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예능 #코미디

‘에어드롭 보내지 마, 수업이 안 되잖아!’ 오유빈(도행 21) 씨는 유튜브를 시청하다가 한 영상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한국지리 수업 중 학생들이 강사의 노트북에 에어드롭으로 웃긴 사진을 보내 수업을 방해받는 영상이었다. 재미있는 반응은 계속해서 웃음을 자아냈다. ‘진짜 강사인 줄 알았는데 콩트를 굉장히 잘 짜셨네요’라는 댓글을 보고 나서야 연출된 코미디라는 사실을 알았다.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수업 중 에어드롭 테러 그만해! 내가 돼지라는 소리야?] 영상은 조회수 569만 회를 기록했다.
 

▲ 너튜브 코미디 영상 [인터넷 방송 중에 남자친구를 들켰을 때...]의 한 장면
▲ 너튜브 코미디 영상 [인터넷 방송 중에 남자친구를 들켰을 때...]의 한 장면

기존 방송사가 살아남는 방법

 「KBS 수익원별 통계 및 프로그램 제작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 KBS 예능 프로그램은 79개였지만 이번해는 58개로 줄었으며 연평균 시청률은 6.0%에서 2.9%로 절반 이상이 감소했다. 특히 시청자 주요 타깃인 2049세대 시청률에서 예능은 0.7%로 하락하며 지난 10년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웹에서 공개되는 예능 프로그램인 웹예능이 부상하고 있다. 기존 예능 프로그램은 TV를 통해 방영됐지만, 웹예능은 OTT 서비스나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다. 달라스튜디오의 [네고왕]은 최고조회수 915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 시즌4까지 제작됐다. 스브스뉴스의 [문명특급]은 인기에 힘입어 스브스뉴스 채널과 분리된 후 구독자 186만 명을 달성했다. 

몇몇 에피소드는 TV로 역진출해 최고시청률 8%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TV 예능 프로그램은 방영 횟수와 시간이 정해져있지만 웹예능은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다만 웹예능은 유튜브나 OTT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 연동해 TV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주로 사용된다”며 “TV 예능 프로그램과 웹예능을 완전히 분리해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웹예능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돼있다. 15~30분 안으로 완결되는 에피소드로 구성된 웹예능은 호흡이 짧은 만큼 접근성이 뛰어나다. 고유빈(도사 17) 씨는 “10~20분 단위의 짧은 영상은 자기 전이나 이동하면서 보기 편해서 자주 시청한다”고 답했다. 김 평론가는 “기존 TV 예능과 달리 스케일이 크지 않지만 일상 속 소소한 재미를 담은 것이 웹예능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코미디언의 새로운 도전 장소, 유튜브

유튜브 채널 ‘너튜브’는 최근 BJ 리리코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여캠남친] 시리즈로 인기를 얻고 있다.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애교를 없애고 숨어있던 남자친구에게 화를 내는 리리코의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웃음을 유발한다. 군인의 일상을 코믹하게 보여주는 ‘빠더너스’의 [문이병 브이로그], 05학번들의 추억을 불러 일으키는 ‘피식대학’의 [05학번이즈백] 역시 우리 주변에서 볼 법한 상황을 연출해 공감을 이끈다.

너튜브는 코미디언 김리안, 송재인, 손민수, 임라라가 모여서 만든 팀이다. 이들이 활동했던 TV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와 [개그콘서트]는 각각 2017년과 2020년에 폐지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TV에서는 개그 프로그램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며 “TV 개그 프로그램은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많은 시청자를 만족시켜야 해 신선한 재미를 보여주지 못한 TV 개그 프로그램의 한계는 유튜브 코미디 콘텐츠에서 보완됐다. 

유튜브로 진출한 코미디언들은 대학생, 군인, 연인, BJ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포착해 콘텐츠로 발전시켰다. 이들은 [개그콘서트]처럼 전 국민이 알진 못해도 탄탄한 팬덤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너튜브 또한 특징 있는 캐릭터에 공감을 더한 연기로 사랑받으며 지난달 약 5만 명에서 지난 19일 기준 약 7만 4천 명으로 구독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김 평론가는 “코미디언들 특유의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나 인기가 꾸준히 확장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미디언 개인이 제작한 코미디 콘텐츠는 방송사를 통해 제작된 TV 예능·개그 프로그램이나 웹예능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와 제작자 사이의 상호작용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코미디언 송재인 씨는 유튜브의 장점으로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재치 있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영상에 적용할 수 있기도 하다. 코미디언 김리안 씨는 “코미디언들이 기획과 편집 과정 모두를 담당해 의견 전달이 편하고 다양한 웃음 포인트를 담아낼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TV 예능 프로그램은 웹예능에 밀려 사라지게 될까? 김헌식 평론가는 “거대 자본을 투입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여전히 TV를 통해 방영되고 있다”며 “OTT 서비스와 연계해 더욱 완성도 높은 대규모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예시로미스터리 어드벤처 웹예능 [여고추리반]은 TVING에서 먼저 선보인 후 리마스터링을 통해 4부작으로 개편, tvN을 통해 TV에서 방영됐다. 반면 개인이 만들어가는 코미디 콘텐츠는 방송사에서 놓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 발굴을 통해 팬층을 모아나갈 수 있다. 김 평론가는 “개인이 코미디 콘텐츠에서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면 TV로 진출하는 등 상호 진화를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웹예능과 유튜브 코미디 콘텐츠는 디지털의 다양성 속에서 발전하고 있다. 김 평론가는 “TV 프로그램에 비해 규제가 덜하기 때문에 제작자와 시청자 모두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좋은 방향으로 웹예능 시장 흐름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주현 기자 xuhyxxn@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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