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생 최윤아(22) 씨는 묵혀왔던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친구들과 놀았던 일부터 응시했던 시험의 후기까지 소박하지만 꾸밈없는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부쩍 재미를 붙였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다 주춤했던 네이버 블로그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과 짧은 영상 콘텐츠가 주목받는 와중에 글로 대표되는 네이버 블로그가 인기를 되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주춤했던 네이버 블로그, 다시 떠오르다 

네이버 블로그는 지난 2003년 ‘페이퍼’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현재까지 운영 중인 블로그 서비스다. 출범 초기 동종업계 ‘블로그인’, ‘이글루스’에 밀려 블로그 서비스 3위를 기록했으나 2004년 이후 국내 최대 블로그로 부상했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네이버 블로그는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양한 폰트와 템플릿 그리고 노래와 영상을 삽입할 수 있는 기능이 그 예다. 이어 “네이버 검색을 통한 유입도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전성기를 맞이하며 다양한 정보가 생성됐고 파급력 강한 인기 블로그가 탄생했다. 네이버는 글과 사진, 우수한 정보를 성실히 제공한 블로그를 ‘파워블로그’로 선정하며 서비스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네이버 블로그는 2010년대 들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실시간 정보 전달과 신속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SNS에 밀리게 된다. 일부 파워블로거가 상품에 대한 자세한 이해 없이 공동구매를 추진해 법적 문제에 휘말리거나 블로그 유명세를 빌미로 업체에 무리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광고 포스팅의 범람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기며 네이버 블로그는 하락세로 들어섰다. 

이대로 기억 속에서 잊히는 듯했으나 운영이 중단되지는 않았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다른 SNS의 폐해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SNS는 기본적으로 ‘자랑’이 기저에 깔려있어 사람들은 보여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좋아요’와 팔로워 수에 집착하는 현상은 관계에서 기인하는 피로를 가중시켰다. 이에 꾸밈없이 소탈한 네이버 블로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류웅재 교수는 “최근 미디어 콘텐츠의 트렌드 중 하나가 소소한 일상의 활용과 극사실주의적 재현”이라며 “담백하게 기록하는 블로그는 일상을 과시하듯 보여주는 문화와 이미지를 과잉 소비하는 타 SNS의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특정 이웃들과 교류하면서도 지속적인 소통의 압박이 없어 관계에서 오는 피로도가 적다. 또한 다양한 글꼴과 템플릿을 조합할 수 있고 글자와 사진 수 제한 없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록을 남길 수 있다. 이러한 네이버 블로그만의 개성은 부흥으로 이어졌다. 네이버가 공개한 「2021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생성된 블로그는 약 200만 개로 전체 블로그 수는 3천만 개를 넘었다. 블로그 콘텐츠 수는 지난 2020년 대비 약 50% 이상 증가한 3억 개를 기록했다. 이렇듯 네이버 블로그의 인기는 숫자로도 증명됐다. 

‘챌린지’가 뭐길래

블로그 서비스의 부흥은 싸이월드와 티스토리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네이버 블로그에만 한정됐다. 네이버에 한정된 인기의 중심에는 ‘챌린지’가 있다. 지난해 5월 네이버 블로그는 꾸준히 기록을 남기고 이웃과 공감을 나눠보자는 취지로 ‘오늘일기’ 챌린지를 진행했다. 하지만 원래 취지와 달리 보상에만 관심이 쏠렸고 상품 중복 수혜를 위한 아이디 생성과 성의 없는 포스팅으로 문제가 생겨 네이버 블로그는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이후 미흡했던 점을 보완해 약 2주 뒤 오늘일기 챌린지를 재개했다. 

이 챌린지를 발판 삼아 이번해 ‘주간일기’ 챌린지가 열렸다. 지난 6월부터 이번달까지 6개월 동안 주 1회 포스팅을 올리면 달성 정도에 따라 추첨을 통해 보상을 지급하는 형태다. 매주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 박세은(22) 씨는 “처음에는 보상받기 위해 참여했지만 꾸준히 쓰다 보니 습관이 됐다”며 “주변 친구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고 예전 포스팅을 읽으면 기억이 되살아나서 좋다”고 이야기했다.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기폭제가 있는 것은 중요하다”며 “이벤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타 블로그 플랫폼의 경우 주간일기 챌린지처럼 운영을 활성화할 이벤트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특히 MZ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21 블로그 리포트」에 의하면 네이버 블로거의 약 70%가 MZ세대다. 10~20대 사용자는 전체 이용자 중 44%에 달했고 30대 사용자도 전체 26%를 차지했다. MZ세대에서 부는 ‘갓생’ 열풍을 잘 포착한 덕분이다. 갓생이란 ‘God’과 ‘인생’을 합친 신조어로 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을 뜻한다. 자아실현 욕구가 높은 MZ세대의 성향이 잘 반영된 것이다. 

열심히 살아온 일상을 챌린지를 통해 기록으로 남기고 보상까지 받을 수 있는 점은 MZ세대에게 매력적인 요소였다. 문자 기반의 플랫폼이라 영상 플랫폼에 비해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또 다른 차별점이다. 영상이 익숙한 MZ세대에게 오히려 20년 가까이 된 블로그가 ‘힙’하게 느껴진다는 분석도 있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의 SNS보다 ‘레트로’인 블로그로 회귀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블로그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유진 기자 uzzin0813@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