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라가겠습니다

▲ 안산에 오르면 보이는 인왕산과 서대문구의 풍경
▲ 안산에 오르면 보이는 인왕산과 서대문구의 풍경

어느덧 코끝에 찬 바람이 스치는 11월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움직임이 적어져 찌뿌둥해진 몸을 풀고자 안산에 올랐습니다. 안산은 약 296m의 높이로 서대문구 △봉원동 △연희동 △현저동 △홍제동에 걸쳐있는 도심 속 나지막한 산입니다. 종로구에 위치한 인왕산과 안산은 본래 이어져 있었지만 1972년 통일로가 개통된 후 갈라졌다고 합니다. 마주한 두 산은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 넘어갈 수 있습니다. 안산은 말이나 소의 등에 짐을 실을 때 사용한 길마와 생김새가 유사해 길마재라고도 하며 정상에 봉화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는 봉수대가 있어 봉우재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안산의 등산 코스는 크게 안산 자락길과 등산로로 나누어집니다. 안산 자락길은 경사가 낮고 평평한 나무 데크로 조성돼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보행 약자도 산림욕을 즐기며 편하게 산책할 수 있습니다. ‘무장애 산책로’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안산 자락길을 이용하는 누구나 대여소에서 유모차, 지팡이,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락길을 걷다 보니 다양한 연령대의 등산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등산 전날 비가 내린 탓에 비에 젖은 흙냄새가 가득했습니다. 다소 차갑지만 깨끗한 공기가 산에 오른 기분을 곧바로 느끼게 했습니다. 단풍의 일부가 져서 계절이 바뀌는 순간에 있음이 실감 났습니다. 그럼에도 숲은 풍성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졌습니다. 연한 노란색부터 연두색, 진초록에서 새빨갛게 물든 단풍까지 그러데이션으로 이어지는 나뭇잎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습니다. 안산에는 △아카시아 △메타세쿼이아 △벚나무 △자작나무 등이 있어 사계절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숲이 조성돼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안산 자락길을 따라 서대문구청을 향해 걷다 보면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이어지는 샛길이 나옵니다. 메타세쿼이아 숲은 안산 자락길의 백미로 꼽히는 곳입니다. 최대 35m까지 자라는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숲의 초입부터 빽빽하게 들어서 웅장한 느낌을 줍니다. 초록색 잎이 무성한 여름 숲이 절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주황빛으로 물든 나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숲속을 거닐다 보면 벤치에 앉아 차분히 산림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입니다. 나만 알고 싶은 장소로 손색없는 곳입니다. 마음이 심란하고 일상에 피곤함을 느낄 때 안산에서 가벼운 산림욕을 즐기는 것은 어떨까요?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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