 앞에 있는 누에 조형물을 볼 수 있었다. 누에 입 부분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누에 다리에 올라서니 예술의전당과 사랑의교회를 중심으로 반포대로를 지나가는 많은 자동차가 보였다.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전경에 가슴이 뻥 뚫렸다. 누에 다리는 서초동의 야경 명소이지만 낮에 보는 풍경도 색달랐다. 
 

각종 재료들이 빽빽이 담긴 나베
각종 재료들이 빽빽이 담긴 나베

아침 산책을 마치고 허기를 달래러 교대역 부근 ‘그림나베’에 방문했다. 본래 많은 사람이 찾는 식당이라 대기가 필요하지만 오늘따라 사람이 없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 내부에는 칸막이가 설치돼있어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할 수 있었다. 2인 나베 세트를 주문하자 약 15분 뒤 각종 채소와 버섯 그리고 고기로 빽빽이 둘러싸인 나베가 나왔다. 압도적인 비주얼에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나베가 끓기 시작하니 직원이 한입 크기로 음식을 잘라줬다. 육수에 팔팔 끓여진 채소와 고기를 양념장에 찍어 먹으니 쌀쌀한 날씨 탓에 으슬으슬했던 몸도 저절로 녹았다. 나베를 다 먹은 후 칼국수와 죽이 제공돼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 
 

중고 게임기를 팔았던 국제전자센터의 한 매장
중고 게임기를 팔았던 국제전자센터의 한 매장

식사를 마치고 그림나베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국제전자센터’를 방문했다. 1997년 완공된 이곳은 용산 전자상가, 강변 테크노마트와 함께 서울 3대 디지털 상가로 꼽힌다. 이제는 쉽게 구할 수 없는 단종된 물건이나 중고품들이 가득한 국제전자센터는 추억을 찾아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레트로가 유행하며 옛 물건을 찾는 사람이 많아진 탓일까. 다양한 IT 기기와 콘솔 게임, 중고 CD와 DVD부터 애니메이션과 게임 굿즈까지도 만나볼 수 있었다. 어릴 적 집에서 사용했을 법한 세월이 녹아든 전자 제품과 신제품이 공존하는 이곳에서 그리운 시절의 향수에 젖어 상가를 한참 배회했다.
 

종류가 다양했던 고전 게임
종류가 다양했던 고전 게임

추억에 젖은 김에 더 과거로 돌아가기로 했다. 국제전자센터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걸리는 ‘레트로 카페 트레이더’에 방문했다. 1990년대 초반에 발매된 고전 콘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카페였다. 음료를 주문하면 별도의 이용료 없이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다. 카페 이용객들은 저마다 오래된 만화책이나 게임 등 오락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장식장에는 초등학생 시절 찜질방 구석에서 봤던 것 같은 낡은 만화책들과 여러 게임팩이 진열됐다. 복고풍 인테리어와 적당한 가격의 음료, 넉살 좋은 사장님 부부 덕분에 옛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기자들은 오래된 게임기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자 흘러나오는 경쾌한 음악 소리와 투박한 픽셀 화면이 신기했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말이 있듯, 화려한 그래픽 없이 단순하지만 담백했던 고전 게임의 매력에 푹 빠졌다. 
 

깔끔한 내부의 김영모 과자점
깔끔한 내부의 김영모 과자점

마지막으로 서울 3대 베이커리 중 한 곳인 ‘김영모 과자점’에 방문했다. 여러 지점이 있지만 1982년부터 40년째 영업하고 있는 서초동 본점을 찾았다.  최근 리모델링이 진행돼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외관이 눈에 띄었다. 김영모 과자점의 대표 메뉴는 기능한국인 제과 1호인 김영모 명장이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자연 발효 빵’과 ‘몽블랑’이다. ‘멜론빵’과 ‘까눌레’ 등 요새 인기를 끌고 있는 메뉴도 볼 수 있었다. 저녁에 방문한 탓에 인기가 많은 몽블랑이 매진돼 아쉬웠지만 먹어보고 싶었던 빵을 몇 가지 구매했다. 다음날 아침에 먹은 ‘바질 라우겐’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무척이나 맛있었다. 멜론빵의 슈크림도 일반 빵집과 비교해 훨씬 고소하고 부드러웠다. 지나간 시간이 아쉬워진다면 ‘그때 그 시절’을 느낄 수 있는 고요하지만 정겨운 서초동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신연경 수습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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