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시대 열려 

코로나19는 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불러왔다. 팬데믹 동안 유가가 폭락하고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크게 오르며 대공황 수준의 경제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퍼졌다. 다행히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고강도 재정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세계 경제는 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완화되며 경제도 더욱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세계 경제에는 새로운 위협이 닥쳤다. 

이번 위협은 ‘3고’로 불린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을 의미하는 3고는 팬데믹 중 시장에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자산 거품 붕괴 등으로 인해 발생했다. 더불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감소한 원자재와 천연자원 공급도 원인으로 꼽힌다. 공급에 어려움이 더해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완화로 사람들의 소비 수요는 증가해 물가가 폭등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으로 전년 동월 대비 5.6% 상승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7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의 물가 상승률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내려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0.75%까지 내렸던 기준금리를 이번해 들어 다섯 차례 올려 2.5%까지 인상함으로써 저금리에서 벗어나 고금리 시대로 들어섰다. 한편 지난해까지 1100원대를 유지하던 원/달러 환율까지 1400원대를 돌파하면서 우리나라의 외화보유량이 줄고 국민의 실질 구매력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3고 시대 속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봤다. 

식생활부터 주거까지, 청년도 예외없는 경제 위기 

경제 위기는 경제적 자립 능력이 부족하고 자본을 충분히 모으지 못한 청년층에게 더욱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한 물가 인상은 우리대학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생회관에 위치한 학생식당은 지난해까지 3800원을 넘는 메뉴를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현재 대부분의 메뉴가 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미래관 써브웨이는 약 4천원 선에서 단품을 구매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약 6천원까지 가격이 인상됐다. 우리대학 주변에 위치한 식당과 카페도 마찬가지다. 부대찌개 전문점 ‘럭키식당’은 메뉴 가격을 1천원씩 인상했다. 
 

럭키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채소 등 식자재 값이 너무 많이 올라 정말 어쩔 수 없이 올린 것”이라며 “값을 올리기 전보다 학생이 줄어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기 전문점 ‘옛날집’은 가격 인상 대신 삼겹살 무한리필세트를 메뉴에서 없앴다. 옛날집을 운영하는 B씨는 “재료값이 오른 걸 생각하면 가격을 올리는 게 맞지만 손님들 발길이 끊길까 봐 무한리필세트를 없애는 걸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그는 “물가상승률이 5%라는데 채소와 고기의 상승률은 아무리 못해도 두 자릿수는 되는 것 같다”며 “특히 상추는 절반 넘게 가격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우리대학 재학생 C씨는 “술안주는 10~20%까지 가격이 올랐다고 체감한다”며 “이전보다 식사할 때 금전적인 고려를 많이 하게 되고 따로 알바를 해야 하나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식비에서 물가 상승을 주로 체감하고 있었으며 간단하고 저렴한 음식을 택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식생활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적으로 형성된 고물가 현상은 청년들의 학업과 미래 취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 사람들의 소비가 줄어드는 한편 고금리에 의해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경향도 강해진다. 소비가 줄면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기업이 고용을 감축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우리대학 경제학부 최경욱 교수는 “일자리 중에서도 특히 정규직과 대기업 등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며 “청년들에게 쉽지 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년들의 미래 취업에 적신호가 켜진 데에 이어 학업에도 지장이 생겼다. 지난해 1학기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정예린(24) 씨는 “교환학생을 다녀오는데 1천만원 이상이 들었는데 환율이 많이 올라 요즘 교환학생을 가는 학생은 금전적으로 훨씬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1학기 기준 교환학생 비용으로 1천만원이 들었다면 현재는 1천 4백만원 이상 필요하다. 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금전적 비용이 증가하며 이를 감당하기 위한 시간적 부담까지 늘어났다. 

한편 지출에서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는 거주비도 청년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 최경욱 교수는 “주거비는 물가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며 “고정비용이기 때문에 주거비가 오르면 학생들은 다른 비용을 억지로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전셋집을 구한 양아람(28) 씨는 “연 2% 금리로 이용하던 전세대출 금리가 4% 가까이 올랐다”며 “매번 내야 하는 이자가 두 배 가까이 올라 걱정이 크다”고 전했다. 이는 기준금리가 지난해 0%대에서 이번해 2%대까지 급등한 것과 연관이 있다. 청년이 주로 이용하는 전세자금대출과 각종 청년대출상품은 대부분 기준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식생활부터 주거까지 경제위기는 다방면에서 청년을 위협하고 있었다. 

성급한 투자보단 탄탄한 경제 공부를

청년들은 이번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주식과 가상화폐 등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지난해 취업 지원 기업 잡코리아가 20대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58.8%가 주식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투자 금액은 100만원 미만이 45.1%로 가장 많았으며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은 29%, 1천만원 이상 고액을 투자하는 경우는 6.9%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로 주식 시장이 폭락하며 청년이 투자로 손해를 본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이예원(22) 씨는 “시장 상황이 악화돼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면서도 “경제 위기가 끝나면 언젠가는 오를 거라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 경제연구소 김형진 팀장은 “청년층의 경우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걱정되지만 실제 월급은 부족하기 때문에 여유로운 자금 확보를 위해 투자를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팀장은 “많은 청년이 주식과 경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그냥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주식 방송이나 커뮤니티를 보고 매수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청년층의 투자 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안정적인 예·적금의 인기가 상승하고 주식에 대한 관심은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카카오뱅크가 예·적금 수신금리를 0.8%p 올리는 등 대부분의 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높이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김 팀장은 “주식 시장은 청년들이 할 수 있는 투자 방식 중 수익률이 유독 빠르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며 “수익률이 천천히 나타나는 채권이나 부동산 시장, 꾸준히 돈을 넣어야 하는 예·적금과 달리 바로바로 수익률이 바뀌는 주식과 코인 시장에 집중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명확한 투자 계획과 목표를 세우지 않고 시작했기 때문에 제때 매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주식에 대한 관심이 늘며 경제 공부 콘텐츠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유튜브, 도서, 신문, 뉴스레터 등을 통해 경제 관련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경제 유튜브 채널은 이론적인 경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사회적 이슈와 일상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경제적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경제 분야로 분류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각각 ‘슈카월드’ 238만 명, ‘키움증권 채널K’ 120만 명, ‘한국경제TV’ 100만 명 등으로 큰 규모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지난해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내에서 경제·경영 분야 도서는 22권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투자 관련 도서가 인기를 끌었으며 부자가 되는 태도를 서술한 도서도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실질적으로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의 인기는 시들한 모습이었다. 한국경제에서 뉴스레터 ‘경제야 놀자’ 제작을 담당하기도 하는 김형진 팀장은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가’가 아닌 경제에 관한 공부와 이해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확천금은 어디에도 없다”며 “경제 지식 기초를 하나씩 쌓아두고 기업에 대한 분석을 선행한 후 투자해야 유의미하다”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청년층이 스스로 경제를 공부하고 적절한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다수다. 김 팀장은 “정부는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며 “청년들이 스스로 한다는 것 자체는 굉장히 중요하고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경욱 교수 역시 “변동성이 심한 경제 시장을 미리 경험하고 투자해보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청년들이 학업과 취업 등 본분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 교수는 “학생 시기에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금은 공부를 하고 취업 준비에 시간을 내야 나중에 시드머니를 제대로 모을 수 있고 그때 투자를 해도 늦지 않다”고 전했다. 김 팀장도 “대학생의 최종 목적은 결국 취업 성공”이라며 “지금 하는 투자 예행연습도 취업을 위한 준비와 공부로 연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투자를 하며 기업과 시장에 관심을 갖고 분석하는 것이 자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를 찾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경제 전망 어두워

국가 차원의 대응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한국은행은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배포 자료에서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 압력과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해 연간 물가 상승률은 5%대 초반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외화보유액은 한 달만에 196억 6천만달러 줄어든 4167억 7천만달러로 집계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은은 환율이 과도하게 오를 경우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경욱 교수는 “중앙은행과 기획재정부 모두 현재 상황을 녹록하게 보고 있지는 않다”며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김형진 팀장도 “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면 달러가 더 빠져나가니 환율이 1500원대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예측한다”며 경제 위기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정시연 기자 jsy434438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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