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이하 대사)는 1995년 주한영국대사관 서기관으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의 안동 방한 기획을 총괄했고 여기서 한국인 아내를 만나게 된다. 이후 지난 2018년부터 코로나19로 대사관이 폐쇄될 때까지 주북한영국대사로 근무했다. 이번해부터 처가가 있는 한국으로 돌아와 대사로서의 임기를 시작했다. 유창한 한국말로 진행된 콜린 크룩스 대사의 지난 3일 평양학 심포지움 특별강연을 정리했다. -편집자주-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지난 20년간 북한-영국 관계는

2000년 영국-북한 수교 협상에서 영국 외무부 통역자로 짧은 기간 근무했었다. 당시 북한 측 통역사가 굉장히 능력 있는 통역자였는데 당시는 북한 외교관이었고 지금은 탈북한 태영호 국회의원이다. 2000년대 들어 영국은 북한 정권이 빠른 시일 내 무너질 것이라 판단해 2001년부터 주북한영국대사를 임명하고 대사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영어교육, 체육협력과 문화교류를 통해 다양한 측면에서 북한의 변화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했다. 핵 개발과 미사일 실험에서 볼 수 있듯 지난 20년 동안 북한은 언제나 희망과는 거리가 있었고 여러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었다. 

10년 사이 북한의 변화는

2008년에 북한에서 외교관으로 3달간, 10년이 지난 2018년부터 주북한영국대사로 1년 반 동안 근무했다. 원래 대사 임기는 3년이지만 코로나19 시기 북한에서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평양에 사는 동안 운전면허증이 있으면 평양과 남포, 원산 같은 곳은 자유롭게 갈 수 있었다. 다른 북한 소도시와 시골은 허가를 받으면 구경할 수 있어 꽤 많은 지역을 방문했다. 

10년 새 평양 시내에 상점이 많아진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간판이 많아졌고, 간판에서 회사 로고까지 보여 북한이 상업적으로 발전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건축을 좋아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영향으로 새로운 건물이 많이 생겼고 미래과학자거리가 조성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평양시민들의 생활이 좋아졌다고 느꼈다. 평양이 아닌 시골은 아직도 소를 통해 농사를 짓고 있었다. 남포나 신의주 같은 대도시도 개발됐지만 평양만큼은 아니었다.

북한 주민과 교류할 수 있었는지

외교관으로 북한에서 살면서 주민들과 자유롭게 소통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음에도 서로 대화할 수 없었다. 아마도 주민들이 가진 공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어린이들과는 이야기할 수 있었지만 7살부터는 인사하지 않고 외면했다. 요리사나 통역관처럼 대사관에서 일하는 북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제한된 느낌을 받았다. 5·1 노동절 같은 명절에 평양 주민들은 불고기를 구워 먹고 술을 먹는데 그때를 틈타 술에 취한 주민들과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었다. 당시 주민들과 평양 골목에서 북한에서 ‘화면반주’라 부르는 노래방 기계로 ‘아리랑’을 불렀던 것이 귀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 콜린 크룩스 대사가 트위터에 업로드한 평양의 모습
▲ 콜린 크룩스 대사가 트위터에 업로드한 평양의 모습

북한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북한에서 영국정부와 북한정부의 관계를 운명하며 보통 외무성에 방문해 차관들과 자주 만났다. 이 외에도 각 성을 자주 다녀 공무원과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 인권 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제기했지만, 건설적인 논의로 이어지기에는 남한-영국-북한 간 협력이 제한돼있어 어려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주북한영국대사로 트위터에 (북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린 것이다. 지금까지 외교관이 북한 사진을 올린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올리지 않은 평양 사진이 많은데 ‘Colin Crooks’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면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계속 태도를 바꾸는 이유는

평양에 도착한 당시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렸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019년은 좋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상황을 긍정적으로 봤다. 하노이에서 열린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낙관적인 태도로 체제 완화와 핵무기 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좌절돼 큰 실망을 겪게 됐다. 북한은 계속 두 목표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하고 판문점 회담을 주도했으나 2019년 말에 포기했다. 북한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간 외교를 중단하고 비밀리에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부터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대외정책 방향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을 두 가지로 예측해볼 수 있다. 

먼저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이전처럼 도발로 갈등을 고조시키다가 외교의 문을 여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 반대로 계속해서 도발을 유지하면서 강경한 태도를 보일 여지도 있다. 이러한 도발이 계속되면 미국이 등장해 힘으로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 사실 북한에 가장 위험한 국가는 중국이다. 북한은 경제와 식량을 중국에 상당히 의존한다. 이로 인해 중국은 자신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북한 정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중국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경계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한미일 협상은 낙관적일 수도 있지만 한 치 앞을 보면 미사일로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영국의 역할은

현재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격하는 나라가 많다. 우리는 공유하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 비핵화는 UN결의에서 약속되고 있고 이 목표를 유지해야 한다. 영국은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북한의 핵실험과 도발 대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또 영국은 미국의 군사 동맹국이기에 군사적으로도 한국을 도울 수 있다.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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