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네 요리조리

이번학기 마지막으로 돌아볼 동네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이다. 여의도는 영등포구와 마포구 사이에 위치한 하중도*로 여의도동 전체는 여의도에 속한다. 여의도는 사람이 살지 않던 모래섬으로 일제강점기에는 비행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68년 윤중로 공사를 시작으로 택지 개발과 기관 이전이 이어지며 여의도는 정치와 경제 그리고 방송의 중심지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여의도동 지명은 현재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유래가 없다. 다만 강변에 넓게 퍼져있는 지형을 따라서 여의도를 ‘너벌섬’으로 불렀는데, 이를 한자로 여의도(汝矣島)라 표기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현재까지도 여의도는 서울시의 하나뿐인 유인도로 샛강이 남아 있고 다리를 통해 오가야 해 영등포구 타 지역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빌딩숲이 우거진 여의도에서 기자들은 △시범아파트 △63빌딩 △여의도 한강공원 △카페꼼마&얀 쿠브레 △더현대서울 △삼보정을 방문해 소개하려 한다.
 

아파트 분양을 시작을 알린 여의도 시범아파트
아파트 분양을 시작을 알린 여의도 시범아파트

가장 먼저 둘러볼 곳은 아파트 주거문화를 확립한 ‘시범아파트’다. 1960년대 서울시는 도시 빈민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때 서울 곳곳에 ‘시민아파트’가 지어졌다. 단기간에 저가의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와 서울시의 욕심은 1970년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사고’로 이어졌다. 이후 서울시는 비싸지만 안전한 아파트를 짓겠다는 목표로 시범아파트를 건설했다. 중앙난방과 엘리베이터, 선분양제도, 당시 기준으로는 초고층이었던 12층의 시범아파트는 이름처럼 실험적인 요소가 가득했다. 성공적으로 분양된 시범아파트는 아파트 생활 양식이 전국으로 퍼지게 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세월의 흐름 탓일까. 직접 단지를 돌아보니 아파트 외벽에 금이 보이고 재건축 과정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보였다. 이제는 역사가 돼버린 시범아파트도 기억 속에만 남을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한때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63빌딩
한때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던 63빌딩

다음으로 둘러볼 곳은 시범아파트와 더불어 여의도의 20세기를 상징하는 63빌딩이다. 1985년 완공된 63빌딩은 한강의 기적을 상징하는 건물이었다. 지상 60층과 지하 3층인 63빌딩은 1978년 도쿄에 지어진 최고층 마천루인 ‘선샤인 60’을 의식해 그 이름을 갖게 됐다고 전해진다. 내부에 수족관과 전망대가 있어 서울 관광객들이 꼭 방문하는 명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앞에서 본 63빌딩은 굴곡진 모습이 황금빛 유리로 뒤덮여 아름다웠다. 전망대에 오르니 보이는 탁 트인 서울의 모습은 장관이었고, 여의도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한때 아시아 최고층 마천루였던 63빌딩은 ‘파크원’과 ‘IFC 서울’에 밀려 이제는 여의도에서도 가장 높은 건물이 아니다. 그래도 63빌딩은 한국인의 마음속 최고층 마천루로 남아 있다.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여의도 스카이 라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여의도 스카이 라인

63빌딩을 둘러보고 바로 옆에 있는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걸어갔다. 여의도 한강공원은 본래 제방을 공원으로 만든 곳으로 한강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공원이다. 주말에 방문한 탓인지 공원에는 휴일을 즐기고 있는 가족들로 가득했다. 아쉽게도 날씨가 매서워 따릉이를 타고 공원을 둘러보지 못하고 산책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탁 트인 서울과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면서 공원을 걷다 보니 소녀시대, 샤이니 등 유명 아이돌의 이름이 붙은 숲을 마주했다. 사회적 기업에서 연예인 팬들의 기부로 이름을 따 숲을 조성했다고 한다. 
 

카페꼼마&얀 쿠브레에서 주문한 음료와 휘낭시에
카페꼼마&얀 쿠브레에서 주문한 음료와 휘낭시에

긴 시간 공원을 걷고 잠시 휴식을 위해 여의도동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북카페인 ‘카페꼼마&얀 쿠브레’에 방문했다. 약 500평에 달하는 거대한 카페였지만 1층부터 2층까지 매장 내에 빈자리 하나 없이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기다림 끝에 겨우 빈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카페 라테와 빵 반죽을 직사각형 모양으로 굽고 발로나 다크 초콜릿을 바른 과자인 다크 초코 휘낭시에를 맛봤다. 시원한 음료와 달콤한 맛의 휘낭시에가 조화롭게 어울렸다. 카페꼼마&얀 쿠브레는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북카페로 약 2만 권의 책이 전시돼 있어 대형 서점 못지않았다. 카페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은 자유롭게 책을 열람할 수 있었다. 기자들도 시집 한 권을 골라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인산인해를 이뤘던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마을 H빌리지
인산인해를 이뤘던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마을 H빌리지

휴식을 마친 후 인근에 있는 백화점 ‘더현대 서울’로 향했다. 더현대 서울은 단일건물 기준 서울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지난해 개장했다. 주차장을 포함해 지하 6층부터 지상 6층까지의 규모를 자랑한다. 거대한 크기에 어디서부터 구경할까 고민하던 중 지하 1층부터 방문해 지상으로 올라가기로 했다. 지하 1층에 있는 식품관 ‘테이스티 서울’에는 베이커리, 카페, 와인바 등 분위기 좋은 매장들이 입점해 있었다. 이미 음료를 마신 기자들은 바로 지상층으로 향했다. 구경하며 올라가던 와중 커다란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을을 발견하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더현대 서울이 지난달부터 1천 평 규모로 조성한 크리스마스 마을 ‘H빌리지’다. 13m에 달하는 거대한 트리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마을을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미리 느낄 수 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솥뚜껑 위에 구운 고소한 삼겹살과 김치
솥뚜껑 위에 구운 고소한 삼겹살과 김치

관람을 마치고 굶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여의도역 근처에 있는 고깃집인 ‘삼보정’에 도착했다. 가게에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삼겹살과 술 한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기자들도 그들을 따라 삼겹살을 주문했다. 솥뚜껑에 구운 삼겹살과 소주를 먹다 보니 마치 여의도동에서 일하다 퇴근한 직장인이 된 기분이었다. 삼겹살을 다 먹고 마무리를 위해 청국장을 주문했다. 구수한 청국장과 꽉꽉 눌러 담은 고봉밥에서 주인의 인심이 느껴졌다. 증권가의 중심에서 오아시스 같은 쉼터를 누릴 수 있는 여의도동에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하중도: 하천의 중간에 유속이 느려지거나 흐르는 방향이 바뀌면서 퇴적물이 쌓여 형성되는 섬

박성호 기자 revo171225@uos.ac.kr
최윤상 기자 uoschoi@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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