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한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러 벌써 10월을 맞았다. 오늘날 우리에게 직접선거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2년 10월은 달랐다. 유신 헌법의 공포로 정당과 정치 활동이 중지되고 직선제로 치러지던 대통령선거는 간선제를 따르게 됐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했던,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암흑기였던 셈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유신정권의 종지부를 찍은 1979년 10·26사태의 발발과정을 다룬다. 

18년 장기집권을 멈출 탄알이 발사되기 40일 전,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은 대통령의 비리를 미국 하원의원들에게 폭로한다. 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은 각하의 앞길을 막는 용각을 암살하고 시체까지 완벽히 처리한다. 용각이 그의 옛 동료였다는 점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규평의 충성심이 드러난다. 박 대통령의 재임 기간이 길어지자 미국은 하야를 종용하지만 규평은 그가 천천히 권력을 내려놓을 것이라 믿고 돕고자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야당을 옹호하거나 집권을 멈춰야 한다는 등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발언을 반복하며 총애를 잃게 된다. 완전히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그는 죽은 용각과 같은 노선을 밟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주군이 올바른 길로 돌아올 것이라 믿던 규평은 그제야 박 대통령이 결코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깨닫고, 결국 상관을 향한 총성을 울리며 오랜 독재를 끝낸다.

<남산의 부장들>은 베테랑 배우들의 명품 연기,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갖춘 수작이다. 그러나 김규평의 모델이 된 ‘김재규’를 미화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18년 독재의 굴레를 끊은 영웅이기도 하지만 그가 중앙정보부장으로서 유신을 방관하고 독재를 도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유신정권의 종말을 초래한 10·26사태가 50주년을 맞은 오늘날, 영화 속 민주주의의 맹아를 돌아보며 그 소중함을 되새기길 권해본다.


<남산의 부장들>을 보려면?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남산의 부장들>과 비슷한 영화는? 비상선언, 내부자들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