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오후 7시, 생활관 지하 1층 호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생활관과 기숙사 학생위원회에 따르면 침대 위에 있던 보조배터리가 과열되면서 발화가 시작됐고, 화학섬유가 빠르게 타 발생한 연기가 생활관 지하 1층과 엘리베이터로 퍼졌다. 다량의 연기를 감지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즉시 진화됐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 화재가 발생한 호실
▲ 화재가 발생한 호실

지난달 28일 취재를 위해 해당 호실을 방문한 결과 생활용품 일부가 불탔고 형광등 덮개는 녹아내렸으며, 공기 순환을 위한 기계장치가 작동되고 있었다. 방 전체가 그을린 만큼 작은 화재는 아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화재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동대문소방서와 시설과에 화재 사실을 물었으나 모두 알지 못했다. 천영진 생활관장은 “모든 건물의 화재수신기가 시설과 전기실에 연동돼있어 당일 근무자들은 이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라며 “화재가 곧 진압돼 추가 피해가 없어 소방서와 시설과 전체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화재 신고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될까. 

경비종합상황실 담당자는 “각 건물 관리자가 불이 나면 울리는 경고 시스템을 듣고 파악한다”며 “경비종합상황실과 당직실에 보고되고 총무과와 기계실로 넘어가 소방서에 신고한다”고 설명했다. 경보가 울렸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소방서에 신고할 수 있었지만 조기 진압됐다고 판단해 신고하지 않은 것이다.

생활관에 거주하고 있는 A(20) 씨는 “경보가 울렸을 당시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생활관 측에서 아무런 안내가 없었다”며 “학내 커뮤니티에서 다른 학우들이 남긴 글을 보지 못했다면 화재 사실 자체를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경보는 일부 층에만 울렸을 뿐 건물 전체에 울리지 않았다. 

천 생활관장은 “생활관의 화재경보시스템은 『소방법』에 따른 우선경보방식”이라며 “당시 해당층인 지하 1층과 그 위아래 층에 경보가 울렸다”고 설명했다. 우선경보방식은 5층 이상, 전체면적 3천㎡ 이상 건물에서는 순차적으로 대피하면서 혼란을 막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어 “경보와 동시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했고 수 초 만에 화재가 진압돼 안내방송은 필요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큰 화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학생들은 생활관 측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A씨는 “생활관의 안내·대처 미흡과 학생들의 안전불감증이 이어진다면 큰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며 “교육이나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기숙사 학생위원회 김동현 위원장은 “기숙사생들이 화재 소식을 알지 못한 부분은 생활관 측의 공지가 없었던 탓”이라며 “생활관장과 면담을 통해 소통의 부재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풀고 SNS와 게시판에 알리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속대책에 대해 천 생활관장은 “이번 화재 사고를 공지해 학생들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외출하기 전에 방을 한 번 더 점검해달라는 안내를 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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