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세(융합전공학부 20)

일본과 독일의 월드컵 경기가 있었다. 경기시작 때 네이버스포츠에서 동시접속자가 60만명이 넘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왔다. 생각해보니, 월드컵 때 항상 일본의 경기는 한국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필자 또한 월드컵 때마다 일본 경기에 관심을 가지고 봐왔었다. 그러나 이번 일본과 독일과의 경기를 기다리는 마음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올 한 해, 한국과 일본 사이의 교류재단에 소속되어 활동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서 다루는 여러 세미나에도 참가하고, 텍스트도 작성하여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등 여러 활동을 하였다.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제일 백미는 일본에 직접 가서 일본의 대학생들과 4일 동안 함께 교류했던 것이다. 약간의 일본어와, 한국어, 영어를 섞어서 열심히 이야기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다. 8월에 일본 대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보냈던 4일과, 11월 일본에서의 4일은 서로 친구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서로 자발적으로 선물을 주고받고, 각자의 나라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그리고 이는 여러 변화를 만들어냈다. 

생각해보면, 상대의 나라에 10명 정도의 지인이 생긴 것이다. 이것이 양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기에는 충분한 객관적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상대국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많은 것을 바꾸었다. 8일의 일정 동안 정치, 경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있었다. 상당히 민감한 주제이지만 때로는 솔직하게, 때로는 재밌게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너무나 좋은 분위기 속에서 토론이 이뤄졌고, 일본 친구들이 솔직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서 일본 사회의 분위기와 그 인식을 크게 파악할 수 있었다. 서로가 좋은 사람이고, 존중한다는 것을 알기에 서로 마음을 열고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우리의 감정은 기계적이지 않다는 것이 명확하다. 똑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사람과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느끼고 우리는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이 모여, 사람 혹은 국가 등을 대할 때 하나의 창(窓) 즉 프레임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 프레임에 따라서 많은 것이 놀랍게 바뀐다. 이를테면 ‘나에게 피해를 끼치고 힘들게 하기에 끊어내야 할 사람’, ‘나에게 피해를 끼치고 힘들게 하지만 함께 가야 할 사람’ 이 두 프레임은, 극명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우리의 생각과 사고는 모두 언어 안에서 이루어지고, 언어는 프레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의 경험은 일본에 대한 필자의 프레임을 상당히 바꾸어놓았다.

지나치게 시선을 신경쓰다 각자의 소신을 잃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일관계에 대해서도 타협해야 할 선과 지켜야 할 소신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신이 꼭 증오나 비하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현재 일본을 생각하면 여러 친절하고 재밌는 일본인 친구들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협력과 존중의 가능성을 필자는 물씬 느낀다. 일본이 독일을 꺾는 기적을 도출하자 상당히 기뻤다. 아시아의 자존심을 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또 축하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친구의 창으로 서로를 대할 때 서로의 혼네(속마음)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더 나은 미래를 양국이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독자여론은 신문사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립대신문사는 독자 여러분의 투고를 기다립니다.
신문사 홈페이지(http://press.uos.ac.kr)로 접속하세요.
글이 채택되신 분에게는 원고료를 드립니다.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