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새벽 6시 전화 한 통이 왔다. “할머니가 뉴스 보고 너 거기 갔나 걱정하셔서 전화했다.” 뉴스로 10·29 참사를 접하고 서울에 사는 나를 떠올리신 것 같았다. 희생자의 대부분은 우리 또래인 20대였다. 29에서 30일로 넘어가는 늦은 밤에 일어난 사고라 그들의 부모도 마찬가지로 잠에서 깨고 나서야 사고 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마음을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5일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다. 국가애도기간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 사망하거나 재난 재해로 많은 사람이 숨졌을 시 국가적으로 추모 기간을 갖도록 하는 세계적인 관습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이래로 「국가 애도기간 및 국가 애도의 날」을 지정·운영했다. 애도기간 중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은 시급하지 않은 행사를 연기한다. 각종 유명인도 핼러윈 언급을 자제하고 국가 애도기간에 동참하기 위해 콘서트와 공연 등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애도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일어났다. 미술평론가 임우근준 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국가 차원에서 애도기간을 설정해 계도하는 일은 적절치 않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이태원 상업 지구를 일종의 장례식장으로 묘사하는 것도 옳지 않다”며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고 그곳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또한 애도기간으로 인해 취소된 행사와 공연은 단순히 유흥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업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한편 국가 애도기간 지정으로 인해 희생자들을 탓하게 되는 여론이 형성된다는 지적도 있다. 설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애도기간을 지정하자 그로 인해 반발이 발생했고 ‘천안함 피격 사건이랑 경중이 다르지 않냐’는 반응까지 나온 것이다.

사고의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급한 국가애도기간 지정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차단하고 일상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일률적인 애도를 시행하지 않아도 이미 국민들은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애도를 표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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