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서재

“과학의 발전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고 이해해 나가는 것뿐 아니라, ‘이해’라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배워나가는 것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현대 물리학의 역사에서 ‛양자역학을 누가 창안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특정한 한 사람을 지적하긴 어렵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벌어진 자연에 대한 인류의 경이로운 탐구, 발견, 이론 제안, 집단 토의의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과학 기술 문명을 이끌 수 있도록 토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1932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Heisenberg, 1901-1976)가 선정되고 수상 사유가 ‛양자 역학의 창안(For the creation of quantum mechanics)’ 인 것은 행렬역학을 기반으로 원자적 미시 세계의 불연속적 속성을 기술하는 이론을 제안했으며 위치와 운동량, 에너지와 시간이 각각 서로 상보적 관계를 가지며 두 물리량에 대한 독립적 측정을 자연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불확정성의 원리’를 발표한 하이젠베르크의 공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개하려고 하는 『부분과 전체』는 1969년, 하이젠베르크가 양자역학 이론의 탄생과 진보의 시기에 벌어진 인류 역사를 자신의 역할과 시각으로 회상하면서 과학, 철학, 언어, 종교, 정치, 사회 등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자신의 인생 여정을 따라 전개한 자서전적 저작이다. 현대 물리학의 기초 지식을 접하지 못한 독자에게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내용이 다소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난해함의 ‘부분’적 측면보다는 본 책은 어떤 사유의 형식과 내용을 제공하는가라는 ‘전체’적 측면에서 ‘과학과 언어’와 ‘과학과 사회’라는 두 가지 관점에 대한 본 책의 문제 제기와 이야기 전개의 의미를 고찰해 볼까 한다.

새로운 물리학은 시공간에 대한 개념들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식’하는 것만을 ‘존재’로 보는 철학적 입장도 있지만 과학의 입장에서는 측정 도구가 충분히 인식의 역할을 하므로 기존 인식의 개념 역시 현대 물리학을 기반으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양자역학과 칸트철학에서는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해석을 표현하는 언어들이 기존의 철학이 제시하는 선험적이고 인과론적인 개념의 불완전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자체로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는 새로운 도구가 됨을 철학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언어의 대화에서는 고전역학적 측정을 기반으로 한 일상 언어로 ‘불확실성의 양자 현상’을 기술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논의한다. 자연을 이해하는 도구를 일상 언어로 국한한다면 본질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측정을 통해 기존 언어의 모순을 관찰하고 새로운 언어를 자연으로부터 받아 발전하는 것이다.

인류 역사의 격변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만큼 기술에 있어 시기별로 닥친 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해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많은 부분에서 관련된 생각을 전개하고 있다. 나치 치하에서 피할 수 없는 ‘정의롭지 못함’이 예상됨에도 다른 과학자들과 달리 고민 끝에 독일에 남기로 결심한 동기를 피력하고 있다. 또 제2차 세계대전 말미의 원자 폭탄 개발에 대한 정치적 및 과학자적 입장에 대한 기술도 있다. 과학적 지식의 사회적 연계가 분명해질 때 과학자 스스로 공적인 일에 목소리를 낼 책임과 권리가 있음과 이를 위해 노력한 본인의 경험을 통해 과학과 사회를 분리하는 사고는 시대착오적임을 전하고자 했다.

전술한 것처럼 ‘전체’적 입장에서 읽어 보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원자적 미시 세계에 관한 양자역학적 자연법칙이라는 ‘부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저자의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분명함을 받아들인다면 ‘부분’은 결코 ‘전체’와 불가분함이 자명해지지 않을까 한다. 과학과 인생을 고민하던 학생 시절의 감흥이 여전히 생생하며 인생의 후반에 접하면서 왜 하이젠베르크가 이 책의 제목을 ‘부분과 전체’로 했을까에 대한 오랜 의문이 조금은 좁혀진 것 같다.


제목| 부분과 전체
저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출판| 서커스, 2016
중앙도서관 청구기호| 429 하265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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