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야심한 새벽, 정경모(철학 21) 씨는 빛이 새어 나오는 화면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전 연인과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예능 <환승연애2>를 보고 과몰입했기 때문이다. 정 씨가 시청한 <환승연애2>는 지난 8월 2일 한국방송콘텐츠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와 OTT 프로그램 화제성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나는 SOLO>는 3위, <돌싱글즈3>은 4위에 올라 연애 예능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연애 예능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변화를 거듭하는 연애 예능

연애를 주제로 한 프로그램은 이전에도 존재했다.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방영된 <짝>이 연애 리얼리티 예능의 시초다. <짝>은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로 시작했다. 다큐멘터리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점심 식사 파트너 선택 등 예능적 요소를 추가해 발전시켰다. 이때까지는 이성이 한 장소에 모여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지목하는 단순한 형식이었다. 최근에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연애 예능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방영된 <체인지데이즈>는 권태기 연인 간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 서로의 애인을 바꿔 데이트해보는 파격적인 설정을 선보였다. 연애 심리 서바이벌 <러브캐처>는 사랑과 돈 중 하나를 선택하고 상대가 무엇을 선택했을지 추리하는 게임 요소를 도입했다. 출연자 역시 미혼 남성과 여성으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성소수자의 사랑을 다루는 <남의 연애>와 <메리퀴어> 같은 예능도 등장했다. 이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출연하는 <돌싱글즈3>는 3~5%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수많은 연애 예능 사이에서 더 파격적인 소재가 필요하기에 색다른 출연자를 계속해서 찾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해 방영됐거나 방영 예정인 연애 예능은 25개에 달한다. 오 평론가는 “요즘 연애 예능의 특징은 비틀기”라며 “차별화를 위해 짝짓기식 연애 예능보다 한 단계 진화된 형식을 띤다”고 설명했다. 

최근 연애 예능의 또 다른 특징은 연예인 패널의 존재다. 연예인 패널은 출연자들의 영상을 보고 출연자들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기도 한다. 오 평론가는 “유명인의 출연으로 볼거리가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패널의 생각을 들으며 시청자의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답했다. 

연애 예능 인기 요인  “공감이 돼서 봐요” 

연애 예능의 인기는 급상승하고 있지만 실제 연애 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 인구포럼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새로운 이성을 만난 경험이 있는가’ 문항에 78.1%가 ‘없다’고 답했다. 연애 예능의 인기와 실제 연애 비율이 반비례하는 이유에 대해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연애 비율이 감소했다”며 “비대면 시대에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지면서 남의 연애를 통해 대리만족하고 싶은 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애 예능은 다양한 연령층에 걸쳐 인기를 끌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20대부터 40대까지의 연애 예능 시청 경험을 조사한 결과 20대 후반이 61.4%, 30대 초반이 61.1%로 시청 경험이 가장 많았다. 40대 초반 45.8%, 40대 후반 45.3%가 연애 예능 시청 경험이 있다고 답변하면서 40대 시청자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각 연령층이 주로 선호하는 연애 예능에는 차이가 존재했다. 20대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환승연애2>를 시청한 정경모 씨는 “프로그램 특유의 설레는 분위기와 20대 커플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와닿았다”며 “출연자들과 자신이 연령대가 비슷해 몰입이 잘 된다”고 시청 이유를 밝혔다. 30대와 40대가 출연하는 <나는 SOLO> 시청자 조재천(51) 씨는 “결혼 적령기에 놓인 사람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는 모습이 좋았다”며 “결혼 전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공감 간다”고 답했다. 

악플에 시달리는 출연자, 잘못된 환상 갖는 시청자

연애 예능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부작용도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일반인 출연자에게 쏟아지는 악플이다. <나는 SOLO> 8기 출연자 조아영 씨는 “방송이 나가고 악플이 많이 달렸다”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고 출연을 후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기민 씨는 “방영 후에 알아봐 주시는 분이 많아지면서 대중의 관심에 빠져버리기도 했다”며 “순수하게 연인을 찾으려 했던 출연 목적이 퇴색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청자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존재한다. 오광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어린 시청자들이 선정적인 소재의 연애 예능을 보고 모두 프로그램에 나온 방식으로 연애한다고 잘못 이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연애 예능이 건강하게 소비되기 위한 조건으로 오 평론가는 생산자와 소비자 양측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시청률에 얽매여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상황만 연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동시에 “어떤 프로그램이든 악플이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인신공격 같은 지나친 악플은 삼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은정 기자 choej81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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