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평양학을 모색하다’를 주제로 한 ‘2022 평양학 학술 심포지엄’이 지난 3일 우리대학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본 학술행사는 전국 유일 공립대학인 우리대학 산하의 서울학연구소 주관으로 열렸다. 지역학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서울학연구소는 지난 6월 평양학연구센터를 설립해 남과 북의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한 평양학 연구를 시작했다. 평양학 연구소는 평양학 총서 신간 3종 『평양의 옛 지도』, 『모방할 수 없는 역사』, 『평양 오디세이』를 편찬했다.

서울학연구소는 이번해부터 11월을 서울-평양 간 학술교류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평양학 연구의 달’로 정했다. 더불어 다수의 전문기관이 협력해 주최하는 5주간의 학술 심포지엄과 토크쇼 등 행사가 예정돼있다. 우리대학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주한 영국대사, 전 통일부 차관,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 여러 분야의 교수 등 각계각층 전문가가 참여했다. 행사는 서울학연구소 손용석 연구원의 진행 하에 △환영사 △특별강연 △기조 강연 △패널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 전문세션 중 패널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 전문세션 중 패널토론을 진행하는 모습

평양학, 그 문을 열다.

환영사를 맡은 서순탁 총장은 “우리대학은 남북 학술교류 차원에서 평양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했다”며 “오늘 이 자리는 지난 30년간 축적해온 서울학 연구 경험을 평양 연구에 접목하기 위한 또 하나의 시도”라고 역설했다. 덧붙여 “최고의 전문가를 모신 만큼 평양의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패널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외교관으로서 서울과 평양 두 도시에 순환 근무했던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의 특별강연이 진행됐다. 평양에서 북한의 변화를 위한 프로젝트와 평양에서의 삶을 생생하게 전했다. 남북 상황이 낙관적이었던 싱가포르 정상회담부터 북한의 대외정책 전망까지 살펴볼 수 있었다. 

남성욱 서울시 남북교류협력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시기에 학술교류를 하게 돼 안타깝다는 소감을 밝히며 기조 강연을 시작했다. 남 위원장은 국정원 산하 기관에서 약 3년간 탈북자 연구원과 함께 근무한 일을 근거로 탈북민이 남한 체제에 적응할 때의 어려움에 대해 말했다. 이어 북한 문화 ‘총화’에 대해 설명했다. 평가라는 의미를 가진 총화는 북한의 주민 통제 수단 중 하나다. 학교, 직장, 군대 등 단체에서 주로 이루어지며 주 1회 자아비판과 상호비판을 한다. 

남 위원장은 “공개석상에서 비판이 이뤄지는 총화는 북한 사회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중 하나”라며 “상호 간 비판으로 사람이 소극적으로 되고 죄의식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대한민국 380개 대학 중 평양학연구소를 운영하는 곳은 서울시립대가 유일해 서울시립대만 할 수 있는 학제적인 연구를 하길 바란다”며 발표를 마쳤다. 
 

▲ 심포지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심포지움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평양의 뿌리를 탐구하는 학술연구”

전문 세션은 발제와 그에 대한 패널토론 형식으로 이뤄졌다. 서울학연구소 평양학연구센터 조유현 센터장의 발제 후 그에 대한 패널들의 관점과 경험, 평양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나눴다. 사회는 우리대학 국사학과 정재정 명예교수가 맡았다.

조유현 센터장은 ‘평양학 연구 정립을 위한 과제와 제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지역학으로의 평양학의 의미와 앞으로의 연구과제에 대해 말했다. 지역학이란 특정한 지역의 지리나 역사, 문화를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조 센터장은 “최근 지자체에서도 지역학의 필요성을 인정해 조례와 재정적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학제 간 융합연구나 지역민의 삶을 기반으로 한 참여형 연구를 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평양 연구와 평양학의 차이점에 관해 설명했다. 

조 센터장은 “평양 연구란 평양이 안고 있는 문제해결을 위한 정책연구인 반면 평양학은 평양의 뿌리를 탐구하는 학술적 연구”라고 소개했다. 덧붙여 “남북 간 인식공유와 서울시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서울-평양 두 도시의 관계사를 중심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의 한강과 북한의 대동강을 함께 연구하는 것을 예시로 들었다.

평양학에 대한 다양한 관점

‘평양학 연구를 위한 과제와 제안’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시작됐다. 패널토론은 약 5분간 6명의 패널이 발제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제언하는 식으로 구성됐다. 각 분야의 전문가별로 평양학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들어볼 수 있었다. 홍양호 전 통일부 차관은 “서울시립대는 서울시 공립대학으로 평양과 서울을 연구한다는 충분한 정당성이 있고 다른 어떤 대학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리대학만이 가진 평양학을 공고히 할 방법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홍 전 차관은 “학교 내 교양학부에 평양학 관련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이 있다”며 “젊은 세대에 지역학 연구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고 학교 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균관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김성수 교수는 서울의 표준어와 평양의 문화어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70년 이상 분단의 세월동안 서울 문학가가 평양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못봤다”며 “서울과 평양의 문학가가 개방적으로 교류하고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조봉현 IBK 기업은행 부행장 겸 기은경제연구소 소장은 미래지향적 연구를 중점으로 이야기했다. 연결과 융합의 시대에 발맞춰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 평양 관련 자료를 빅데이터화 하거나 평양 메타버스를 구축해 만나볼 수 있게 하는 등의 사업을 언급했다.

패널 담화를 끝으로 평양학 학술 심포지엄이 마무리됐다. 패널토론을 진행한 정재정 명예교수는 “시국이 좋지 않을수록 거대 담론보다는 작은 것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북한이라는 ‘국가’가 아닌 평양이라는 ‘도시’를 연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평양학 연구센터가 저술한 『평양학 오디세이』 에 따르면 평양이 단순히 북한 수도 이상의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평양은 북한이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사회주의 혁명의 심장’이며 북한 사회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이라고 표현한다. 평양을 안다는 것은 북한의 정치와 경제, 사회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볼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평양학 연구의 달을 통해 평양학 연구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최수빈 기자 csb@uos.ac.kr
배경사진출처: 평화데일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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