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정적만이 가득하던 극장가에 청신호가 켜졌다. <범죄도시2>가 지난 2020년 코로나19 발생 이후 첫 천만 관객을 기록하며 영화 산업의 부활을 알렸다. <범죄도시2> 이전의 천만 관객 달성 영화는 2019년 개봉한 <겨울왕국2>이다. <범죄도시2> 외에도 <공조2>, <한산: 용의 출현> 등의 개봉작들이 관객 수 500만을 넘긴 흥행작이 됐다. 
 

그러나 여름 흥행을 겨냥해 개봉한 대작 4편인 △외계+인 △비상선언 △한산: 용의 출현 △헌트 중 <한산: 용의 출현>을 제외한 나머지는 500만 이상 관객 동원에 실패했다. 한국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프랜차이즈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성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부터 <이터널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토르: 러브 앤 썬더> 등이 개봉했지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제외하면 모두 500만 관객에 한참 미치지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 영화 관람료 상승에 따른 관객 수 하락 그래프 (출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CGV, 단 2022년은 9월까지)
▲ 영화 관람료 상승에 따른 관객 수 하락 그래프 (출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CGV, 단 2022년은 9월까지)

관객들은 어디로 갔나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영화관 CGV의 관객 수는 약 2억 2천 명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영화관 관객 수는 약 5900만 명, 지난해는 약 6100만 명으로 급감했다. 이번해는 지난달까지 약 860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관객 수는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도 회복하지 못했다. 

멀티플렉스 극장 3사는 CGV를 필두로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간 관람료를 3천원 인상해 현재 성인 영화 관람료는 평일은 1만 4천원, 주말은 1만 5천원이다. 높아진 영화 관람료는 극장을 향하는 관객의 발길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대학생 박민지(20) 씨는 “보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영화관 방문이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이 현상에 대해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영화 관람료가 상승해 소비자가 기회비용을 따지게 됐다”고 설명한다. 

높아진 영화 관람료와 더불어 OTT 서비스로 영화 소비 방식이 변화한 것 역시 관객 수 하락에 영향을 줬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OTT 서비스를 많이 활용하게 되면서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OTT 서비스를 통해 인기를 끈 대작보다 개인의 재미를 추구하는 영화를 많이 봤다”며 “극장 방문이 가능해진 후에도 OTT 서비스 관람 패턴이 그대로 이어진 것이 대작들의 관객 수가 줄어든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원다영(20) 씨는 “높아진 영화 관람료가 부담돼 OTT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영화를 아무 때나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범죄도시2>의 흥행 돌풍에 대해서 “매점 취식 허용 등 영화관 내 여러 제한 조치가 풀린 직후에 개봉된 영화였기에 소비자들의 억눌렸던 욕구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추정했다. 

 

머무르는 관객, 떠나는 관객

극장은 코로나19 이전의 관객 수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특별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4DX △아이맥스 △SCREEN X 등 특별관 영화 관람료는 평일은 2만 2천원, 주말은 2만 3천원으로 일반관에 비해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러나 지난 6월 아이맥스를 통해 개봉된 <탑건: 매버릭>은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코로나19 이후 외화 최초로 800만 관객을 달성한 것이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최적화된 특별관의 포맷을 선택한 결과다. 이은희 교수는 “영화관에는 분명 OTT 서비스로 보완하지 못하는 점이 존재한다”며 “아이맥스나 4D 등 특별관은 극장에서만 누릴 수 있기에 관객을 극장가에 잡아둘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화관은 특별관 외에도 관객에게 영화 관련 굿즈를 제공해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대학생 송가은(20) 씨는 “특전 굿즈는 영화 관람만 하면 받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관람료가 올랐지만 굿즈를 증정받는 점이 매력적이라 앞으로도 영화관에서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화관이 아닌 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고, 영화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도 영화관을 방문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소비 패턴에 대응하는 극장의 미래에 대해 “앞으로도 소비자는 OTT 서비스로 봐도 충분히 감흥이 느껴진다면 극장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영화 제작자는 개봉 전 사용자가 사용하는 플랫폼을 고려해 결정을 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연경 수습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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