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라가겠습니다’에서는 서울에 있는 산을 올라가고 그곳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청명한 하늘과 쌀쌀해진 날씨가 가을의 절정을 알립니다.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10월의 어느 멋진 날, 오색 빛으로 물든 인왕산을 올랐습니다. 인왕산은 종로구 무악동에 자리합니다. 

▲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경복궁부터 청와대, 남산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경복궁부터 청와대, 남산타워가 한눈에 보인다.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으며 338.2m의 높이로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인왕산은 예부터 아름다운 경치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조선 초기부터 △북악산 △남산 △낙산과 함께 한양 도성을 축조할 당시 중심이 됐던 명산으로 꼽혔습니다. 더불어 국보로 지정된 조선시대 화가 정선의 산수화 '인왕제색도'로 널리 알려지며 그 명성을 굳건히 지켜왔습니다.

인왕산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덕에 지하철 3호선과 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쉽습니다. 둘레길부터 시작해 자락길, 숲길까지 여러 코스가 개통돼 수준에 맞는 등산을 즐길 수 있습니다. 성곽이 둘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뽐내는 자락길을 한 발짝 두 발짝 올라가다 보면 붉게 물든 단풍이 시선을 이끕니다. 유려하게 가지를 뻗은 나무들과 진홍빛 코스모스는 산을 더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중간에 가파른 구간이 있어 땀이 배어 나왔지만 풍경을 눈에 담자마자 고됨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경복궁부터 청와대,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보이는 서울의 전경은 절로 탄성이 나오게 합니다. 그야말로 절경이었습니다.

인왕산을 오르다 보면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범바위와 사직전망대 등 많은 명소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꼭 들러야 할 곳은 바로 우리대학 건축학과 이충기 교수가 설계해 지난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수상한 '초소책방'입니다. 초소책방은 인왕산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 공비 31명이 청와대 기습을 시도해 민간인이 사망하게 된 1·21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남침과 사태 재발을 방어하기 위해 인왕산은 54년간 일반인 출입이 제한되며 발길이 끊겼습니다. 개방 이후 시민들의 방문을 장려하기 위한 사업이 진행됐고 청와대 방호 목적으로 50년 넘게 경찰 초소로 이용해 온 건물은 책방과 쉼터로 탈바꿈했습니다. 이제는 등산뿐만 아니라 초소책방에 방문하기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시험도 끝나 여유가 찾아온 늦가을, 대한민국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인왕산을 올라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 도심 한복판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려한 자연이 소중한 추억을 선사할지도 모릅니다.


신연경 수습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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