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지하철역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지하철뿐만이 아니다. 자정이 가까워져 지하철 막차가 끊기면 발을 동동 구르며 심야 버스와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야 시간대 교통수단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달 4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하며 “서울시 법인택시 기사는 3만 1천 명에서 2만 1천 명으로 줄었으나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 시간 택시 수요가 약 4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수요와 공급 간 불일치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야간 교통수단이 부족한 탓에 현재 서울시는 심야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 ‘집에 갈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서울시 교통수단 이용자들의 고충에 대해 샅샅이 파헤쳐봤다.

“집에 가고 싶어요” 심야 교통난 겪는 시민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심야 시간대 음식점과 술집 이용이 가능해졌다. 심야 버스와 택시 수요도 급증함에 따라 시민들은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유동인구와 거주인구가 많은 서울시는 교통수요가 매우 높다. 우리대학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는 “높아진 수요만큼 도로의 규모와 대중교통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붐비지 않는 한낮에는 이동 수요가 감소하는 등 시간별 수요량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공급을 무턱대고 늘리는 것이 답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낮이면 도로에 즐비한 택시가 심야 시간대만 되면 자취를 감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서울 개인택시 강제 휴무제』(이하 택시부제)다. 1973년부터 도입된 택시부제는 중형택시를 3부제로 운영하며 2일 운영 후 1일 휴무를 강제해 왔다. 안전 수송과 기사 과로 방지를 위해 도입됐으나 실제로는 택시 기사들의 급여와 대우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결국 법인택시 기사들은 배달과 운송업으로 유출됐다. 고령자 비율이 높은 개인택시 기사들은 택시부제 해제 이후 정해진 휴무일이 없어 주간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고강도의 심야 운전을 기피하는 추세가 강화됐다. 기사들의 근로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실시된 정책은 택시 공급의 감소를 낳아 늘어난 야간 유동인구를 감당할 수 없는 사태로 이어졌다.  

인천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다원(20) 씨는 서울에 있는 학교와 집을 왕복하는 여정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 씨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저녁 늦게까지 참여하기 어렵다”며 “세 번이나 환승해야 집에 도착하지만 지하철은 중간에 끊기기 일쑤고 택시는 잡히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술자리가 늦게 끝날 것 같으면 아예 참석을 포기하거나 숙소를 잡아야만 늦은 밤 길거리에 남겨지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A(21) 씨는 “심야 버스의 배차 간격이 너무 길다”며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 사람이 많아 탑승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A씨는 “버스와 지하철을 둘 다 놓치면 해결책은 택시뿐인데 심야 할증이 붙으면 요금이 많이 부담된다”고 전했다.
 

▲ 텅 빈 택시 승강장을 지나치는 택시
▲ 텅 빈 택시 승강장을 지나치는 택시

심야 교통난 해결 위한 대책

얼마나 많은 사람이 서울시 내 이동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까. 국토부는 「수도권 대중교통 이용실태 분석」을 통해 서울시의 대중교통 이용자가 하루 평균 395만 명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 금융어플 모니모의 「삼성카드 후불 교통카드 이용시간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 대중교통 이용자 중 서울 거주자의 대중교통 평균 이용시간은 58분이었으며 경기도와 인천 거주자의 평균 이용시간은 각각 67분과 69분이었다. 

지난달 4일 국토부는 교통난 해소를 위해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발표했다. 택시 대란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과감한 택시 규제개혁 △새로운 유형의 모빌리티 확대 △심야 대중교통 확대 △택시 서비스 활성화로 구성됐으며 택시부제 또한 지난 10일부터 연말까지 전면 해제됐다. 택시의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은 자정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겨졌다. 심야 할증률도 시간대별 최대 40%까지 조정됐다.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됐으며, 기본거리도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해당 정책이 시행되면 택시 기사의 급여와 대우 문제가 해결돼 유실된 택시 공급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택시 기사가 고객 승차 거부를 하지 못하도록 강제 배차가 가능해진다. 강제 배차를 위한 심야 호출료 또한 최고 2000원 이상 인상된다. 종합대책을 발표한 국토부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배달과 택배 업계로 이탈한 최소 3만 명의 택시 기사를 다시 끌어오려면 호출료 인상이 가장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수범 교수는 “이번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택시 기사들이 되돌아온다는 확신은 없다”며 “택시요금이 더 인상되고 처우 또한 개선돼야 대란이 해결된다”고 밝혔다. 이어 “택시의 수송분담률이 늘어난다면 버스와 지하철의 혼잡 또한 완화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기존에 운행하던 심야 버스인 올빼미버스도 운영 시간과 노선이 연장된다. 막차 시간은 다음 날 오전 1시까지로 연장됐으며 N32번과 N34번, N72번의 노선 연장을 포함해 총 37대를 증차한다. 특히 인파가 몰리는 강남과 홍대, 종로권 노선은 더 많은 버스를 배차해 교통난을 해소할 계획이다. 실시간 호출형 심야 버스도 서울 도심에서 시범 도입된다. 호출형 심야 버스는 승객들이 버스 호출 앱을 통해 버스를 호출하고, 비슷한 장소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함께 탑승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지하철 혼잡도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도 발표됐다. 지하철 9호선은 혼잡도 완화를 위해 2024년 초까지 862억 원이 투입돼 전동차 48칸을 추가 운행할 예정이다.
 

더 나은 서울시의 교통을 위해

서울시가 도입한 교통난 해결 대책에 관한 시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다원 씨는 “차가 잡히지 않을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지만 호출료까지 합해 택시비가 밥 한 끼 가격이 넘는 것은 과하다”며 “왜 소비자가 모든 부담을 져야 하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동대문구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양성종 씨는 “택시부제가 풀려서 운행이 자유로워져도 계속 지금처럼 운행할 것”이라며 “기사들은 대부분이 나이 든 사람들이라 부제를 해제해도 체력이 부족해 심야 운전과 주 7일 운행이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택시 기사 최병천 씨 또한 “법인택시 차고지에 가면 택시가 널렸다”며 “차라리 대우 수준을 높여서 배달운송업으로 이직한 기사들을 다시 데려오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전체적으로 택시 공급률을 높여도 서울 변두리는 수요가 적으니 홍대나 강남 쪽에만 집중 공급하는 등의 효율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대책의 허점을 짚었다. 반면 택시 기사 B(60) 씨는 “일할 수 있는 날이 정해져 있으니 몸 상태가 안 좋아도 어쩔 수 없이 나가는 날이 많았다”며 “정책이 바뀌면 컨디션에 따라 운행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컨디션 조절이 자유로워지면 심야 시간이나 출퇴근이 분주한 시간에 유동적으로 협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대책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수범 교수는 공급 증대와 함께 안전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종 시위와 기차 탈선으로 인한 지하철 혼잡도 증가로 교통난으로 인한 일상에서의 압사 위험 대책도 강구되고 있다. 이 교수는 “수요를 채우겠다고 무작정 공급만 늘린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급 증대도 필요하지만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요원과 안전장치를 함께 증대해야 효율적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연경 기자 yeonk486@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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