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LAW 말할 것 같으면

지난달 15일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이하 데이터센터)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센터를 임대해 데이터를 보관하던 카카오는 곤욕을 치렀다. 카카오톡(이하 카톡)과 더불어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일제히 중단됐기 때문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사태에 책임을 지기 위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카카오 공화국’의 폐해

지난해 카카오의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카톡은 90%가 넘는 메신저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이 거대했던 만큼 이번 사태로 피해를 겪은 국민도 상당했다. 카카오의 △카카오맵 △카톡 △카카오T △다음 홈페이지 등을 이용하던 대다수 국민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었다. 단체 카톡방에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대학생 주다예(20) 씨는 서비스 마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주 씨는 “인스타그램과 구글 등 타 플랫폼을 통해 과제를 진행했지만 사용법이 낯설어 불편했다”고 호소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현주(20) 씨는 “평소 카카오페이를 사용하는 손님이 많다”며 “즉석에서 다른 결제 수단을 사용하는 손님도 있었지만 당황스러워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회보장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 A(20) 씨는 “먹통 사태로 인해 인증서 발행 시 자동으로 고객에게 알림톡을 전송해 주는 시스템이 멈췄다”며 “자동 시스템의 중단으로 직원들이 수동 문자로 알림을 전달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해당 사태는 화재 진압 중 전력 차단 과정에서 서버가 중단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판교 데이터센터에만 의존해 초래된 카카오의 ‘먹통 사태’에 비판이 이어졌다. 우리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을 가르치는 손권상 교수는 “이번 사태의 경우 카카오의 경영전략 문제가 크다”며 “다수의 사용자가 참여하고 있는 플랫폼의 안정성보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몰두해온 행보가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속 황소개구리, 플랫폼 독점 해결책은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로 카카오의 ‘문어발식 경영’이 규모는 크지만 안정성은 낮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러한 대규모 플랫폼의 행태를 조절할 해결책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법안(이하 온플법)이 주목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온플법은 더불어민주당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공동 추진한 『22대 민생법안』에 포함되며 국회 통과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당시 플랫폼 업계의 반대와 관련 부처 간 이견으로 뒷전이 됐다. 정권이 바뀌며 기조는 국가 규제가 아닌 자율 규제*로 변했다. 한동안 언급되지 않던 온플법은 이번 먹통 사태로 인해 재조명됐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태로 소비자 피해를 겪은 플랫폼 이용자들이 해결방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플랫폼 독과점 심화 문제에 대해 자율 규제를 강조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17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독과점이 심한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국가 기반 인프라에 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국가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가 규제로의 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며 국회에서도 독과점 문제를 규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5일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독과점 시장 구조가 장기간 지속되면 공정위가 사업자에 시장 구조 개선에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어 지난 1일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시장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기본법』 제정안 발의 방침을 발표했다. 월간 실제 이용자 수가 1천만 명 이상이거나 이용사업자가 2만 명 이상일 경우 ‘시장지배적 플랫폼 중개사업자’로 지정하는 법안이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으로 선정되면 여러 규제가 적용된다.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면 이해충돌로 규정되며 자사 제품 특혜 제공과 이용사업자 차별도 불가하다.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 것인가

최근 EU에서 통과된 『디지털시장법』도 플랫폼에 대한 금지행위 조항을 명시했으며 온라인 플랫폼이 상호운용성**이나 데이터 접근 등 다양한 공익적 목적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자사 서비스를 강요하거나 독점적 행위를 하지 못하게 했다. 손권상 교수는 “미국 등 해외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발의된 EU의 법안 발전 양상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토종 플랫폼들을 규제한다”며 “국내 온플법이 기존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을 크게 바꿀 수 있을지는 모호한 상황”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현재 발의된 온플법은 독과점 플랫폼과 거래 시 우월 시장지위 남용을 방지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과점 플랫폼이 가격을 인상하거나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얻어도 이렇다 할 방안이 없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수수료 상승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단품 배달을 진행하는 ‘배민 1’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에게 음식값의 6.8%를 중개수수료로 책정하고 있다. 손 교수는 “온플법의 범위를 플랫폼의 부당 이익 제재까지 넓힌다면 독과점 플랫폼의 부당 이익을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이러한 규제들이 등장하더라도 독과점 구조 자체를 완전히 바꾸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조혜림 씨는 “앱을 사용하지 못하면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사태를 겪으며 독과점의 무서움을 경험했다”며 “법안이 입법돼 이용자들의 안정적인 서비스 사용이 당연한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자율 규제: 정부가 아니라 규제 대상인 사업자가 스스로를 규제하는 것
**상호운용성: 하나의 시스템이 동일 또는 타 기종의 다른 시스템과 아무런 제약 없이 서로 호환돼 사용할 수 있는 성질


신연경 수습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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