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멀티캠퍼스인 은평캠퍼스 조성 계획이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전한 녹번동 질병관리본부 부지에 들어서기로 예정된 은평캠퍼스는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교육·연구 시설이 부족한 서북부의 고민을 상당 부분 해결할 것”이라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말처럼 그의 역점사업이었고 은평구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됐다. 

우리대학은 은평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에 따라 은평캠퍼스에 교양교육부를 이전하기로 했지만, 이에 대한 우려도 존재했다. 만약 은평캠퍼스가 완공된다면 재학생 특히 교양교육부 수업을 필수적으로 듣는 새내기들은 전농동과 녹번동을 오가며 하루 2시간의 통학 시간을 추가로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후보이자 서울시립대 운영위원장인 오세훈 시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지난 5월 서울권 학보사와의 간담회에서 서울시립대신문 기자는 당시 오 후보에게 은평캠퍼스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오 시장은 “모두를 위한 간담회에서 특정 대학에 관한 질문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하며 질문한 기자를 무안하게 했다. 이어 은평캠퍼스와 서울혁신파크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전하고 변화를 예고하는 답변을 전했다. 결국 오 시장은 서울혁신파크를 경제 거점으로 삼고 세대 공존형 임대주택을 올리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두 시장의 말에는 서울시가 우리대학에 대해 지니고 있는 생각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립대학교는 ‘특정 대학’도 ‘지역균형발전의 도구’도 아니다. 수백억원의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는 산하 기관이자 서울의 문제를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인재를 길러내는 서울의 대학이다. 은평캠퍼스 논의에서 정작 중요한 교육 발전과 우리대학 구성원들의 생각이 빠져있다는 점은 재학생으로서 가슴이 아팠다.

최근 축구 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했다. 승리의 원인으로 파울루 벤투 감독의 리더십이 언급된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자신들의 권한 이상으로 벤투 감독의 전술과 선수 선발 과정에 개입했다고 한다. 벤투는 기술위원회의 과도한 간섭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빌드업 축구’를 지켰고 이것이 ‘도하의 기적’의 출발점이었다. 그 과정에서 카타르 월드컵 기간 묵을 베이스캠프와 훈련장 등 모든 사항을 홀로 결정했지만 말이다. 2023년을 이끌 제59대 총학생회 비비드와 오는 1월 선출될 새로운 총장 역시 벤투 감독처럼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은평캠퍼스와 반값등록금 등 서울시립대의 여러 현안을 다룸에 있어 뚝심을 갖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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