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그룹 연이은 사고 발생, 불매운동 확산

지난달 15일 SPC그룹 계열사 SPL 평택 제빵공장(이하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 A씨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1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국민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1천억원을 투자해 안전 경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이 지난 23일, SPC그룹 계열사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 40대 근로자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된 사고가 발생했다. 약 일주일 사이 SPC그룹 계열 공장에서 두 건의 산재가 발생한 것이다. “남은 시간 파이팅하고 조심히 퇴근해요. 다치지 말고.” 사고 직전 A씨의 연인이 보낸 메시지다. 읽지 않았음을 뜻하는 메시지 옆 ‘1’ 표시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다. 
 

▲ SPC그룹 본사 앞 시위 현장에 작은 추모 공간이 마련된 모습이다.
▲ SPC그룹 본사 앞 시위 현장에 작은 추모 공간이 마련된 모습이다.

기계가 아닌 사람에게 투자해야

양재동 SPC그룹 본사 건물 앞에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SPC 파리바게뜨는 연차휴가, 보건휴가, 점심시간, 보장하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와 ‘SPL 산업재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가 적힌 배너가 주변에 걸렸다. 천막 근처에 설치된 두 개의 화이트보드에는 사람들이 남겨둔 추모와 응원의 글이 가득했다. 천막 옆 탁자 위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흰 카네이션이 쌓여있었다. 시위 장소를 지나가던 B(25) 씨는 “뉴스 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런 일이 꽤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아는데 회사 측의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규형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이하 화섬노조) SPL지회 지회장은 “사고 다음 날 회사에 갔더니 사고가 발생한 기계를 흰 천으로 가려놓고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SPL 제빵공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공장으로 약 1천 명의 직원이 주야 12시간 교대 근무를 한다. 강 지회장은 “하루 생산량은 200만 개 이상으로 생산량만큼 업무 강도도 매우 높다”고 이야기했다.
사고가 발생한 SPL 제빵공장에는 비정규직이 많다. 인원이 빨리 교체될 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나 기간제도 많이 뽑기 때문이다.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약 일주일 전인 지난 7일, 같은 공장에서 라인 작업을 하다 벨트에 손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겪은 직원도 비정규직이었다. 강 지회장은 “숙련 사원이 많아야 사고가 덜 나는데 상여금이 400% 삭감되는 등 회사의 대우가 안 좋아져 이직률이 높아졌다”며 “특히 3층 샌드위치 라인은 주문량이 늘었는데 숙련 사원은 적어 과부하가 더 심하게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취업플랫폼 사람인에 올라온 SPL 생산 부문 정규직 사원 모집에 명시된 시급은 1호봉 9417원이었다. 강 지회장은 “10년 된 남자 직원의 시급이 1만 2천원이고 여자 직원은 더 적은 1만 1천원”이라며 “SPC그룹이 복리후생비를 높이고 급여를 올려야 근속률이 올라갈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A씨의 유족은 허 회장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이번 사망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소 여부와 별개로 관련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족이 허 회장을 고소한 이유에 대해 “SPL은 당연히 처벌받겠지만 모그룹인 SPC그룹의 경영책임자는 빠져나가기 쉽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허 회장은 SPC그룹의 등기이사가 아니지만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전 활동가는 “이번에 누가 처벌받는지에 따라 원청 경영책임자의 처벌이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 달성 여부가 달라질 것”이라며 귀추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강규형 지회장과 전수경 활동가는 입을 모아 ‘사람을 기계처럼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활동가는 “기업들은 잠시도 기계의 전원을 내리지 않는다”며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면 기계를 멈춰야 하는데 이를 큰 손실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산재를 사람이 당한 사고가 아닌 생산 과정상의 손해로 본다는 뜻이다. 강 지회장은 “일의 특성상 근속 연수를 올리려면 대우가 좋아야 한다”며 “허 회장이 안전 경영에 1천억을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걸 사람한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불매운동에 대한 다양한 시선

SPC그룹의 미흡한 대처는 국민의 공분을 사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서울시립대신문에서 우리대학 재학생 2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SPC그룹에 대한 불매운동에 동참할 거냐는 질문에 80.2%가 ‘예’라고 응답했다.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학우들은 ‘미흡한 회사의 사후대처와 사고 직후 다른 사고 발생 등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불매운동이 필요’, ‘목숨과 맞바꾼 빵을 먹고 싶지 않음’ 등의 의견을 밝혔다. 

김수민(영문 21) 씨는 “본사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문제”라며 “사상자와 공장 직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처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불매운동에 동참할 거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응답한 19.8%의 학우들은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소상공인’, ‘가맹점주의 피해만 발생하며 영향력이 미미해 근본적 문제해결이 불가능’ 등의 의견을 표했다. 하경민(영문 21) 씨는 “SPC그룹이 강하게 규탄받아야 마땅하지만 불매운동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각에서는 불매운동 중 발생하는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계속해서 거론됐다. 설문에 따르면 학우들은 가맹점주의 피해에 대해 ‘안타깝지만 거대 브랜드를 등에 업고 장사하며 이득을 얻기에 감수해야 할 리스크’, ‘이럴 때마다 가맹점주들이 본사 측에는 침묵을 유지하는 것은 본사의 자세에 대한 암묵적 동의라고 생각’ 등의 의견을 전했다. 도시사회학과 신인철 교수는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받는 것은 안타깝지만 이는 SPC그룹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가맹점주 피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저들의 사정이 아닌 우리의 일

불매운동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강규형 지회장에 따르면 회사를 걱정하는 노동자와 이번 불매운동이 회사가 바뀔 기회로 생각하는 노동자로 양분됐다. 임종린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은 “불매운동으로 물량이 줄고 가맹점들의 매출도 줄어 장기화된다면 일자리를 잃을까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반면 신인철 교수는 “그동안 노조 측에서 노동환경개선을 수없이 요구하고 단식투쟁까지 벌였으나 국민적 관심을 받지 못해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며 “노조가 사측과 협상하는 데 불매운동이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매운동은 기업에 대한 국민적 울분, 책임자에 대한 적절한 처벌,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간접적인 방법이다. 신 교수는 “중요한 것은 기업매출액에 얼마나 타격을 줄 것인가가 아니라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의 확산에 있다”며 “이 인식의 확산이 기업에 장기적으로 파급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강 지회장은 “투쟁해야 불합리한 것이 바뀐다”며 “젊은 분들은 타협하지 말고 힘을 합쳐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지회장은 “이번 사고는 또 다른 청년에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기에 내 일처럼 생각하고 함께 분노해달라”고 부탁했다. 신 교수는 “학생은 미래의 노동자“라며 “본인이 당면한 것이 아니라고 사회적 약자가 겪게 되는 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정재현 수습기자 kai71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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