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에 대한 리뷰 SI:REVIEW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과일은 단연 귤이다. 따뜻한 이불 속에서 귤을 한가득 쌓아두고 먹기 위해 겨울을 고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때 껍질을 까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사과 껍질 깎듯 길게 늘어뜨리며 까는 사람, 반을 갈라 한 쪽씩 벗겨 먹는 사람, 귤의 배꼽부터 차근차근 꽃 모양으로 까는 사람 등 가지각색이다. 널브러진 껍질은 가끔 뱀처럼 보이기도, 토끼 같은 모양을 띠기도 한다. 이런 막연한 상상에서 나아가 귤껍질로 명확한 동물의 모습을 구현할 수 있다면 믿겠는가? 책 『고수의 귤 까기 아-트』에 적힌 설명에 따라 껍질을 까내면 다양한 생명이 탄생한다. 기자는 우리대학과 가장 가까운 답십리도서관 어린이 열람실을 찾아 책을 빌렸다.
 

▲ 귤까기 아트로 탄생한 말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 귤까기 아트로 탄생한 말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목차를 넘기면 귀여운 그림과 함께 준비물과 귤 까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귤이다. 도안을 그리기 위한 유성 볼펜도 필요하다. 사인펜은 피해야 한다. 귤껍질에 그림을 그리다 보면 껍질에서  나온 액체가 펜촉에 닿아 망가지기 때문이다. 껍질을 까는 도구도 골라보자. 섬세하게 작품을 만들고 싶다면 공예용 가위나 이쑤시개를 추천한다. 기자는 칼을 택했다. 준비물도 다 챙겼으니 이제 귤 까기 아트를 할 차례다.
 

▲ 기자의 미숙한 솜씨로 인해 등에 뿔이 난 토끼
▲ 기자의 미숙한 솜씨로 인해 등에 뿔이 난 토끼

책 속 주인공 ‘무키오’는 귤을 좋아하는 소년이다. 그는 ‘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귤을 대충 까먹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골똘한 고민 끝에 껍질을 까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낸다. 무키오가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첫 작품은 토끼다. 난이도가 별 하나라는 설명에 만만하게 생각하다간 큰코다친다. 구형의 귤 위에 그리다 보니 평면일 때와 달리 완성 후 모양이 머릿속에 연상되지 않아 고전했다.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지만 심기일전해 다시 밑그림을 그리고 조심조심 칼집을 내 벗겨냈다. 그러나 뭐가 잘못된 것인지 엉덩이가 아닌 등에 꼬리가 달린 토끼가 탄생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토끼의 형태를 갖췄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어머니께 받은 칭찬에 탄력을 받은 무키오는 이어서 쥐를 완성한다. 
 

▲ 껍질을 까자 화려한 날개를 자랑하는 학의 모습
▲ 껍질을 까자 화려한 날개를 자랑하는 학의 모습

난이도는 별 두 개다. 꼬리 부분이 얇고 길다 보니 토끼를 만들 때보다 더욱 조심해야 한다. 쥐까지 완성한 무키오는 자신감이 붙어 말에 도전했다. 외형을 잡아 벗겨내고 갈기와 꼬리 부분에 촘촘하게 칼집을 내주면 힘차게 달리는 말의 모습이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별 세 개의 난이도답게 화려한 모양을 자랑하는 학에 도전했다. 칼집에 따라 주의를 기울여 까자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처럼 날개를 활짝 펼친 학이 등장했다. 이 외에도 순록, 개구리, 사마귀, 독수리 등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 수 있다.

과육을 맛보기 위해 아무렇게나 벗겨냈던 귤껍질이 토끼가 되고, 독수리가 되고, 용이 되기도 한다. 여러분도 그렇다. 지금은 꿈을 찾느라 방황하는 대학생일지라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되새겼으면 한다. 다양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귤껍질을 보며 새롭게 탄생할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어보자.


채효림 기자 chrim7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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