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끼임 사고, 사망 사고, 손가락 절단 사고. 지난달 SPC그룹 계열사의 공장에서 잇달아 일어난 사고는 모두 산업재해(이하 산재)에 해당한다. 이처럼 직장에서 일하다가 다치거나 병이 들면 모두 산재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산재 통계에는 오직 산재 보험으로 보상받은 경우만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산재 시스템은 산재 보험에 가입된 노동자 개인이 산재 신청서를 작성하면 근로복지공단의 심의를 거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지급받게 돼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거치지 못해 산재 통계로 분류되지 않은 산재가 많다. 바로 비정규직이나 파견직의 산재다. 지난달 7일 SPC그룹 계열 SPL 평택 제빵 공장에서 컨베이어에 손이 낀 사고를 당한 A씨는 기간제 계약직이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관리자는 바로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그 자리에 세워놓고 혼을 냈다. 

이후에도 A씨를 병원이 아닌 보건실로 데려갔고, 보건실 담당자는 ‘기간제는 자기네가 알아서 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지금은 산재 처리 여부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에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측된다.

노동건강연대 전수경 활동가는 “언론이 조명해서 국민이 관심이 있는 사안이면 산재 처리가 훨씬 빨라진다”고 이야기했다. 더 중요한 것은 아예 산재 신청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 활동가의 말에 따르면 비정규직과 파견직의 경우 회사에서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청하면 해고하겠다는 등 인사고과 평점을 낮게 하겠다는 둥 불이익을 주겠다며 압박하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개인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지만 현실은 회사가 하지 못하게 막는다면 산재 신청이 어려워진다. 

지난해 5월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산재 통계의 허점을 지적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의 중요성에 대해 다뤘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넘게 지난 지금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신청은 어렵다. 다만 이번해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기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목적에 부합하는 원청 경영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지 귀추를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사전에서 정의하는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받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아마도 노동자이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노동자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같은 노동자를 위해,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노동 문제에 대한 관심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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