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시GV

저명한 수학자가 탁자에 앉아있다. 주변을 둘러싼 제자들이 평생의 업적을 이룩한 교수에게 존경의 뜻으로 탁자에 만년필을 하나씩 놓고 간다. 대학생 ‘존 내시’는 “세상의 인정이 느껴진다”며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본다. 

1948년 최고의 수학 천재들이 모인 프린스턴 대학교에 그는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내시는 “강의는 사고를 둔하게 만든다”며 수업을 거부하고 먹이를 둘러싼 비둘기의 움직임 등을 수학적으로 연구한다. 그는 기숙사 창문을 칠판 삼아 온종일 연구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다. 

오랜만에 친구의 권유로 술을 마시러 간 내시는 금발의 여학생을 유혹하는 방법을 생각하다 경제학 이론 중 균형이론의 단서를 발견한다. 이후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반박하며 ‘내시균형’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다. 내시균형은 미시경제학 게임이론에서 중요한 이론으로 지금까지 여러 학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하루아침에 학계 스타로 떠오른 내시는 원하던 윌러 국방연구소에서 일하며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를 역임한다.

그러나 1960년대는 냉전 시대였다. 교수로 재직하던 내시는 정부 비밀 요원 윌리엄 파처를 만나 소련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에 파견된다. 내시는 프로젝트 도중 소련 스파이가 자신을 따라온다고 느껴 강의 중 뛰쳐나가는가 하면 허상의 인물과 대화하는 등 자신만의 세계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후로도 계속되는 내시의 다사다난한 삶은 영화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내시는 모교로 돌아가 노년에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연구를 진행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다. 그 말을 듣고 내시 주변을 둘러싼 학자들은 존경의 의미로 탁자에 만년필을 하나씩 놓고 간다. 내시는 저명한 학자를 부러워하던 입장에서 존경받는 자리까지 올랐다. 영화를 통해 한 시대를 대표했던 학자의 인생을 톺아보며 이론 속에 담긴 학자 일생의 고뇌와 번민을 조금이나마 느껴보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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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빈 기자 csb@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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