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gue of Legends

‘514만 명.’ 언더독 김혁준(Deft)의 ‘DRX’와 4번째 우승을 노리는 이상혁(Faker)의 ‘T1’, 마포고등학교 동창끼리 맞붙은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2022 월드 챔피언십(이하 월즈) 결승전 시청자의 수다. 지난 6일 5년 만에 한국 팀 내전으로 치러진 결승은 5세트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DRX가 우승컵인 ‘소환사의 컵’을 들어 올렸다. 
 

▲ DRX와 T1 선수들이 소규모 교전을 벌이는 2022 월즈 4세트 중계 장면(사진 출처: LCK 유튜브 캡쳐)
▲ DRX와 T1 선수들이 소규모 교전을 벌이는 2022 월즈 4세트 중계 장면(사진 출처: LCK 유튜브 캡쳐)

무한대의 조합 속 협동의 재미

LOL은 2009년 미국의 게임사 ‘라이엇 게임즈’에서 출시한 MOBA 장르 게임이다. MOBA는 특정된 전장에서 캐릭터를 전술적으로 운영해 적을 제압하는 RTS와 캐릭터를 육성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RPG의 재미 요소를 적절히 섞은 장르다. LOL에서 ‘소환사’라 불리는 게이머는 제한된 전장에서 ‘챔피언’이라 불리는 하나의 캐릭터를 조종하며 미션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챔피언은 상대방을 제압하면서 얻은 골드와 경험치를 바탕으로 성장한다. 현재 LOL은 세계에서 매월 1억 명 이상, 매일 8백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이경혁 게임평론가는 “LOL은 RTS 장르에서 자원의 효율적 활용보다 성장 개념에 집중해 진입장벽을 낮췄다”고 흥행 요인을 설명했다. 

소환사들은 다섯 명씩 두 팀으로 나뉘어 핵심 건물 ‘넥서스’를 파괴해야 승리할 수 있다. 이들은 선택한 챔피언에 따라 세 곳의 ‘공격로’와 공격로 사이 ‘정글’에서 특정 역할을 맡게 된다. 각 팀은 공격로 대치 상황에서의 소규모 전투를 통해 챔피언을 성장시키고 후에 벌어지는 대규모 교전에서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 LOL에는 162명의 챔피언과 200개에 가까운 아이템이 존재해 무한대에 가까운 조합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평론가는 “5인 간의 협업은 실력과 운 모두 작용해 개인이 잘해도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며 “실력에 따라 무작위로 팀원이 매칭돼 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재미 요소”이라고 분석했다.

게이머들 역시 같은 의견을 전했다. 김준호(28) 씨는 “라이엇 게임즈는 경쟁형 게임의 본질에 맞게 유료 아이템이 승리에 영향을 주는 페이투윈(Pay to Win)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아 매칭 시스템의 근간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정언(21)씨는 “LOL은 변화하는 '맛'이 있어 매 시즌 큰 변화가 생긴다”며 “몇 년 전과 지금의 LOL을 비교하면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1년 구미호를 기반으로 만든 챔피언 ‘아리’와 함께 한국 시장에 상륙한 LOL은 출시 직후부터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평론가는 “1990년대 말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가 인기를 끌면서 PC방에서 다 같이 모여서 노는 문화가 형성됐다”며 “2010년대 들어 스타의 시대가 저무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이어받은 게임이 LOL”이라고 전했다.

LCK=EPL이고, 월즈=챔스라고?

LOL은 게임의 인기를 바탕으로 e스포츠화에도 성공했다. 프로화된 LOL e스포츠는 한국에서 시작됐다. 이경혁 평론가는 “e스포츠는 생각보다 오래됐지만 상업화된 것은 ‘스타리그’가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스타리그는 세계 최초의 e스포츠 전문 방송국 ‘OGN’에서 개최한 스타 대회로 △정기적 리그 운영 △프로팀 창설 △방송국 중계 △임요환과 홍진호와 같은 스타 선수 발굴 등의 요소를 도입했다. 스타리그는 1999년부터 지난 2012년까지 진행됐고 이 시스템은 2013년 한국의 LOL 리그 ‘LCK(LOL Champions Korea)’로 이어진다. 

LOL e스포츠는 스타리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이 평론가는 “스타리그는 한국만 즐기는 지역 문화라는 한계가 있었지만 LOL e스포츠는 한국에서 나온 개념을 확장해 세계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방송사와 분쟁이 있었지만 라이엇 게임즈는 LOL e스포츠 운영권과 중계권을 독점하며 글로벌 리그 운영에 박차를 가했다. 지역별로 리그를 진행하고 리그 성적에 따라 세계대회 월즈에서 맞붙도록 했다. 두 대회는 유럽 국가별 축구리그와 유럽 최고 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간 관계와 유사하다. △한국(LCK) △중국(LPL) △유럽(LEC) △북미(LCS)는 주요 리그로 불리는데 지금까지 개최된 12번의 월즈에서 LCK 출신팀은 7번 우승을 거두며 가장 실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김준호 씨는 “LCK는 인터넷으로 중계돼 TV가 없는 대학생들이 모바일로 접근하기 좋다”며 “최고 수준의 축구 경기를 시청하려면 시차 때문에 어렵지만 LCK는 황금시간대인 17시와 20시에 경기가 진행돼 시청에 부담이 없다”고 LCK의 장점을 소개했다. LCK는 높은 수준을 바탕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을 끌어모았다. 라이엇 게임즈에 따르면 ’트위치‘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계된 지난 8월 열린 T1과 GEN.G의 LCK 결승전은 최고 시청자 수 약 370만 명을 달성했는데 그중 한국인 시청자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LCK는 SK텔레콤, 한화, KT 등 대기업이 팀을 직접 운영하거나 나이키, BMW, 레드불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이 스폰서를 맡아 탄탄한 재정을 확보하고 있다. 이렇게 LCK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반면 LCK 평균 연봉은 6~7억원으로 알려져 있고 최저 연봉은 6천만원에 달한다. 

게임을 딛고, 세계관 확장 중

10년간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LOL은 계속해서 지금의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까. 라이엇 게임즈는 다양한 방식으로 LOL 세계관을 확장했다. 2019년 미니게임 ‘TFT’와 2020년 모바일 게임 ‘와일드 리프트’를 연달아 출시했고, 지난해 넷플릭스 드라마 [아케인: 리그 오브 레전드]를 공개했다. 이 평론가는 “스타가 인기를 15년 정도 유지했는데 새로운 게임이 등장하고 진입장벽의 상승으로 쇠퇴한 것을 볼 때 영원한 게임은 없다”며 “IP를 확장하는 이유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이 게임이 얼마나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영원할 수는 없겠지만 출시 이후 성공을 거듭해 온 LOL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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